유리구두는 역시 나에게 맞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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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맞을까? 여행 회사에서 다시 제안왔는데 지금 그냥 옮겨버릴까?
너가 마음에서 이끄는 대로 해. 후회할 것 같으면 옮기는 것이 좋은 방법일 거야. 하지만 그래도 이왕 다닌 회사를 3개월은 다녀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어.
고민하는 것도 골칫덩어리일 줄이야. 3달만 참아보고 생각해보자. 지금 모든 것을 판단하기 너무 짧은 시간이잖아? 머리만 아프다.
음.. 이제는 회사일도 익숙해지면서 돈이 주는 안정감도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없어. 누구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잖아. 나도 지금 적당히 잘 할 수 있고 적당히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는 일을 택한 것뿐이야. 2년만 딱 버티고 원하는 것 그때 가서 원 없이 도전해보자. 혹시 몰라 지금은 힘들어도 2년 뒤에는 다 이 고통이 자산이 될 거야.
그래, 내가 눈치를 보는 '정체'는 대체 누구인지 찾아보자. 어쩌면 그것이 나를 자꾸 한없이 작게 만드는지 원인일 수 있을거야.
너는 뱃속에서부터 참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어. 뱃속에서도 얌전했던 오빠와 달리 쿵쿵 발로 차며 자신의 존재를 티 냈었지. 태몽은 물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금색 붕어였어. 창의적인 일을 할 아이라는 뜻이래. 어렸을 때도 늘 뽈뽈뽈 뛰어다니는 너를 잡느냐 정신없었고, 혼자 바둑판을 가지고 나비모양을 만들어냈었어.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 3번의 이사를 다닐 때마다 몰래 창밖에서 새로운 교실에 앉아있는 너를 지켜보면 걱정과 달리 늘 친구들이 네 곁을 맴돌고 있었지. 늘 너는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는 아이였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였어.
버스 창틀에서도 인조 손톱 본 적 있는데 진짜 이상했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은 것들은 다 기이해. 땅 위에 누워 있는 새, 나무 위에 매달린 사람. 밭에 있는 개도 이상하고.
<나의 해방일지 9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