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덕후들의 놀이터
음악, 뮤지컬, 오페라, 드라마, 영화 문화예술의 천국. 드디어 오늘, 덕후들의 심장을 웅장하게 만드는 그곳으로 향한다.
내 이름은 덕후! 심장이 웅장하죠영국을 시작으로 총 5개 국가를 한 달 동안 도는 긴 여정인만큼 동행인 오마니와 나는 각자의 캐리어와 백팩에 필요한 짐부터 불필요한 짐까지 야무지게 눌러 담은 후 공항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몸짓이 커질대로 커져버린 짐들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현관문을 활짝 열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리 누른 뒤 차례로 짐들을 내보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타자로 나의 캐리어가 집 밖을 나왔다. 이제 오마니의 캐리어만 발 턱을 넘기면 모든 준비 완료이다. 잠시 나의 캐리어를 방치해 두고 오마니의 캐리어에 정신이 팔릴 때 쯤이었다. 나의 캐리어는 한 달간의 유럽여행이 꽤나 두려웠던 것인지 슬금슬금 계단 쪽으로 움직이더니 그대로 밑으로 추락해버렸다.
넘어질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캐리어우당탕탕탕ㅌㅏㅇ-!!!
괴성을 지르며 버선발로 급하게 내려갔지만, 이미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나의 캐리어는 잠금장치가 사망한 후였다. 정신이 한껏 나간 채로 집으로 다시 돌아가 바퀴에 살짝 부상이 있는 다른 캐리어로 옮긴 후에야 집 밖을 온전히 나올 수 있었다.
시작부터 참 요란하다~
캐리어: (기대하시라. 오늘의 캐리어 소동처럼 유럽 여행이 흘러갈 예정이니ㅎ)
나의 캐리어가 속삭였던 의미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들의 진짜 유럽 여정을 시작하러 공항으로 향하였다.
여정을 떠나는 날은 11월로 여행 비수기 시즌이었다. 그래서인지 비행기 안은 여유가 넘쳤다. 덕분에 장차 11시간이라는 장시간 동안 몸과 마음 편히 발 뻗으며 세 차례의 기내식 사육 끝에 별이 보일 것만 같은 어둑한 밤, 영국 런던에 도착하였다.
우리들의 숙소는 런던 근교에 있는 에어비앤비 가정집이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처럼, 이번 여행은 그들의 삶의 공간에 함께 살아보면서 로컬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무엇보다 세계 어디에나 비슷한 구조를 가진 호텔 대신 유럽식 건축에 살아본다는 것은 덕후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그렇게 영국에서 5일 동안 묵을 숙소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영국식 기계와 영국식 영어의 콜라보로 약간의 자괴감이 들려는 찰나. 나의 표정이 꽤나 얼빠져 보였던 것인지 먼저 지하철 직원이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줄게'라는 스윗한 인사와 함께 전철 안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지금. 몇몇 안 되는 영국인들 사이에 앉아 열심히 내부를 관찰하였다. 핸드폰 대신 신문을 선택한 이들이 보인다.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 온몸을 맡기는 이들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엔 나도 귀를 열어봐야지. 덜컹덜컹. 전철이 움직이는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지금 장소를 알리는 소리. 사람들의 소리 대신 전철이 움직인다는 사실만이 알 수 있는 소리는 꽤나 심적 안정감을 주었다. 그렇게 은은한 청각의 자극을 즐기다 보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우리 숙소와 가까워질 때쯤, 창밖 너머로는 야외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우와 영국 너무 좋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는 런던 근교의 밤. 나는 대체 무엇을 보고 좋다고 표현한 것일까. 근교로 다가오자마자 느껴지는 찐로컬의 냄새에 반응한 것일까. 아니면 영국의 첫 시작을 길쭉하고 잘생긴 사람들로부터 친절함의 환대받아서 그런 것일까. 잘생긴 외모와 젠틀함에 매우 취약한 나는 벌써부터 신이 나 보였다.
암요암요그렇게 10분을 더 달려 killburn역에 도착을 하였다. 내리자마자 나의 코를 자극하는 커피냄새를 지나쳤다. '내일 여기서 커피 먹어야지' 마음 속 다짐과 동시에 점점 옅어지는 냄새와 이별을 한 후 펼쳐진 밤 풍경은 정말 주택가 그 자체였다. 여기가 나의 숙소인지 저기가 나의 숙소인지 앞뒤로 똑같이 줄 세워진 주택가에 기가 눌리기 직전 에어비앤비 호스트 아주머니의 전화로 무사히 숙소로 입성하게 되었다.
사진 하나에 홀려 예약한 내자신이 기특한 나머지 이마 한대를 팍 치면서 호스트 아주머니가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게 진짜 살아보는 거지. 하지만 아직 너무 기대하긴 일러. 들뜬 마음을 약간은 억누른 채 런던에서의 첫 번째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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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이 진짜 시작되는 날부터 2일간은 잠시 덕후의 마음을 숨겨두고 런던아이와 런던브릿지 등과 같은 랜드마크와 버킹엄 궁전과 세인트 제임스파크와 같은 유명한 공원, 내셔럴 갤러리와 트리팔가 광장을 돌면서 가볍게 영국을 즐겨보았다.
트리팔가 광장 근처마지막으로 숙소에 들어오기 전, 아침에 간단히 먹을 식빵들과 계란, 과일을 사기 위해 버로우 마켓에 들렸다. 영국의 대표 음식인 피쉬앤칩스 냄새로 마켓의 입구를 알리자마자 각기 다른 세계 음식들이 우리의 배고픈 배를 자극시켰다. 냄새와 사람들의 인파에 이끌려 가다보니 어느 독일식 핫도그 가게 앞에 서버렸다. 사람들이 흠냐흠냐 맛있게 먹고 있길래 나도 어느새 핫도그를 손에 쥐고있었다.
아름다운 맛!영국에는 영국음식 빼고 다 맛있다는 게 찐이였구나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음식점을 찾을 때마다 개코로 빙의하여 현장에서의 냄새와 인파만으로 음식점을 채택하게 된 것이. 육감과 후각을 한껏 곤두세우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유럽에서 이러한 경험이 많이 쌓인 이후로 다음 여행을 갈 때부터는 귀찮게 블로그로 맛집을 찾지 않게 되었다. 온전히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의 추천 혹은 나의 개코만을 신뢰하게 되었다. 맛이 보장될 확률이 높고 무엇보다 줄을 길게 설 일이 없어진다. 만약 실패한다면! 두 번 다시는 가지 않고 에피소드용 글을 쓰면 되니 무조건 남는 장사다.
피쉬앤칩스보다 맛있는 독일식 핫도그피쉬앤칩스도 유명한 가게여서 굳이 찾아가 구매한 것인데 독일식 핫도그가 훨씬 맛있었다. 오마니도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자마자 소세지 육즙에 따봉을 날려주었다. 영국의 버로우 마켓을 갈 때 기억하자. 'German Deli' 가게 이름을. (4년 전이라 지금까지 운영 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야무지게 저녁을 해결 후, 목적이었던 식빵과 계란, 과일까지 한 손 가득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니 호스트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신문을 읽고 계셨다. 런던에서는 유일하게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함께 거실과 화장실을 쉐어하는 구조였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우리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나 4일 만에 씻었어~
예 선생님?어쩐지 오늘따라 뽀샤시하셨다. 근데 4일 만이라니..? 호스트 아주머니께 아주 좋은 냄새가 난다고 칭찬을 흩뿌린 후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한국인인 것을 온몸으로 티내는듯 1일 1씻기를 못 참고 상쾌한 상태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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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덕후의 놀음은 3일 차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숨겨왔던 나를 꺼내기로 하였다. 오늘은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향하는 날이다. 해리포터보다는 셜록홈즈에 심장이 뛰는 덕후이지만 응애시절부터 해리포터를 엄마아들과 연속극 마냥 틀어놓고 봤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설레는 일정 중 하나였다.
심장이 콩닥콩닥 열심히 뛰니 허기도 금방 지어졌다. 떠나기 전, 허기 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감성 브이로거에 잠시 빙의하여 런던에서의 일상에 한 번 더 취해보았다.
버로우 마켓에서 산 빵과 주스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퍽퍽하고 약간은 시큼한 빵맛이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막 찍어도, 막 보아도 예쁜 우리 숙소는 밥맛을 한것 더 돌게 해주었다. 나와 반대로 우리 오마니는 이 숙소에 머무는 동안 계란 후라이를 하기 위해 프라이팬을 꺼낼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웃음 절로 나오는 희극과 같은 장소라 느끼셨다. 정말 프라이팬을 산 이래로 한 번도 씻지 않고 오로지 키친타올로만 쓱쓱 닦은 것 같은 비주얼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모두의 심신을 위해서 찍지 않았다. 호스트 아주머니가 어제 우리에게 말했던 '나 4일 만에 씻었어~'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희극으로 가득했던 아침을 보내고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향하였다. 도대체 어느 길로 가야 하는 것일까! 일단 나는 구글맵을 켜 보았다. 우리 숙소에서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갈 수 있는 루트를 알려줘-!
엄마: 이 길이 맞니?
나: 나도 모르겠어 엄마. 구글이 이거 타래
멍~
생각보다 늘 머리가 먼저 향하는 나는 역시나 아무 생각없이 구글 지도가 안내해준 대로 앞만 보고 이동하였다. 지하철을 탔다가, 버스를 탔다가, 버스를 또 바꾸어 타라고 알려준다. 분명히 블로그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그리고 왜 우리가 있는 이곳에는 여행자가 왜 없는 것일까? 이정도면 길을 개척해서 가는 거라 생각했다.
마지막 버스를 탈 때쯤, 바로 옆에 해리포터 스튜디오 전용 버스가 지나쳐 갔다. 앗 저것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그래도 여행자가 드문 이곳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서 알 수 없는 동네들을 지나쳐 왔다. 영국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와 런던에서는 볼 수 없던 정겨운 거리들을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이다 싶었다. 아직 초반임에도 로컬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당돌함이 여행의 고생길을 펼쳐주지만, 여행의 재미를 더 올려주는 것은 정말 사실이구나.
이번 역은 해리포터 스튜디오 역입니다.
창밖을 보며 함께 로컬의 맛에 심취해 있다보니 드디어 '해리포터 스튜디오'라는 단어가 버스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STOP 벨을 눌러 두근세근네근 그곳과 어서 마주하길 기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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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들 앞에 펼쳐진 것은 넓은 공사판이었다.
예?여기가 대체 어디야..?
이마를 한번 짚으려고 하는 순간 공사장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보였다. 호다닥 달려가 이곳이 정말 해리포터 스튜디오가 맞냐며 물어보니 버스는 잘못이 없었음을 확인하였다. 친절하게 가는 길까지 알려주시고 해리포터 스튜디오가 눈에 보이는 곳까지 데려다준 후에야 안심하고 그곳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직원님 땡큐!
들어가자마자 또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였다. 인터넷으로 결제했던 카드를 보여줘야 했었는데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자꾸 '죄송해요 이해하지 못했었어요ㅠ 한번 더 설명해주세요' 라는 패턴을 3번 넘도록 반복하였다. 마치 직원과 나는 고요속의 외침을 하는듯 똑같은 말을 주고받고 있고 그 관경을 옆에서 지켜보고있는 오마니는 답답해 죽으려고 하였다. 3분간의 반복 끝에 의미를 알아차리고 결제 카드를 직원께 드릴 수 있었다. 결제 카드를 들이밀자마자 직원은 박수를 쳐준 뒤 따봉을 함께 내밀어 주셨다. 너무 못 알아먹어서 미안했다고 말하는 순간 미안해하지 말라고 이해 못 할 수 있었다면서 너무 친절히 나를 격려해주었다. 일단 여행 내내 영국 현지인들이 너무 친절하고 젠틀하여 이번에도 참 좋은 환대를 받았구나 싶었다.
나름 맛있었다버터맥주도 먹고~
다 먹은 맥주병도 챙기고~
(우리집에 버터맥주잔이 아직도 있다)
덕후는 행복해요사진을 찍을수록
덕후는 신나고~
이렇게 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제발 집으로 갈 때는 정석루트를 가자라는 생각에 정신 딱 차리고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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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동안 덕후의 옛 참맛을 다시 느낀 나는 영국에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비틀즈 거리와 셜록홈즈 베이커 가 거리를 즐기러 떠났다.
우리 숙소에서 애비로드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에 위치했기에 우리는 당연하게 걷는 것을 선택하였다. 나와 오마니는 걷는 거를 너무 좋아해서 웬만큼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면 여행마다 늘 걸어 다닌다. 무엇보다 지금 이곳의 날씨는 우리에게 매우 취약한 덥고 습한 날씨가 아닌 선선하다 못해 약간은 추운 초겨울 날씨였기 때문에 생기 가득 담아 발걸음을 옮겼다.
30분을 쭉 따라 걷다보니 멀리서 밀집된 사람들의 형체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곳은 일반 도보도 아니고 랜드마크도 아니었다. 주택가 사이에 작게 이어진 횡단보도였다. 발걸음을 뗄수록 소리의 겹침이 커진다.
설마 여기가?
사람들의 몰려있던 이 장소의 정체가 바로 우리가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던 비틀즈 대표 앨범 촬영지 'Abbey Road'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생생 달리는 일반 차도에서 차가 없는 틈을 타 비틀즈의 앨범자켓을 따라하기 위한 시도들이 펼쳐졌다. 어떠한 외국인들이 4명의 짝을 맞추어 사진을 찍고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또 새로운 여행자들이 투입되었다.
뭐야 나도 할래!!!!
현장의 뜨거운 열정들을 보아하니 오타쿠의 심장도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같이 신호등을 건널 3명의 친구는 부족하였지만 차가 없는 틈을 타 호다닥 오마니께 카메라를 맡기고 한 컷 찰칵하였다.
오예비슷한 흉내를 내본 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에비카페 (Abbey Cafe)를 들려 굿즈들과 비틀즈 앨범을 탐색하며 1차 덕후투어를 마치었다.
다음 발걸음은 가장 고대하였던 베이커 가 221B에 위치한, 셜록홈즈 박물관으로 향했다.
한껏 신난 옹동이건물의 내부는 소품샵, 박물관, 세트 재구성 정도로 간소한 구성이었지만 내가 소설 속, 영드 속에서 봐왔던 베이커 가 221B에 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덕후의 마음을 만족시켰다.
근데 벌써 끝..?
오늘의 덕후 탐방이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끝나게 되었다. 아쉬운 입맛만 쩝쩝 다스리고 있을 때쯤 옆에 커다란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산책이나 하자라는 생각에 간단한 점심을 먹고 바로 우리 눈에 들어온 리젠트 파크에서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점심은 일본 음식으로 기억한다. 영국을 온 이후로 제대로 된 영국 음식은 피쉬앤칩스 이후로 먹어본 적이 없다. 사실 영국 거리에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메뉴는 탄두리치킨일 정도로 세계 음식이 본토의 음식보다 많이 보였다.
2일 차에 갔던 버킹엄 궁전 앞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파크가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이번 공원 산책 또한 굉장히 기대가 되어었다. 공원 입구에 진입하니 상상이상으로 큰 규모에 살짝 압도당할 뻔했지만 여행자들보다는 현지인들이 찾는 곳 같았다. 우리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공원을 쭉 따라 밟아보았다.
귀여운 람쥐도 보고
한적하고 광할한 이 분위기가 조타그렇게 1시간 가량을 오마니랑 이야기를 하면서 쭉 걷다가 잠시 휴식을 하기 위해 이름 모를 카페에 들렀다. 공기가 꽤나 차가웠기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머핀으로 몸을 녹여보자!
우리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남자 두 분이서 사이좋게 각자의 아이들이 있는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 바로 뒤편에 앉아 아이들을 유모차로부터 해방시킨 뒤 맘 편히 두분이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친구 둘이서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 우리가 커피와 머핀에 잠시 정신 팔려있을 때 한 아기가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체구로 보아했을 땐 이제 돌 지난 아기 같았다. 너무 귀여운 나머지 카페에 있는 동안 아이와 함께 놀아버렸다. 아기 덕후에게 이런 덕후투어까지 하게 될 줄이야; 하루가 완벽하다.
아기 덕후는 햄볶해아이와 헤어진 후, 프림로즈힐(Primrose Hill)에서 야경까지 본 후 오늘의 사심 가득하고 완벽했던 덕후투어를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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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국은 어떻게 보낼까?
오마니는 나의 생각을 읽기나 한 듯 아침을 먹을 때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자고 하였다. 오마니가 얘기를 꺼니기 전까지는 오페라 혹은 뮤지컬만큼은 취향이 아니였기에 갈까말까 고민하였지만 오마니의 바람을 적극 반영하여 뮤지컬 거리로 향하였다.
영국에서 직접 현장 예매하면 더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고 어디선가 들어었는데 정말 더 저렴하였다. (4년 전이라 가격은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직원 분께서 알아서 내가 구매한 관람 자리에서 가장 시야가 괜찮은 자리를 잡아주셨다.
오페라의 유령은 여왕 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에서만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비수기인데도 자리가 어느 정도 꽉 찬 것을 보아하니 정말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느껴졌다. 불이 꺼지고 막이 올랐다. 약 2시간이 넘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 동안 언어의 장벽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진짜 본토는 다르구나를 느꼈다. 솔직히 이걸 안 봤으면 정말 후회했겠다 싶을 정도로 무대 세트와 배우의 연기, 노래가 너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진짜는 오페라의 유령을 끝마치고 나서였다. 극장이 트리팔가 광장 근처인 런던의 핵심 시내에 위치하였었다. 그리고 그곳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시내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각 매장에서는 크리스마스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아이들 데리고 나온 가족 혹은 연인들이 우리 곁을 지나쳤다. 앞에 보이는 화려한 조형물의 빛들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온기에 나는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정말로 오페라를 보길 잘하였구나. 그걸 안봤다면 지금의 광경을 모르고 떠났을 뻔 했다니.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그 어떠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음을 확신하며 지나가는 모든 빛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황홀했던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였다.
유럽에서 최고였던 크리스마스 분위기
epilogue.
어느 순간부터 국내이든, 해외이든 여행만 가면 아이들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이 꼬임의 순간들을 항상 지나치지 않고 즐겼다. 때론 내가 아이들 곁으로 먼저 찾아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꼬임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리젠트파크에서 만난 '올리브'를 만나고 난 이후로 보인다.
기저귀 가방을 손에 들고 카페를 누비고 다닌 나의 이름은 올리브예요.
저는 지금 세상에 신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걸을 수 있게 되니 신기한 모든 것을 직접 보러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켜요.
그렇게 혼자 호기심을 채울 때쯤, 어떠한 사람 2명이 나를 보고 귀여워하네요.
음 처음 보는 이 사람들은 나의 엄마아빠와 조금 다른 생김새를 가졌네요?
그래도 절 예뻐해 주니 전 좋아요.
어? 아빠도 이 사람들이 저를 예뻐해 주는 것이 좋나봐요.
좋은 만남이었어요, 안녕!
공원의 외관은 세인트 제임스파크가 더 인상적이었지만 이곳이 내게 런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에서의 의미는 아기 올리브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시각적인 여행이 더 좋을 수 있다. 나 또한 시각적인 여행을 좋아하여 새로운 이국을 찾아 헤매지만, 처음으로 사람때문에 여행을 하는구나 깨닫게 되어준 곳이었다.
한 아기는 걸음을 아직 떼지 못해 다가가지 못했지만 올리브는 걸음마를 떼서 이리저리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우리 눈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봤지만 너무나 귀여운 올리브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싫어하실 줄 알고 눈으로만 아련히 귀여워하고 있을 때, 오마니는 아이의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안아 나에게 올리브를 넘겨주었다. 확실히 엄마는 엄마다. 막상 용기를 내 아기를 안으니 아이도 신나하고 뒤에 계신 아버님의 마음 속 편안함이 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자신들도 이제 조금 쉴 수 있겠다라며.
아버지 두 분은 우리보다 빨리 자리를 일어섰다. 그들은 카페를 떠나기 전, 아빠의 품으로 돌아간 올리브와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를 우리 앞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놀아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자신들의 아내에게 보여주겠다고 나와 오마니에게 아이들을 하나씩 안겨주고 사진까지 찍고 가셨다. 다시 한번 따뜻하게 서로의 갈길을 인사해주었다. 영국의 초겨울이었던 11월, 추위 속에 몸을 녹이러 온 카페에서 따뜻한 손난로를 얻고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1시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를 통해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얻고 그 마음을 알아준 아버님들을 통해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창밖 너머 보이는 유모차를 끄는 두 아이의 아버님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일어날 채비를 하였다. 그리고 마음속에 생각이 입밖에 작게 새어 나왔다.
여행의 시작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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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부터 로컬 여행자의 여정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마다
한 달에 1명의 여행자씩
짧고 간결하게
정보성이 아닌 '이야기'를 중점으로
여정의 길을 늘 갈망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일상의 지루한 틈을 타 짧은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험이 모여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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