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몽골] 꿈꿔왔던 지상낙원

몽골의 홉스골에서

by greenee


ep9.

꿈꿔왔던 지상낙원


여행이라고 늘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에 대한 설렘과 터무니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존재하지만 무슨 일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나도 몰랐던 외로움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와 동행인 언니에게만큼은 함께하는 동행 전원 모두 처음 보는 인연이었다. 돈독한 친구 관계인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 뉴페이스인 언니와 내가 합류가 된 여행이었기에 떠나기 전에 우려를 아예 안 할 수 없었다.


인천공항을 향하기 전 이것만은 자각하자!

그들이 함께 했던 세월과 추억에 새롭게 등장한 우리가 이들과 동등해지길 바라는 것은 거만한 생각임을 분명히 알고 선택한 여행임을.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나와 언니는 착하고 좋은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었다. 그리고 나의 자각은 얼마 안 가 여행이라는 커다란 설렘의 바닷속에 잠기게 되었다.



설렘에 가려졌던 예견된 이 이야기는 여행이 하루하루 흘러갈수록 물 위로 떠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의 애씀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나는 아무도 의도한 이들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겉도는 상황이 주어질 때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지금 당장 이곳 몽골에서 가질 수 없는 우애에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나도 몰랐던 나의 외로움을 발견하였다.


나도 한국에만 가면 저렇게 친한 친구들이 존재한데..ㅜ
나도 작년에 6명의 고등학교 친구들과 태국여행을 제대로 즐겼지..


여행을 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더불어 홉스골을 위해 3일 내내 이동에만 전념한 하루들로 여행의 재미가 떨어질 때쯤, 몽골여행을 괜히 온 것은 아닐까?라는 아이 같은 투정을 마음속으로 뱉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오는 외로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던 나는 데이터가 터지는 곳만 가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단체 페이스톡을 하며 잠시라도 나만의 우애를 채우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어린 나보다 성숙하였던 언니는 나의 여행 전 자각대로 네 명의 무리 친구들은 그 친구들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이해해주고 나는 나대로 알뜰히 챙겨주었다.


덕분에 나도 여행 후반부에 달려서야 여행 전 자각이 일깨워지면서 친구들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언니와 함께 했던 경험이 많았던 덕에 여행 성향이 잘 맞는 것도 깨달을 수 있어 다음 여행을 함께 기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만남만을 바라고 같은 만남에 조금은 지겨워했던 나 자신이 거만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그다지 불필요한 여행의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

이렇게 약간은 어린 생각 그리고 투정과 함께 고비사막을 지나 북쪽 홉스골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분명 고비사막에서는 건조한 햇볕이 온몸을 뜨겁게만 하였는데 이곳은 차가운 공기가 온몸으로 반겨주었다.


코끝에 지나치는 차가운 공기의 느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북쪽으로 진입하자마자 고비사막 외에 별 감흥이 없었던 남쪽보다 더 광명을 찾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곳 홉스골을 오기 위해 장차 2일 동안 물살 가르고 울통불퉁한 땅을 가르는 오프로드만을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한 번은 잠을 자다 눈을 떠보니 푸르공이 거대한 웅덩이 속에 반쯤 잠긴 상태로 질주하고 있었던 일도 있었다.


꿈인가


2박 3일 동안 이동 없이 지상에만 머무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참 몽골에 오면 별개 행복해진다.


DSC03830.jpg 홉스골 도착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던 며칠 전에 나는 어디가고 이곳을 위해 몽골 여행을 온 나 자신에게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상상만 했었던 지상낙원을 실사화시켜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물이 너무나 맑았다. 호수가 이렇게 맑을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다가 아닌가 싶었다.


수영하는 현지인들도 보였다. 가이드 언니는 이곳이 몽골에서 몽골의 바다라고 불린다고 하였다.


DSC03827-3.jpg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곳이 유독 오고 싶었던 큰 이유는 무료함의 평화를 진정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말을 타며 홉스골을 전경을 음미할 수 있었고


보트를 타며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그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이르러서야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앞으로 질주하였다. 목적지는 나도 모르겠다.



여러 여행을 하다 보면 목적지만을 향해 걸어가느냐 지금 행복한지 기쁜지 어떠한지 하나하나의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 바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 어떠한 장소에서 털썩 앉아 복잡한 지도가 담긴 핸드폰 대신 그곳의 풍경에만 집중하고 지나가는 바람만을 온전히 맞을 여유가 생길 때면 내가 어떤 기분인지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놀기의 달인


행복하다. 재미의 감정도 아닌 순간 삶의 만족도가 최상을 달리었다.


옆에서는 소들과 여러 동물들이 느긋하게 방랑하고 있다.


평화롭다. 이곳에서 즐긴 짧은 1시간은 10일간의 고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언니가 찍어준 인생샷


혼자 놀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동행 언니도 합류하였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인생샷이 나왔다.


기분이 더 째진다.


엄마 나 여기 맘에 들어


해가 지기 전 푸르공을 타고 10분을 달렸다. 그리고 가이드 언니와 게게는 우리를 홉스골 전경이 잘 보이는 언덕 앞에 내려주었다.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하였다. 귀찮다. 6명의 친구들 모두 언덕 중간만 올라가다 바로 내려왔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남았다.


가이드 언니한테 시간도 많은데 당당히 걸어가겠다고 선언 후 우리 여섯 명은 차로 10분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걸어갔다.


이렇게 먼 줄 몰랐다.


기분이 심하게 좋았나 보다.


몽골 아이들과 농구 한판


걸어온 것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가 없었다.


친구들과 언니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걷는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사촌들과 덧없이 걸으며 떠들었던 추억이 지나가서 그랬나 보다.


길을 계속 걸으니 진짜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두 아이는 재미지게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 노는데 염치없이 끼어들어보았다.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해 주었다. 정말 진심으로 착한 아이들이었다.


바이시테, 몽골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이제는 모두들 기력이 떨어졌을 때 숙소 앞마당에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났다.


삼겹살이다.


가이드 언니는 우리를 위해 미리 고기를 구워놓고 있었다.


모두들 옹기종기 모여들어 일손을 도우며 단란하게 식사를 하였다.


해가 지기 시작하였다. 이날의 노을은 특별했다.


하늘에 놓여진 구름의 끝만을 영롱하게 빛내주었다. 아까 비가 온지도 모르게



나 여기 며칠 더 있을래 제발



그동안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전부터 하나씩 쌓여갔던 좋은 않았던 감정들을 바로 홉스골에서 다 풀어주었다. 기대한 이상으로 좋았던 자연경관과 승마체험과 보트 탑승도 재밌었다. 언니와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한 시간 동안 걸었던 길과 도중 만난 몽골 아이들과의 잠깐의 농구를 하며 나의 동심을 일깨워줬다. 마지막 허기진 상태에서 먹었던 삼겹살도 모두 완벽하였다. 그리고 게르가 아닌 오두막의 숙소도, 따뜻한 물만이 반겨주었던 샤워실까지도 완벽했다. 그중에서도 혼자 마주했던 홉스골 호수가 편안한 기억으로 남는다. 주변에는 동물 말고 아무도 없고, 무성한 나무들과 맑은 호수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으며 여행 낭만을 쥐여주는 자전거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이곳에서의 추억들은 몽골을 두 번은 안 올 거라는 나의 마음을 가끔씩 바꾸어 놓지 않을까.






epilogue.

돌아가기 위해 다시 시작된 대환장 비포장도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홉스골은 너무나 달콤했지만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했다. 후


마지막 숙소까지 피날레가 완벽했다.


그래.. 홉스골이 너무 과하게 완벽했ㅇ..ㅓ


처음으로 게르나 오두막집이 아닌 일반 현지인 집에서 잤는데 여기서 역대급 벌레파티가 열렸다.


콩벌레 한 마린가~ 콩 벌레 두 마린가~ 세 마린가 네 마린가 다섯 마린가~


응~ 몇십 마리요~ 플러스 나방은 덤


이상하게 생긴 나방놈이 내 다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귀찮다는듯이 무심하게 툭 털어내었다.

나비 나방류 최고의 겁쟁이가 이런 면역이 생길 수 있는 곳, 몽골이다.


이불 위에서 파티 중인 콩벌레들

이렇게 보니 별로 없어 보이지만 정말 최소 30마리는 넘게 있었다. 리고 천장에는 나방들은 광란의 춤을 추었다.


저 자리로 말하자면 친구들이 침낭을 깔고 누워있던 자리였다. 나는 옆에 있어서 끝까지 침낭으로 버티다가 내 침낭으로도 침범하기 시작하여 다 같이 피신하게 되었다. 이날 진짜 날밤 샐뻔했지만 악을 쓰는 우리의 소리에 놀란 가이드 언니가 이 사태를 파악하고 1층으로 피신시켜 가이드 언니와 플러스 여섯 명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닭소리가 아닌 말울음이 아침잠을 깨워주고 코 옆에서 말과 함께 이 닦고 세수했던 이 숙소.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는 진짜 마지막 날이다.

울란바토르와 가까워진다. 곧 포장도로가 보인다. 포장도로의 길만을 올라타는 순간 우리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훠우~ 드디어 집에 간닥!!!!!


푸르공에 올라탄 6명의 여행자들과 2명의 여행 인솔자들 중 그 누구도 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어 보인 듯하였다. 그저 모두 제자리에서 집 간다는 생각에 해맑은 미소와 환호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환호와 함께 우리의 몽골여행은 막을 내렸다.



-

ep.10 부터는 한 달간의 유럽여행이야기다. 유럽여행을 통해서 로컬여행의 재미를 진정으로 느끼기 시작하였고, 첫 장기여행인만큼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던 여행이었다. 인간을 통해 여행의 상처도 받고 인간을 통해 여행의 이유를 다시 찾았던 내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던 여행이기에 오랜만에 회상하는 유럽 여행기가 나 또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쿠바 여행 때와 같이 시작과 끝의 짤막한 아티클로 몽골 여행 편을 마무리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VZuT-7cENVE



똑같은 장소, 똑같은 만남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가. 이 여행은 익숙함보다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그대의 메마름을 촉촉이 감싸줄 것이다. 특히나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지 않아 예측하지 못할 변수들이 가득한 꾸밈없는 이곳에서는 오히려 모험심이 매력이 되어 심심하게만 돌아가던 일상과 반대되는 자극을 더 해준다.


북쪽 홉스골에서의 살 떨리는 추위와 남쪽 고비사막에서의 삭막하게 건조한 더위가 공존하는 이곳의 한 여름에는 사계절의 옷을 필요로 한다. 유목민들의 전통 게르 구조상 반기고 싶지 않았을 재래식 화장실과 생각지도 못했던 초원 위의 천연 화장실부터, 지역 간 이동마다 땅의 지면을 온몸으로 느끼며 반나절 동안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까지 자연스레 익숙해진다. 인터넷은 마을을 들리지 않는 이상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자연만이 반겨주는 이곳이 때론 시간에 갇혀버린 듯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흘러갈 때도 있지만, 끝이 보일 것만 같지 않은 고요한 황야 속 방랑하듯 자유로운 동물들과 함께 달리는 푸르공 안에서는 뒤엉킨 잡념이 무의미해지고, 밤하늘 빼곡히 채운 별들은 어설프게만 빛내던 가로등 대신 칠흑같이 어두웠던 우리들의 밤을 찬란하게 빛내준다.



-

23년 6월부터 로컬 여행자의 여정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마다

한 달에 1명의 여행자씩

짧고 간결하게

정보성이 아닌 '이야기'를 중점으로

여정의 길을 늘 갈망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일상의 지루한 틈을 타 짧은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험이 모여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https://maily.so/moa.travelzin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