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하면 여행하는 사람들의 설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오로지 두려움의 감정이 나를 지배했던 기억이 있다. 10년 전 온 가족이 제주이주를 결정하고 제주행 비행기를 타던 날이었다. 전 날 이삿짐을 보낸 후 근처 사촌동생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공항으로 가는 길, 동생이 편지를 손에 쥐어주었다. 어디 먼 곳으로 이민 가는 것도 아닌데 그땐 왜 그리 마음이 힘들었을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 부부와 아직 어린아이 셋.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허둥지둥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오르자 진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비행기 안에서 동생이 써 준 편지를 읽으며 내내 눈물 흘리며 제주를 향했던 그날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