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김선영) 필사 문장 2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 김훈, [연필로 쓰기], p11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이 문장을 읽고,
내 마음에도 눈이 소복히 쌓였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장인의 마음으로
글을 쓰고, 또 쓰는 작가의 뒷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좋은 글과 문장을 볼 때,
나도 잘 쓰고 싶어 기웃거린다.
감탄하게 만드는 그림을 만날 때,
나도 잘 그리고 싶어 안달 난다.
그럴 때마다
글을 잘 쓰는 비법,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당장이라도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이 세상에 그런 비법, 방법은 없다.
오직 반복만이 비법이다.
반복의 힘,
꾸준함의 능력,
지루함을 이겨내는 지혜가
눈처럼 쌓인 지우개 가루인가 보다.
나만의 지우개 가루를 쌓으며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