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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Aug 06. 2023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Water Activity 자유수  

초콜릿 봉봉은 참 신기하다.

생크림과 버터를 초콜릿에 섞었는데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보관이 가능하다.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원리를 알 수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유화', '이멀전(emulsion)' 또는 '에멀전'이라는 현상 덕분이다.

Emulsion은 식품의 관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평소에 신경 안쓰고 넘어가서 그렇지 사실 유화 상태는 주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식초와 마요네즈가 대표적인 유화 상태이며 대부분의 소스도 이멀전 상태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멀전이 뭘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유화액(乳化液, emulsion 에멀젼)은 우유처럼 액체가 다른 액체에 콜로이드 상태로 퍼져 있는 용액이다. 주로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 사이에 일어난다.'라고 적혀있다.


쉽게 말하면 섞이려 하지 않는 물 분자와 기름 분자를 잘게 쪼개어 서로 아주 가깝게 붙어있게 만드는 것이다.

물과 기름은 원래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화제의 역할을 해주는 재료를 넣고 기계의 힘을 빌려서 유화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유화 자체에 대한 설명은 이정도로만 하고, 초콜릿 가나슈로 넘어가보자.

초콜릿 가나슈는 기본적으로 데운 생크림을 초콜릿에 섞어서 부드럽게 만든 형태이다.

초콜릿에는 카카오버터, 설탕, 카카오매스(화이트 초콜릿 제외) 등의 성분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카카오 버터는 기름(유지), 설탕은 친수성(물을 흡수함) 카카오매스는 팽창(물을 흡수하면서 부피가 확장됨)하는 성질이다. 


혹시 집에서 초콜릿을 만들려고 하는데 생크림을 초콜릿에 섞는 중에 허옇게 기름이 뜨거나 뭉글뭉글하게 분리된 경험을 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유화가 이루어지지않아서 기름과 수분이 뭉쳐지지 못하고 기름이 빠져나와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기름은 생크림의 유지방, 카카오 버터의 지방, 가나슈 레시피에 버터가 들어가면 그 버터의 유지방 등이 있다)


생크림은 보통 35%의 지방률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나머지 65%는 '물'이라는 뜻이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수치). 생크림을 추가함으로써 초콜릿에 '수분'을 집어넣게 되는데 그래서 적정 온도와 기계의 힘 등을 이용해 물 분자와 지방 분자를 잘 섞어주어야 한다.


미생물/박테리아가 자라는 조건은 '식품', '온도', '산도', '산소', '시간', '수분' 등이 있는데 초콜릿에 수분을 집어넣었으니 박테리아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최소하하는 방법이 바로 유화를 하는 것인데(유화를 해야하는 이유는 더 많이 있음) 박테리아가 자랄 수 있는 '물'을 다른 여러 입자들 사이로 분포를 시켜서 물 분자가 노출되거나 또는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이를 '결합수'라고 부르고, 결합되지 못하고 혼자 자유로이 떠돌아다니는 물 분자를 '자유수'라고 부른다. 아무도 그를 붙잡지 않고 떠돌아다니게 놓아두었기에 자유수는 박테리아를 품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이 자유수의 정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미생물이 자랄 환경이 줄어드는것이다. 수분이 가득한 사과나 크림빵을 상온에 오래 두면 곰팡이가 쉽게 피어버린다. 하지만 수분이 거의 없이 바삭한 비스킷이나 과자는 상온에 그냥 방치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바로 '자유수'의 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수의 활동은 Water Activity 또는 Aw로 표기하며 초콜릿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 물의 Aw를 1으로 표기하고 완전히 마른 상태를 '0'으로 표기한다. 식품이나 제품의 Aw는 그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며 예를 들어 0.75 또는 0.87 이런 식으로 표기된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수분량이 높은 것.


지난 번의 글에서 '다시마와 아몬드' 초콜릿 봉봉을 만들었을때 다시마 젤 부분의 수분량을 줄이지 못하고 너무 높게 두어서 수분이 프랄린 가나슈로 이동해버리고 젤 부분이 확 줄어든 것을 확인했었다. 초콜릿 봉봉을 한입 깨물었을때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하게 치아에서 잘리고 입 안에서 녹아드는 고급진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잘 만들어진 가나슈는 보통 0.84~0.75 사이의 Aw를 나타내는데(완전 정확한 수치는 아님) 촉촉한 가나슈의 경우 0.84~0.79 사이인 것 같고 프랄리네 등 견과류를 사용해서 촉촉하진 않더라도 좀 더 너티하고 고소하면서 마른 느낌의 필링은 0.79~0.70 사이인 것 같다. 프랄리네나 캐러멜을 사용하지 않은 일반 가나슈(퓨레나 생크림 사용)를 Aw를 낮추고자 너무 수분량을 줄여서 만들어버리면, 초콜릿이 건조하고 식감이 좋지 않게 된다. 그래서 억지로 너무 Aw만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필링의 온도를 잘 맞추는 것과 유화를 잘 시키는 것도 중요한 요소들이다. 


사용하는 제품과 레시피 비율에 따라서 Aw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보관하는 장소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도 Aw는 달라질 수 있고 Aw라 낮더라도 습도가 높은 환경이라면 당연히 더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다.

따라서 제품을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보관 환경이 잘못되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가나슈(또는 아무 필링)를 만들었는데 Aw 수치가 궁금하다면 그것을 계산해주는 기계가 있다. (비싸겠지...?)

하지만 각 입자들의 분자 무게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만든 제품의 Aw를 직접 계산해볼수는 있는데, 대략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만든 제품의 수분량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모든 제품에 다 적용이 가능한 건 아님)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더 진지하게! 진지한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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