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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Sep 30. 2023

초콜릿은 왜 초콜릿 맛이 나는 걸까?

초콜릿의 풍미가 형성되는 과정

초콜릿 맛의 스펙트럼 7가지 


초콜릿 맛의 스펙트럼은 7가지 기본 프로파일로 나눌 수 있다. (더 많이 나뉠 수도 있음)


1. 흙/땅의 Earthy (토양, 사향(musk), 트러플, 버섯 등)


2. 과일의 Fruity

 - 시트러스 Citrus(자몽, 레몬 등) 

 - 베리류 (블랙베리, 라즈베리(산딸기), 딸기, 블랙커런트 등)

 - 나무 열매 (체리, 살구, 복숭아, 사과 등)

 - 열대 과일 (파인애플, 바나나 등)

 - 건조 과일 (과일 조림, 건포도, 무화과, 푸룬 등)

 - 기타 (인공향)


3. 채소의 Vegetative

 - 신선한 (풀잎, 유칼립투스, 민트 등)

 - 조리된 (아스파라거스, 녹색 올리브, 블랙 올리브 등)

 - 건조한 (밀짚/건초, 찻잎, 토바코(담배) 등)


4. 캐러멜 Caramel (당밀, 우유, 버터, 버터스카치, 꿀 등)


5. 견과류의 Nutty (헤이즐넛, 호두, 아몬드, 땅콩 등) (*땅콩은 견과류는 아니지만 Nutty flavour)


6. 향신료의 Spicy (감초/아니스, 매운 고추, 후추, 시나몬, 바닐라, 커피 등) 


7. 꽃향의 Floral (장미, 바이올렛, 자스민, 시트러스 블로썸(예: 오렌지 블로썸) 등)



    초콜릿의 풍미는 여러 맛의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깊어지게 되고, 카카오의 유전적 성향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17개로 분류된 카카오의 화학적 성분에 포함된 750개 이상의 복합물들이 존재), 지역과 토질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고(기후, 흙, 주변의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식물들 등), 수확 후의 과정(발효, 건조, 로스팅, 콘칭 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카카오 빈(카카오 콩, 카카오 열매를 쪼개서 열면 안에 들어있는 과육에 싸인 씨앗들)은 수백, 수천개의 화학적 복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는 아래 과정들을 통해 초콜릿의 풍미에 주요 역할을 한다.




1. 발효 과정

  

  초콜릿 맛의 대부분은 잠재적으로 발효에서 결정된다. 카카오 포드(열매)안의 과육 펄프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카카오 빈에 맛의 방향을 심어준다. 이 카카오 과육은 약 80%의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도 (pH) 3.5에서 멸균이 된다. (pH 3.5는 산성이며 보통 식초의 산도가 pH 2~pH 3 정도이다)

   

    카카오 과육은 무산소 상태(anaerobic, 즉 밀봉 상태)에서 온도가 32-38'c 정도가 되면 1차 발효가 시작된다. 이 때 대부분의 당분(sucrose, 수크로스)이 과육으로부터 추출된다. 1차 발효 상태는 짧으며(1~2일) 여러 활성 미생물을 배출한다. 이 미생물들은 증식하고 효소 자가 분해(오토리스, autolysis)를 통해 수크로스를 환원당(단순 포도당과 글루코스)과 알코올로 변화시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 


    이를 통해 호기성균(아세트산균, acetobacter)과 유산균(lactobacter)이 형성되고 이는 2차 발효로 이어진다. 2차 발효는 더 긴 기간의 발효과정이며 유산소 상태(aerobic)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는 산소를 통하게 해서 곰팡이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고 균일한 발효를 촉진한다. 그리고 알코올을 산화시켜 비휘발성 젖산(유산, lactic acid), 그리고 발효성인 아세트산(acetic acid, 식초의 주요 산)으로 변화시킨다. 이 산들은 발효 과정에서 생긴 발열에 의해 약 50'c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간다. 이 과정을 통해 카카오 빈의 세포들이 천천히 분해되고 거기서 나온 효소가 카카오 성분 기질(주로 카카오 단백질)에 도달해 그들을 삼킴으로써 그들을 펩타이드 구성과 아미노산으로 바꾸어 폴리페놀을 부드럽게 바꾼다. 이는 알칼로이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과 나란히 있으며 초콜릿의 쓴 맛과 떫은 맛의 주요 성분이 된다. ( 2,5-diketopiperazines과 flavan-3-ols은 쓴 맛과 떫은 맛(수축성, 떫으면 혀의 미세 돌기가 수축하는 느낌이 든다)을 담당하는 주요 성분이다.)


출처  https://www.c-spot.com


    이러한 산화 과정은 특히 폴리페놀 효소의 산화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에 바로 초콜릿에 특유의 갈색을 부여하게 된다. 


- 밀봉 상태(무산소)에서는 설탕이 에탄올로 변한다.

- 유산소 상태에서는 에탄올이 아세트산으로 변한다.










2. 건조 과정


    갓 발효된 카카오 빈은 수분량이 60% 이상인데 이를 8% 미만으로 감소시키는 주요 과정이 건조 과정이다.  건조 방식으로는 전통적인 햇볕 건조(날씨 영향 받음)와 가마 기계 또는 다른 건조 기계로 하는 건조 방식이 있다.

    

    카카오 빈을 너무 빨리 건조를 시키면 카카오 빈에 건조한 겉껍질이 형성되어 수분을 가두게 될 수가 있다. 그러면 거기서 곰팡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너무 느리게 건조 시키면 쌓여있는 아세트산을 제거시키는게 지연될 수 있다. 잘 건조된 카카오 빈은 갈색을 띄게 된다. 



3. 로스팅 과정


     발효 과정을 통해 생성된 복합물은 가열되었을 때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통해 더욱 발전하게 된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에 의해 아미노산이 갈변하는 현상인데 '멜라노이딘(melanoidins)'이라는 새로운 갈색의 복합물을 발생시킨다. 멜라노이딘이 초콜릿의 색깔을 띄게 한다. (*마이야를 반응은 캐러멜화와 다르다. 캐러멜화는 단순히 설탕이 갈변하는 현상이며 아미노산이 관여하지 않는다)


    마이야르 반응은 탄닌을 발생시키는데 그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중립적 수준의 플로바펜(phlobaphenes)은 초콜릿의 풍미를 덜 쓰고, 덜 떫게 하며 알데하이드, 파이라진 등 다양한 아로마 화합물을 발생시킨다.


출처  https://www.c-spot.com

 

    이러한 화학적 반응 외로,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온도, 로스팅 시간, 로스팅 곡선(로스팅의 강약에 변화를 주는 과정, low-high-low, etc) 등이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로스팅 과정은 초콜릿의 최종 풍미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카카오 닙스나 카카오 마스로 부수지 않은 카카오 빈(whole cacao bean)이 훨씬 풍미의 발전에 좋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 빈을 감싸고 있는 겉껍질이 아로마 성분이 날아가지 않게 잘 잡아두기 대문이다. 






 



4. 콘칭 과정


    초콜릿의 전반적인 맛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마지막은 바로 콘칭conching이다. 


                    

    콘칭 과정은 카카오 빈이 풍미를 변화시키고 구조가 변화하고 수분이 감소하고 더욱 부드러워지는(유화가 더욱 잘 된) 모든 것에 기여한다. 콘칭을 통해 수분이 더 증발하고, 잔여 아세트산이 제거되고 다른 휘발성 화합물들이 증발하면서 더욱 고도의 풍미가 발생하게 된다. 콘칭은 단순히 이런 화학적 복합물에만 관여하는 과정은 아니다. 콘칭을 하는 속도, 마찰력, 발열 등에 따라서 초콜릿 풍미의 결과에 변화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콘칭을 더 오래할수록 더 부드럽고 균일한 텍스처와 풍미가 생긴다. 콘칭은 사실 단순히 그러한 요소만 다룬다기 보다, 실제로 더욱 복잡한 과정이라고 한다. 

    

    콘칭 과정을 통해 카카오 입자들이 카카오의 지방 분자를 감싸게 되고 이 다발들이 초콜릿이 혀에 닿았을 때 천천히 맛을 내뿜게 된다. 콘칭을 거치지 않은 초콜릿은 훅 찌르는 초콜릿 맛과 거친 입자를 가진 무균일적인 초콜릿 덩어리이다. 그러나 콘칭을 지나치게 하게되면 초콜릿의 풍미가 날아가버리고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한, 풍미가 부족한 초콜릿이 되어버린다.


    콘칭은 카카오 솔리드(건조 입자들)를 카카오 버터 입자에 분산시켜주고 초콜릿을 더욱 부드럽고 흐름성있게 해줌으로써 초콜릿의 텍스처에 아주 크게 기여한다. 초콜릿 미립자의 단위는 미크론/마이크론(a micron)으로 나타내는데 1 마이크론은 1미터의 백만분의 1이다. (1 metre의 100만분의 1 = 1 micron)

마이크론 숫자가 작을 수록 더욱 고운 입자를 나타낸다. 콘칭은 초콜릿 입자를 작고 고운 마이크론으로 쪼개주는 역할을 하지만 역시 너무 지나치게 입자가 고와지면 풍미가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좋은 콘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의 혀는 12 micron 이하는 껌과 같다고 인식하게 된다. 단맛을 느끼기에 이상적인 사이즈는 16-25 micron이라고 하며 이 때 초콜릿이 벨벳같이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각각의 과정은 그 역할을 통해 초콜릿의 풍미에 미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여기서 각각의 과정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초콜릿은 각 과정이 하나하나 수행하는 개별적인 역할보다 훨씬 더 높은, 발전된 수준의 풍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즉, 각 과정이 1이라고 했을 때 단순 합으로서의 총합은 4이지만 실제로는 7, 8처럼 4 이상의 결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초콜릿 생성 과정







카카오 포드 - 열어서 카카오 빈 분류하기 

카카오 빈과 과육 - 발효 - 건조 - 분류하기

건조된 카카오 빈 - 세척 - 로스팅 - 위노잉(불순물 제거)

로스팅한 카카오 빈 - 그라인딩 - 카카오 매스로 변환 - 압착 - 카카오 케이크(덩어리)와 카카오 버터로 분류

카카오 케이크 - 분쇄, 거름 - 카카오 파우더

당분과 카카오 마스 혼합 - 페이스트 형태로 변환 - 정제 - 카카오 플레이크 형태(Flake) 

카카오 플레이크와 카카오 버터 (+ 바닐라, 유화제) 혼합 - 콘칭 - 다크 초콜릿 탄생




















내가 초콜릿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초콜릿에 정말 수많은 화학 물질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아주 섬세하게 풍미가 바뀐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적 효능까지 :)


초콜릿 바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제 초콜릿을 먹을 때 손에 쥐어진 그 초콜릿 한 조각이 얼마나 다양한 공정을 거쳐 완벽한 제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떠올려보고, 그것에 감사한다면 더욱 소중한 초콜릿 미식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https://www.c-spot.com/atlas/chocolate-flavor-prof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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