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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Dec 03. 2023

에콰도르 산지의 고귀한 풍미

초콜릿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야! (자세한 후기 포함)

호주 멜번의 작은 초콜릿 가게 URKU.

Urku 샵의 공동 창업자이자 담당자인 Seb Alarcon은 에콰도르 출신이다.

'Urku'라는 단어는 에콰도르 언어로 '산, 산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는 에콰도르의 카카오 농장과 협업을 맺고 생산된 tree to bar 초콜릿을 판매한다.


Urku 가게에 들어서며 반짝이는 눈으로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Seb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가 초콜릿 관련 업계에 일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그는 종종 관렵 업계 종사자가 오면 대화를 나누면서 벌써 알아차린다고 한다.


몇 가지 제품을 시식하면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Urku에는 Herencia와 Lua 그리고 Kallari의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번에 직접 구매한 Herencia와 Lua, 두 농장의 초콜릿 모두 에콰도르의 각 농장과 협업을 맺은 Tree to bar 제품이다.


나는 Lua 농장 초콜릿의 3가지 제품인 75%, 85%, 95% 초콜릿과 Harencia의 3개월 세다 우드 에이징 초콜릿(3 month Cedar wood aged cacao)을 구매했다. 



Lua chocolate


Lua에서는 단 4가지 제품, 65%, 75%, 85%, 95% 다크 초콜릿만 생산, 판매 함으로써 품질 유지에 신경을 쓴다.

그 중 75% 초콜릿 바는 2019년 에콰도르의 La Gran Barra Dorada 최고 다크 초콜릿 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 런던의 Academy of  Chocolate의 은상을 수상하였다. 같은 해 85%와 95% 초콜릿 바는 동상을 수상하였다. 



Academy of Chocolate은 영국에서 설립된 단체로 품질 좋은 초콜릿과 그 생산 및 제조를 지지하기 위하여 매년 초콜릿 시상식을 하는데 빈투바, 트리투바 초콜릿 등에서 수상된 초콜릿에 그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러한 수상은 카카오 농장의 지속과 발전에 도움이 되며 품질 유지와 개선 및 좋은 초콜릿 생산과 문화에 기여하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것 같다.




에콰도르와 페루는 좋은 카카오 생산지로서 꽤나 섬세하고 소량 생산으로 재배되는 카카오들이 에콰도르와 페루에서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카카오 종류에 관한 글


Lua 농장에서는 에콰도르산 Nacional 카카오를 재배한다. 

농장의 환경이나 사람에게 해가되는 농경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제품 포장 종이는 100% 사탕 수수 섬유질로 만들어 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포장 종이를 사용한다.


아래 영상은 Lua chocolate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영상에 나오는 카카오를 보면 얼마나 통통하고 예쁜지, 그 색감도 아주 쨍한 것이 정말 아름답다.





Lua에서는 카카오의 재배, 수확, 발효, 건조 과정까지 마친 후 농장에서 꽤 떨어진 과야킬Guayaquil(에콰도르의 도시 중 하나)의 농장으로 건조된 카카오 빈을 옮긴다. 그리고 로스팅, 120 시간의 콘칭, 템퍼링, 몰딩을 거쳐 초콜릿을 만든 후 포장까지 해서 제품을 완성시킨다. 이렇게 트리투바, tree to bar, 카카오 나무에서부터 초콜릿 바로 나오기 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카카오의 재배에서부터 환경, 직업 윤리 등 많은 부분의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초콜릿은 카카오의 탄생부터 모든 정성이 초콜릿 안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좋은 초콜릿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초콜릿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카카오 재배자 및 생산, 판매자들이 계속 좋은 카카오 품질을 유지하고 좋은 초콜릿 생산을 이어나갈수 있도록 지지를 하는 것이므로 선순환이 이어진다.


아래는 Lua 초콜릿을 음미한 개인적인 경험이다. 

초콜릿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맛과 향,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하겠다. 또한 같은 사람이 먹어도 언제 음미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참 재미있다.



 



LUA 75% DARK CHOCOLATE

- Oak, woody | 오크, 나무향

- Light chestnut | 연한 밤의 풍미

- 살짝 후추향과 맛이 돈다.

- 강렬하고 진한 느낌

- 베리에 섞인 감귤 껍질 풍미

- 어마무시한 향 (초콜릿을 맛볼 때 그 느낌을 빠르게 메모해두는데 이렇게 적어두었었다)

- 포도 껍질 채 씹는 단맛 (포도 알갱이만 먹을 때와 껍질 채 씹는 맛은 확연히 다르다)

- 미쳤다. (역시 수상 받은 초콜릿의 위엄. 내가 적은 것이지만 꽤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나보다.)



LUA 85% DARK CHOCOLATE

- Thick cacao (뻑뻑하게 감싸는 느낌) | 진하고 묵직한 카카오 매스

- 뻑뻑, 군고구마 느낌

- 부드럽고 온화한데 묵직하다.

- Super nutty

- 식물향 | Green leafy flowers (식물에서 나는 초록초록한 향)

- Fresh forest | 신선한 숲내음

- Soil, tree bark | 흙내음, 나무 껍질

- Toasted almond | 구운 아몬드

- 마치 fire place를 연상시킨다.

- 겨울철에 어울리는 초콜릿

- 쌉쌀함 뒤에 베일에 쌓인 산미가 사르르 벗겨진다.

- 중후하면서 온화한 느낌

- 톡쏘는 느낌은 없음



LUA 95% DARK CHOCOLATE

- Very strong acidity | 굉장히 강한 산미

- Raspberry | 산딸기

- Tobacco | 토바코, 담뱃잎 (탄 느낌)

- 혀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풍미

- Burnt wood chips | 태운 나무 조각


각각의 초콜릿이 같은 농장 부지에서 생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장지의 앞면과 뒷면.

재료명(Ingredients)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신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Lua 초콜릿의 특징은 바로 재료가 단 2가지라는 점!

(카카오 버터가 추가되지 않았다!!!)

카카오 매스와 설탕. 끝.


따라서 식감이 보통 커버춰 초콜릿보다 살짝 거친 느낌은 들지만 가공되지 않은 빈투바를 먹는 그런 불편한 거친 식감은 없다. 꽤 부드러운데 다른 커버춰 초콜릿들보다는 혀에서 좀 더 거친 느낌 정도이다.

카카오 매스에도 일정량의 카카오 버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카카오 버터 함량이 아예 0%는 아니지만 보통 초콜릿을 만들 때는 추가적인 카카오 버터가 들어간다. 하지만 Lua의 초콜릿은 단지 카카오 매스와 설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레시틴과 바닐라도 들어있지 않을 정도로 카카오 자체의 품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레시틴이 없기 때문에 Lua 초콜릿을 템퍼링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레시틴은 카카오 버터의 움직임을 돕기 때문에 템퍼링에 도움을 준다. 레시틴이 없다고 템퍼링이 안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레시틴이 포함되지 않은 초콜릿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템퍼링을 해야한다고 한다)




Lua 초콜릿 바에 들어있는 초콜릿 맛보는 방법이 적힌 카드와 Lua 초콜릿에 대한 설명.



다크 초콜릿이지만 모두 색감과 질감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95%의 경우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매끄러움이란 찾아볼 수 없고 꽤나 거칠고 뿌연 느낌이다.

카카오 함량이 무려 95%로 굉장히 높기 때문에 (즉 설탕이 5%) 그만큼 카카오 매스의 함량도 높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칠 뻔 한 포장지의 옆면.

건조, 로스팅, 콘칭에 대한 정보와 함께 카카오 수확일, 종류(나씨오날), 발효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있다.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명시해두고 자랑스럽게 판매하는 초콜릿과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향기'는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고급진 경험을 하려해도 하수구 냄새가 난다면 정말 끔찍한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별 것 아닌 것을 경험하더라도 좋은 향기가 난다면 강하게 좋은 경험으로 각인될 수도 있다.


Urku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을 구매하면 아주 향기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와 쇼핑백을 여는데 포장 종이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카카오의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닿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만족스운 경험이 된다.




Herencia Esmeraldas


Urku 초콜릿 가게에서 구매한 또다른 특별한 초콜릿.


Herencia 농장의 초콜릿 종류에는 바나나, 망고 등의 다른 맛이 첨가된 초콜릿들도 있으나, 특별한 점은 cedar wood(삼나무)에 숙성된 카카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각각 1개월, 3개월, 6개월 삼나무에 숙성한 카카오를 이용한 초콜릿이 있다. 세 가지 모두 카카오 함량은 78%로 동일하다.





에이징 초콜릿?

초콜릿 숙성에 대한 글은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

(궁금하신 분들은 '진지한 초콜릿'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D )


-


Herencia Esmeraldas - 3 month Cedar Wood Aged Cacao 78%

3개월 삼나무 숙성 카카오 다크 초콜릿

- 산딸기

- Soft, fruity, orange

- Super fruity, floral | 진한 과일 풍미, 꽃

- Spice | 후추 등의 스파이스 향

- 유과! 완전 유과 느낌 (개인적으로 찾은 가장 유사한 맛의 느낌)

- 미쳤다. (또 나옴)

- 망고

- 혀에서 매끄러움 | glossy on the tongue

- super smooth

- cedar wood의 향이 스윽 나옴


정말...황홀하다.

포장지를 열면 거친 나무향이 푸욱~하고 뿜어져 나오는데 초콜릿 조각을 입에 넣으면 냄새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과일향이 환하게 퍼진다. 신기하다 신기해...!


(*추가* 이 글을 작성 후 약 2주?가 흐른 지금 다시 같은 초콜릿을 맛보는데 엄청 꼬소한 아몬드 맛이 나고 시트러스의 쌉싸름하면서 새콤한 향이 훅 치고 들어와서는 은은한 나무향과 후추향이 감싼다)



기계로 짠 초콜릿 자국이 초콜릿 바 뒷면에 있는게 좀 재미있어서 찍어보았다.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Lua chocolate과 Herencia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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