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LATE의 진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인데 이틀 전 밤, 자다가 목이 쎄하게 아파서 새벽에 깼다.
침을 삼키기도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출근하고 나서는 컨디션이 많이 나쁘지 않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몸이 다시 안 좋아졌다.
현재 내가 있는 이곳은 다른 나라들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다.
12월, 여름이 되었다.
여름이 되어서 딱히 추운 날도 아닌데 이런 목감기가 걸리다니.
컨디션이 말짱꽝이 되어버렸는데 다행히 오늘은 휴일이라 집에 있는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역시 다크 초콜릿이지.
에너지 레벨이 낮아지고 기운이 좀 빠진다 싶으면 다크 초콜릿을 냠냠 먹어준다.
그러면 에너지가 좀 충당되는 것 같다.
게다가 입맛도 없어서 딱히 뭘 먹고 싶지는 않은데 배는 고플 때,
다크 초콜릿 만한 녀석이 없지.
지금은 발로나의 칼링고 다크 초콜릿을 먹는 중.
칼링고는 그레나다 싱글 오리진 다크 초콜릿으로 발로나 초콜릿에서 출시한 제품이다.
발로나 초콜릿은 기본적으로 3kg 포장으로 판매되는데 대량 생산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한 번 구입으로 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유튜브에 올리는 초콜릿을 만들 때도 칼링고를 많이 활용했고, 그냥 커버춰 자체로도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
정말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아주 은은한 산미가 돌고 꽃향기 같은 꿀내음이 나는 초콜릿.
65% 카카오 함량이라 쓴 맛은 적고 굉장히 온화하다.
다른 초콜릿을 먹다가 칼링고를 입에 넣으면 그 순간 풍부하게 퍼지는 부드러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음~.....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칼링고. 그리고 매우 산뜻하다. 다크 초콜릿이 어떻게 산뜻할 수가 있지싶겠지만 뭔가 정말 산뜻한 느낌이 난다. 이게 바로 dash of peppermint의 힘인가.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와.....진짜 이렇게 깔끔하게 부드러울 수 있나.
풍미를 느끼는 신경에 온갖 화사함을 전해주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사실 같은 초콜릿을 먹어도 먹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느껴지고 받는 느낌도 다르다.
초콜릿은 재미있다.
언제 먹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
더군다나 특별한 초콜릿을 가지고 있을 때면 단순히 단 게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그 초콜릿과의 순간을 즐기고 싶어서 완벽한 순간을 위해 기다리게 된다.
너무 배가 고파서도 안되고 너무 배가 불러서도 안되는 그런 순간.
너무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
한 종류의 초콜릿이 품고 있는 흙, 바람, 불, 햇볕, 그리고 거쳐온 모든 과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고요하고 온전한 순간이 필요하다.
초콜릿을 음미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초콜릿을 두고 다른 상황과 다른 시간에 음미해보기를 추천한다. 예상치 못하게 색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을 것이다.
애정있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초콜릿 상자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선물의 대명사가 되기는 하였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초콜릿은 조금 다른 의미로서의 초콜릿이다.
필링이 든 초콜릿 봉봉 상자도 물론 좋지만, 특색있는 싱글 오리진 초콜릿들을 골라보는 것도 매우 색다른 재미가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와인을 즐기는 사람, 차를 즐기는 사람, 미식을 즐기는 사람, 심지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은 다크초콜릿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그것을 고르는 마음부터 상대방이 겪을 색다른 경험까지 모두 총체적인 선물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물론, 자기 스스로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된다.
가만히 앉아서 초콜릿을 한 입 입에 넣으면 정말 눈이 저절로 감기고 다른 세상으로 몇 초간 여행을 하다 돌아오는 것 같다.
한 종류의 음식에서 견과류, 과일, 흙, 나무 껍질, 꽃, 단맛, 탄맛, 신맛, 쓴맛 이런 게 다 느껴지는 것이 참 신비롭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은 우리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유사한 것들로 정의해놓은 것이지 결국에는 '초콜릿'이라는 것 자체가 그 모든 맛을 품고 있기에 초콜릿 맛은 초콜릿 맛 하나이다.
초콜릿은 마치 인격이 있는 사람같다.
개개인의 성격이 다르듯이 초콜릿도 모두 다른 성격(맛)을 지닌다.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성격, 성질, 기분이 달라지듯이 초콜릿도 상황에 따라 맛, 느낌, 풍미가 달라진다.
사람도 누구를 대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다르듯이 초콜릿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서 진가를 발휘한다.
초콜릿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이 그저 '아, 초콜릿이네?'하고 입에 넣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진정으로 초콜릿을 즐긴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을 큰 기대감 없이 한 입 맛보려다가 '엇?'하고 순간의 멈춤이 생기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초콜릿과 관련된 재미있는 문구 두 개로 글을 마치겠다.
Never too late for chocolate.
I only love one pain in my life. Pain au chocol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