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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Dec 11. 2023

간식이 아닌 가치

좋은 초콜릿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책 사는 이만원은 아끼면서 저녁에 삼만원 하는 치킨은 고민도 없이 사더라.'


정확하진 않더라도 같은 의미의 저런 문구였다.

왜 우리는 같은 가격이라도 어떤 것에는 쉽게 소비를 해버리고 다른 것에는 쩔쩔 매는 걸까?

그건 바로 상품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과태료 10만원 vs 좋은 술 한병 10만원?


휴가를 간다.

괜찮은 숙소를 예약하려면 하룻밤에 최소 5만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점심 한 끼에 5만원을 쓰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전동 킥보드가 30만원에 판매 중이다. 평소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세일 중이다. 가볍게 구매할 수 있다.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30만원짜리 지갑을 샀다. 조금 큰 지출이라 한편으론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분명 같은 금액의 소비지만 그에 따른 '감정'이 다르다. 

스스로가 부여한, 또는 느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소비란 무엇일까?

매일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품질 좋은 물건, 나만의 물건, 나만의 특별한 소비가 있는 사람들은 그 소비가 가져다주는 가치와 즐거움을 알 것이다.



선물은 남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사는 좋은 향수,

특별한 날 신는 좋은 신발,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좋은 음식,


자신이 먼저 특별해 질 줄 알면, 어떤 것에 대한 '가치'를 배우게 되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에게 전해져오는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의 마음에는 두 가지 늑대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착하고 사랑스러우며 기쁘고 희망찬 늑대, 다른 하나는 악하고 화내며 질투와 욕심이 많은 늑대이다. 아이가 두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둘 중 네가 밥을 주는 쪽이 이긴다고 대답했다.


같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쪽에 소비를 한다면 그것은 행복한 소비가 될 것이다.



"이 초콜릿을 구매함으로써 당신은 에스멜라다 지역의 카카오 농장의 고대 전통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에 기여합니다. 당신의 지지는 소규모 농부 집단에 그들과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합니다."



좋은 초콜릿의 가치란 무엇일까?


초콜릿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식품이면서도 저급스러운 식품이 될 수도 있는 양면적인 존재다.


나는 초콜릿에 대한 소비에 관대하면서도 엄격하다.

관대한 이유는 좋은 초콜릿에 대한 구매와 도전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이유는 그 초콜릿이 정말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서 따지기 때문이다.


좋은 카카오 품종이 좋은 초콜릿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순수 혈통 카카오 품종들이 파괴되었으며, 농부와 연구자들은 접목을 통해 카카오 품종을 지키고자 한다. 


며칠 전, Urku chocolate의 오너인 Seb과 대화를 나누다가 에콰도르를 대표하는 카카오 품종인 Nacional(나씨오날)을 지키기 위해 Seb도 접목 작업을 에콰도르에서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급 품종이자 흔치 않고 귀한 나씨오날 카카오 품종은 섬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접목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나무가 그냥 죽어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 훌쩍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해야한다고 한다.


현재 나씨오날 카카오 품종은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고 적어서 100% 나씨오날 품종만으로 나오는 초콜릿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에콰도르의 좋은 카카오 부지를 지키고 좋은 초콜릿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좋은 초콜릿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카카오로 만들어졌는지, 그 카카오 농장의 특성은 어떠한지, 주변 작물은 어떠하며 자라는 환경은 어떠한지,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등 길고도 긴 여정이 담겨서 손바닥만한 작은 태블릿 형태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특정 경우는 초콜릿 회사에서 어떤 카카오 농장과 협업을 맺어 초콜릿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상호간의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다. 


이런 초콜릿을 구매할 때, 나는 가치있는 소비를 한다.

그 초콜릿을 시식할 때, 오감이 열리고 특별한 경험을 한다.


매일 같은 삶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인 초콜릿을 탐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마치 퇴근 후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하는 것 같달까.


초콜릿은 스쳐지나갈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삶 자체가 될 수도 있다.

계속 고체 형태를 유지하다 체온에 닿으면 사르르 녹는 신비로운 이 물질.

당신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추가로 하나 더, 신기하게도 같은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인데 카카오 함량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정말 흥미롭다. 당도가 달라지는게 아니라 느껴지는 풍미와 식감이 확~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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