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 나씨오날 Arriba Nacional
호박에 애호박, 단호박, 버터넛 호박 등 다양한 호박이 있듯이 카카오에는 여러 품종이 있다.
(품종에 관한 글)
그 중 최고 등급은 크리오요Criollo와 나씨오날Nacional로 손꼽을 수 있다. 크게 분류하면 나씨오날도 크리오요의 종(strain)에 속한다.
나씨오날, 또는 아리바 나씨오날Arriba Nacional은 에콰도르산 카카오 품종이다.
에콰도르의 서늘한 산지 기후에서 자라며 에콰도르의 자랑스러운 카카오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링크 글에서도 적어놓았듯이 순수 혈통 나씨오날은 현재 정말 멸종 위기이며, 그래서 이전 글에 언급한 Urku chocolate의 Seb도 나씨오날 품종 유지 및 보호를 위해 접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 품종을 간단하고 크게 분류하자면 순수 혈통 크리오요Criollo와 아무개(?) 포라스테로Forastero라고 볼 수 있다. 크리오요는 섬세하고 다채로운 풍미에 건강적 효능도 높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관리와 재배가 어려운 품종이다. 그에 반해 포라스테로는 풍미가 떨어지고 건강적 효능도 크리오요보다 적지만 병충해에 강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카카오 품종이다.
에콰도르에서 섬세하고 고운 카카오가 자라는데, 초콜릿 생산자들이 이 카카오는 어디서 온 것이냐고 물으면 농부들이 'Cacao de arriba'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해석하면 강 윗쪽에서 가져왔다는 것인데 이 말을 유래로 카카오 품종 이름이 Arriba Nacional이 되었다.
크리오요/나씨오날 품종의 우수성은 그 명성을 떨치며 에콰도르 카카오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두 번의 큰 병충해 사건으로 인해 에콰도르 국가 전체에 나씨오날 품종의 생산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하나는 마녀의 빗자루 질병이라는 곰팡이를 유발하는 'Moniliophthora perniciosa'라는 카카오 나무 병충해로 많은 카카오 나무에 피해를 입혔다. 다른 하나는 'Moniliophthora roreri'라는 질병으로 카카오 열매가 서리를 입으며 썩어가면서 하얗게 변하는데 알록달록하고 통통해야할 카카오 열매가 하얗게 썩어버린 사진을 보니 차마 마음이 아파서 못올리겠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는 에콰도르 연안의 카카오가 순수 나씨오날 품종이었다. 하지만 병충해 사건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 농경학자들은 크리오요와 포라스테로 품종을 접목시킨 하이브리드형 카카오 품종인 트리니타리오Trinitrio를 개발해낸다. 이 품종의 재배는 병충해에는 강해 카카오의 생산 유지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맛과 품질은 크리오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내게 된다.
병충해로 막대한 카카오 손해를 본 에콰도르는 국가의 큰 사업 중 하나인 카카오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하이브리드 카카오 품종을 생산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CCN-51 품종이다. 이 품종은 맛과 향보다는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성에 중점을 둔 품종 개발이었다. 그래서 나씨오날 품종에 비해 풍미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역시 생산성은 강해 카카오 생산을 유지하게 되었다.
모든 하이브리드 카카오가 CCN-51은 아니며, 순수 나씨오날과 다른 품종을 접목한 비율에 따라 단계별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최상의 나씨오날 품종을 재배하는 아주 소수의 지역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이 Manabi 지역)
흔치않고 귀한 카카오 품종인 나씨오날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계속 좋은 카카오 생산과 초콜릿 산업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글을 마친다.
CCN-51 품종에 관한 글
(참고: https://cacaolaboratory.com/blogs/news/arriba-nacional-the-pride-of-ecu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