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를 느낄 수 있다면
카카오의 역사는 고대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카카오 열매를 신이 주신 선물로 여기고 숭배하였다.
당시 이들은 카카오를 갈아서 음료로 마셨으며 칠리(고춧가루)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 때는 설탕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화끈하고 쓴 음료라고 추정된다.
16세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카카오 열매를 유럽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유럽에서 카카오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카카오에 설탕을 섞기 시작하면서 초콜릿이라는 것이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설탕의 위력이란...!)
초콜릿을 먹는 것은 행복과 연관되어 있다.
와인을 마시는 것이 분위기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듯이,
소고기를 먹는 것이 특별한 날과 연관되어 있듯이,
특정 음식이 특정 분위기나 상황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나 상황이 이미 우리 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특정 감정을 더욱 잘 불러일으킬 수 있다.
초콜릿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섭취된다.
녹여서, 굳혀서, 얼려서(아이스크림), 구워서(브라우니, 케이크 등) 등등 온갖 형태로 우리는 초콜릿을 먹는다.
게다가 초콜릿은 하트, 네모, 구형, 사람, 동물 등 어떠한 모양이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다.
초콜릿이 이렇게 중독성있고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초콜릿에 존재하는 약 380여개의 화학물질이 실제로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설탕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진부하니 설탕은 배제하고 카카오 그 자체에 포함된 화합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초콜릿에는 알려진 것만 해도 약 380여개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는데 진지한 초콜릿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테오브로민, 카페인,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각종 미네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초콜릿에 있는 성분 중 뇌에 마치 마약과 유사하게 작동하는 성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마약의 시초가 된 성분들이 자연 발생에서 유래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다행히 초콜릿에 포함된 성분들의 함량은 극소량이라 마약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 번에 어마무시하게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하는데 체중 약 60kg의 사람이 한 번에 11kg 정도의 초콜릿을 섭취해야하며 그 중에서도 소화로 흡수되는 양과 뇌로 전달되는 양을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으니 초콜릿 섭취로 인한 마약 수준의 중독 따위는 걱정 조차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발로나 초콜릿 큰 것 한 봉지가 3kg이니 대략 3.6봉지를 한 번에 먹는다면...또는 초콜릿 바가 70~90g 사이니 122~157개의 초콜릿 바를 해치워야 하는 정도...아마 high 해지기 전에 구토하며 실려가지 않을까?)
아무튼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올라가며 '업'되는 것은 사실이다.
초콜릿에는 흥미로운 성분이 있다.
오피오이드Opiod는 아편성 진통제 성분으로 아편(양귀비)에서 발견된다.
오피오이드는 고통을 줄여주고 유포리아(행복감, 희열)euphoria를 느끼게 해주는 성분으로 알려져있다.
미시건 대학의 Adam Drewnowski 박사는 초콜릿이 뇌가 자연적으로 opiate(아편제)를 발생시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직 카카오 자체의 성분 때문인지 초콜릿의 설탕과 포화지방 때문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Emmanuelle diTomaso 박사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Daniele Piomelli 박사 또한 초콜릿의 특정 화학 성분이 어떠한 작용을 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초콜릿의 화학물질들이 직간접적으로 카나비노이드처럼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직접적인 부분은 초콜릿의 화학 성분이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카나비노이드처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고, 간접적인 부분은 초콜릿이 아난다마이드anandamide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는 카나비, 즉 마리화나(대마)처럼 행동하는 물질이다. 마리화나의 활성 물질은 THC(tetrahydrocannabinol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이라고 하는 물질인데 우리의 뇌에는 THC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다. THC가 이 수용체들에 결합하면 흔히 말하는 하이high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초콜릿에 THC 성분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니 초콜릿을 먹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초콜릿을 먹는 것이 어떻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
초콜릿(카카오)에는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라는 지질(지방) 성분이 있다. 아난다마이드는 (초콜릿을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 뇌에서 벌써 흔하게 발견되는 물질이다. 아난다마이드는 뇌의 THC 수용체와 동일한 수용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THC와 같이 붕 뜨는 희열감을 느끼게 해주는 지방질이다.
뇌에 자연적으로 아난다마이드가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항상 행복감을 느끼거나 희열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 이유는 아난다마이드는 아주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지 그저 미소를 짓게 해 줄 만큼조차도 머무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글을 작성하기위해 '아난다마이드'에 대해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하니 벌써부터 나오는 게시물들이 '한국인은 행복할 수 없다', '한국인은 아난다마이드 수치가 낮다' 등등의 글들이었다. 이런... 안타깝다. (그러니 진작 초콜릿을 자주 먹었으면 자연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데!) 움파룸파족들이 시도때도없이 웃음이 터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그래서 초콜릿을 먹는 게 왜 행복감과 연관이 있을까?
초콜릿을 먹는 것이 아난다마이드를 직접적으로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콜릿의 화학물질은 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아난다마이드가 빠르게 분해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해한다고 한다. 게다가 초콜릿 자체에도 어느 정도의 아난다마이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성분은 아난다마이드 수용체를 활성화 시키거나 아난다 마이드 수치 자체를 높여준다.
초콜릿을 먹는다고 마치 약성분에 취한듯한 효과를 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아난다마이드는 아주 짧은 지속기간을 가지고 오직 두뇌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음식물로써 섭취되기 때문에 초콜릿의 성분들이 뇌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소화기관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초콜릿에 아난다마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뇌로 가서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초콜릿이 우리의 기분을 향상시켜준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JS James의 'Marijuana and chocolate' 논문에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리화나를 초콜릿과 함께 처방하여 마리화나 복용양을 줄이고 비용과 위험성을 절감하도록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콜릿에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암페타민amphetamines과 연관이 있다. 암페타민과 유사하게 페닐에틸아민은 혈압과 혈당을 상승시키는 각성제의 역할을 한다. 또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의 묘약'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 성분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을 뛰게 만들어 마치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초콜릿의 어떠한 특정 성분이 어떠한 특정 작용을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초콜릿에는 매우 다양한 천연 화학물질이 존재하고 그들은 복합적으로 활동한다.
또한 초콜릿을 먹는 사람과 상황, 기분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초콜릿을 받거나 먹는다고 기분이 나빠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자연적으로 아난다마이드 분비가 적어서 성과를 내서 느끼는 성취감 등이 아닌, 자연적인 행복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한다.
자, 이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을 제시하겠다.
매일 좋은 초콜릿을 드세요.
다이어트 중이라도 걱정할 것도 없는 것이 다크 초콜릿은 다이어트에 오히려 도움이 되며,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한다. 다크 초콜릿은 수퍼 푸드 상위권에 항상 든다.
해결책을 제시했으니, 선택은 당신의 몫!
https://pubmed.ncbi.nlm.nih.gov/11363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