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한 매력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크 초콜릿이 너무 쓰다고 한다.
하지만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다크 초콜릿만의 은은한 쌉싸름함과 살며시 퍼지는 달달함, 그리고 눈을 감으려하면 살짝 손가락을 튕겨 일깨워주듯이 튀어나오는 기분 좋은 시큼함과 고소함.
초콜릿의 쓴맛은 기본적으로 카카오의 성분 중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그리고 주요 쓴맛은 아니지만 플라보노이드, 알칼로이드, 폴리페놀도 쌉싸름, 떫떠름, 시큼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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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초콜릿이 쓰다?
맞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당연히 카카오 매스의 함량도 높고,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설탕 함량은 낮기 때문에 약 35~40% 카카오 함량의 밀크 초콜릿에 비해 60%가 넘는 카카오 함량의 다크 초콜릿이 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함량의 다크 초콜릿을 비교한다면 꼭 카카오 함량이 높다고 맛이 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65% 다크 초콜릿과 75% 다크 초콜릿을 비교한다고 해보자. 기본적으로 65% 보다 75% 초콜릿이 더 쓸 것 같지만 카카오의 쓴 맛을 결정짓는데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카카오 열매의 종류, 수확 후의 처리 방법(고온에서 가열하는지 또는 저온에서 가열하는지, 로스팅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카카오 열매의 품질 등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외에도 카카오 생산 지역, 수확 시기, 보관 환경, 숙성 등도 영향을 미친다.
저품질 대량 생산 초콜릿을 생각해보면, 대량으로 키워낸 카카오 열매를 대량으로 수확해서 한꺼번에 발효시키고 건조 및 로스팅을 시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섬세하게 카카오 품질이나 종류를 분류해내고 따지지 않을 것이며 생산성을 위해 고온에서 로스팅을 할 것이다. 고온에서 오래 로스팅이 되면 어느 식품이든 마찬가지로 쓴맛을 더 많이 낼 수 밖에 없다. 커피도 마찬가지로 품질은 떨어지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로부스타와 품질은 뛰어나나 생산량을 떨어지는 아라비카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유사하다. (커피도 카카오도 단 두 종류 뿐만이 아니라 수십 개의 종류가 있다)
품질에 신경을 써서 만든 초콜릿을 먹으면 카카오 함량이 높아도 '윽..쓰다', 또는 '에이, 써!'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초콜릿의 %와 단맛-쓴맛의 강도에 대한 관계는 아예 잊게 된다. 좋은 품질의 70% 다크 초콜릿은 너무 쓰거나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딱! 그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지만 저퀄리티의 70% 다크 초콜릿은 윽!하고 찡그려지게 씁쓸한맛이 나고 심지어 어떤 초콜릿은 이게 70%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기까지 하다. (70%는 예시일 뿐입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그 좋은 수준을 유지시켜주는 아주 조화로운 맛의 경험이다. 달콤쌉사름한 인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다.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좀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게 달콤함 쪽이라고 하더라도...(너무 과한 단맛은 오히려 역하니까?!)
카카오 콩 본연의 맛은 쓰고 시큼하다. 카카오 닙스를 먹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설탕을 더해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어 초콜릿으로 탄생한다.
적당한 단맛과 기분좋은 쌉싸름함, 그것이야말로 정말 환상의 조합이지!
이 글을 쓰는 이 밤, 다크 초콜릿을 씹어먹는 생각을 하며 코로 숨을 내쉬니 마치 비강에 초콜릿 특유의 고소한 향이 나를 감싸는 기분이다. 얼른 내일 아침이 와서 초콜릿을 먹으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