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틴의 변화
현재 호주에서 pastry chef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냥 디저트를 만드는 것의 동급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 special dietary requests이다. 이는 식품의 특정 알러젠(allergen, 알러지 유발 성분)이 없는 메뉴를 요구하는 것인데 가장 흔하게 글루텐 프리gluten-free, 락토스 프리(dairy-free/milk-free), 견과류 무첨가(nut-free)등이 있다. 이외에도 fructose intolerence(과당불내증), 계란 무첨가(egg free), 비건, 베지테리언 등 아주 다양하다.
Soy(대두, 콩)은 가장 흔한 알러지 유발물질이기도 한데 실제로 soy 알러지가 있으니 soy가 없는 음식을 요청한 경우는 몇년 간 일하면서 겨우 한 두번 봤을 정도로 요청이 없기는 했다. 실제로 두유나 콩을 직접 디저트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으나 soy(대두)는 레시틴의 형태로 식품에 많이 첨가되어 있다.
Pastry chef로서 가장 흔하게 대두 레시틴이 발견되는 재료는 바로 초콜릿이다. 유명 회사에서 나오는 커버춰 초콜릿들도 다 대두 레시틴을 포함하고 있는데 몇년 전부터 soy 알러젠도 제거해 더욱 clean label에 가까워지기 위해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는 레시틴으로 많이 바뀌었으며 그것이 바로 해바라기 레시틴이다. 해바라기 씨에서 추출한 레시틴 성분은 알러지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soy 레시틴의 아주 좋은 대체제가 되었다.
대두 레시틴은 초콜릿에서는 유화제의 역할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셰프들이 액체 재료 거품을 낼 때 많이 사용한다. 대두 콩이 주재료인 두부를 만들 때 거품이 많이 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soy 레시틴은 가루(알갱이) 형태로도 나오고 액체(끈적한 점도) 형태로도 나오는데 거품을 내고자 하는 액체에 소량을 첨가한 후 블렌더로 갈아주면 아주 거품이 많이 나기 때문에 요리에 많이 활용된다.
[SOY LECITHIN]
가루 형태의 대두 레시틴과 액체 형태의 대두 레시틴을 비교해보자면, 가루 레시틴이 친수성이 더 강해서 물에 더 잘 녹는다. 사실 액체 형태의 대두 레시틴은 액체라기에는 굉장히 끈적하고 뻑뻑한 기름같은 느낌이 든다. 이 기름같은 느낌의 액체 레시틴은 실제로 가루 레시틴보다 친유성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기름에 더 잘 녹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두 레시틴을 물이 베이스가 된 재료에 사용할 때는 가루 형태를, 기름이 베이스인 재료에 사용할 때는 액체 형태를 사용하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진다.
[SUNFLOWER LECITHIN]
해바라기 레시틴은 대두 레시틴의 아주 훌륭한 대체제로 떠오르는 재료이다.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이 없으면서도 훌륭하게 유화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두 레시틴 대신에 사용되며 개인적으로 대두 레시틴이 사용된 초콜릿에는 그 특유의 끝향이 나는데 해바라기 레시틴이 사용된 초콜릿은 끝향과 맛이 훨씬 깔끔하고 특유희 향같은 것도 없어서 훨씬 선호한다.
또한 대두 레시틴은 콩이기 때문에 GMO(유전자 조작 식품) 제품으로부터 추출된 레시틴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지만 해바라기 레시틴은 그러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욱 깔끔하다.
대두 레시틴은 이전부터 흔히 사용되어 온 레시틴 재료이지만 알러지를 일으키는 성분도 있고 해바라기 레시틴보다 추출하는 방식이 더 복잡하다고 한다. 게다가 해바라기 레시틴은 대두 레시틴보다 더 묽기도 하고 대두 레시틴보다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choline, 인지질의 성분)이라는 성분이 더 많다고 한다. 해바라기 레시틴은 대두 레시틴보다 저온에서 용해가능하고 따라서 제조시 더 용이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