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Activity
식품 관련 업무를 하거나(관심이 많거나) 셰프들이라면 shelflife나 Aw라는 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Aw는 Water Activity를 표기하는 용어로 식품의 수분활성도를 뜻한다.
Shelflife는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초콜릿 봉봉을 만들 때 중요한 Aw와 shelflife의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이해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Aw 미터기가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은 식품 속 증기압을 공기 중 증기압으로 나눈 값인데, Aw 측정기를 구매하기 전에는 가나슈 레시피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분자 크기와 수분 함량을 계산해서 최대한 가까운 수치로 Aw를 계산했다.)
Aw와 shelflife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분활성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shelflife는 길어진다.
예를 들어 비스킷, 쌀, 파스타 면 등은 보관 기간이 길지만 케이크, 지은 밥, 과일, 생선 등등은 보관 기간이 비교적 짧다.
그 이유는 바로 수분활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식품의 보관 기간이 100% 수분활성도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염장된 음식이나 당이 높은 음식, 고온처리 식품 등도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취해진 것이다.
수분활성도(이하 Aw)가 식품 보관에 미치는 영향을 '미생물 생존 여부' 환경을 얼마만큼 제공하느냐에 의한 것이다.
Aw는 식품 내의 '자유수(free water)' 수치를 나타내는 것인데 여기서 자유수의 개념을 한 번 집고 넘어가본다.
자유수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물 분자를 뜻하는 것인데, 그냥 맹물을 가져다놓고 본다면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전부 자유수이므로 맹물의 Aw는 1.00으로 표기한다. (Aw는 1.00이 100%수치이고 0~1.00의 범주로 표기된다.)
자유수는 식품 구조 안에서 혼자 떠돌아다니는 물 분자이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따라서 자유수 함량이 높을수록 미생물이 잘 번식하며, Aw의 수치에 따라서 생기기 시작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르다. (참고로 미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수분, 온도, 영양소(음식), 산(acidity), 시간 등의 조건이 있는데 물의 Aw가 1.00이라도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물만 뒀다고 미생물이 자라기 시작하지는 않는다.)
자유수가 아닌 수분은 '결합수(bound water)'라고 하는데 결합수는 식품 속의 다른 분자들과 함께 결합하여 있는 수분이다. 따라서 식품의 수분감에는 영향을 끼치지만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촉촉하게 하면서도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식품에 결합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상온에 두고 먹을 수 있는 구움과자나 초코파이 등은 상온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상해버릴 것이다.
그럼 결합수는 어떤 수분일까?
식품을 제조할 때 수분이 사용되는데 진지한 초콜릿은 초콜릿을 주제로하니 초콜릿을 예로 들어 설명해본다.
커버춰 초콜릿이나 초콜릿 바를 사면 초콜릿이 녹지 않을 수준의 상온에서 보관을 하게 된다.
다크 초콜릿은 그 자체로는 사실 오랫동안 거의 상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맛이 변질될 뿐. (풍미 감소)
왜 상하지 않을까?
초콜릿의 재료를 보면 카카오 매스(건조), 카카오 버터(건조, 지방), 설탕(건조, 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오래 둔다고 상하는 재료가 없다.
게다가 수분이 들어간 재료도 없기 때문에 자유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초콜릿 봉봉을 살펴보자.
초콜릿 봉봉에 들어가는 가나슈 또는 생초콜릿을 만들 때는 생크림을 사용하게 된다.
생크림은 수분과 지방이 함께 존재하는 수중유적형(수분에 지방이 분산된)의 유화상태 액체이다.
초콜릿에서 형태가 변할 수 있는 재료는 '카카오 버터', 즉 '지방'이다.
가나슈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콜릿(지방)에 생크림(수분)을 섞어준다.
지방과 수분은 원래 섞이지 않는 두 재료이다.
그래서 이 두 재료를 잘 섞이게 하는 과정을 '유화(emulsion / emulsifying)'라고 하며, 두 재료를 유화시키기 위해서는 소량의 유화제(레시틴)이 사용되기도 한다.
(*레시틴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화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님. 또한 우유/생크림의 카제인 단백질도 유화에 도움을 줌)
초콜릿(지방)에 생크림(수분)을 잘 분포시켜 두 분자를 섞어주어야 유화가 되는데 두 재료를 열심히 거품기나 주걱으로 섞으면 겉으로, 눈으로 보기에는 두 재료가 섞여 보여도 사실 현미경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잘 섞여있지 않다.
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으니 아주아주 잘게 쪼개주어야 서로 섞인다.
게다가 섞을 때 어떠한 '힘'이 가해져야 더 잘 섞인다. (더 세게 저으면 더 잘 섞이듯이)
그래서 가나슈 유화를 시킬 때 핸드 블렌더를 사용한다.
블렌더로 가나슈를 유화시키면 매끈하고 뻑뻑한 가나슈가 완성된다.
따라서 이 가나슈 속의 수분(생크림) 분자는 초콜릿의 지방 분자와 촘촘히 잘 섞이게 되었다.
수분 분자가 지방 분자와 손을 잡고 있으니 이 수분은 이제 '결합수'가 되었다.
가나슈 유화를 잘 해주어야 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방과 수분이 분리되지 않게 하여 자유수의 함량을 줄여주는 것도 있다.
가나슈가 분리되어 지방과 수분이 잘 섞여있지 않으면 해당 수분은 '자유수'로 남게 되고 이는 미생물 번식의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분리가 난 가나슈를 채운 초콜릿이 쉽게 상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럼 유화만 잘 시키면 모든 수분이 결합수가 되어 보관 기간을 짱짱하게 늘려주게 되는걸까?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유화를 시키고 수분 분자를 다른 분자와 결합을 시켰다 하더라도 자유수가 존재하지 않는 식품은 정말 말라비틀어지거나 건조한 식품이 아니고서야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초콜릿 가나슈를 만들 때 최대한 보존 기간을 늘리면서도 상품성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사용하는 재료들이 글루코스, 전화당, 덱스트로스, 솔비톨 등등이 있다.
글루코스와 전화당을 살펴보면 두 재료는 끈적한 점도의 반액체 상태인데, 고체나 마른 물질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의 수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20% 내외)
하지만 두 재료 모두 '보습성'과 '흡습성'이 있는 '당'이기 때문에 가나슈에 사용함으로써 제품을 촉촉하게 해주면서 보관 기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두 재료의 차이점은 있음)
당과의 대표 주자인 캐러멜과 마시멜로도 수분이 들어가지만 Aw수치가 낮은 편에 당 함량이 높아서 오래 보관이 가능한 것이다.
Aw 수치에 따른 식품을 살펴보면,
Aw 0.95-1.00 과일, 생선 등
Aw 0.90-0.95 치즈, 햄 등
Aw 0.85-0.90 스펀지 케이크 등
(중략)
Aw 0.50-0.60 파스타 면, 향신료 등
이 있다.
Aw 수치에 따른 번식 박테리아는 다음과 같다. (이보다 더 다양하고 많지만 대표적인 것들 몇가지)
Aw 0.95 E-Coli 대장균
Aw 0.92 Salmonella 살모넬라
Aw 0.87 Staphylococcus aureus 황색포도상구균
따라서 박테리아가 자라지 않을 수준의 Aw 함량을 가진 제품을 만들면 좋은데 그렇다고 너무 수분량을 줄여버리면 당연히 식감과 맛에 영향을 미치니 그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초콜릿 봉봉은 보통 초콜릿 보관용 상온(15-18도씨)에 보관하게 되고, Aw는 0.85 아래여야 안전하다.
Aw0.70-0.85의 가나슈는 약 3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이렇게 초콜릿 봉봉을 만들 때는 수분활성도 수치를 염두에 두고 레시피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기간은 미생물이 자라지 않고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간일 뿐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히 가나슈의 텍스처 변질과 맛과 향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섭취와 짧은 보관이 제일이다.
Aw는 측정시 온도, 습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온습도가 다른 곳에서 측정하면 같은 식품도 다른 값이 나올 수 있다. 온습도는 해당 환경의 이슬점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슬점은 일정 공기 안에 얼마나 많은 수증기가 갇혀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 포화상태를 넘어서면 물질에 수분이 이슬로 맺히게 되는 것인데, 간단히 말하면 습도가 높은 곳에서 가나슈보다 공기 중의 수분량이 많으면 가나슈가 습해져 곰팡이가 더 잘 슬게되고, 환경이 너무 건조하면 가나슈 속의 수분이 빨리 증발하여 식감이 건조하고 퍽퍽해지게 되는 것이다.
Aw 수치를 무조건적인 식품 보관 기간의 지표로 삼을 수는 없지만 아주 좋은 참고용 지표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