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한 초콜릿 Nov 03. 2023

마지판

아몬드와 슈가 파우더로 만든 반죽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마지판이 들어간 당과류가 흔하다. Marzipan마지판은 아몬드 가루와 설탕을 섞어서 만든 반죽인데 살짝 쫀쫀한 촉감에 고소한 아몬드 향이 가득하다. 아몬드의 함량에 따라서 30%, 40% 또는 50% 이런 식으로 표기된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초콜릿 중에서는 마지판이 들어간 제품이 꽤나 흔한 것 같다.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그 '모차르트'초콜릿이 바로 마지판이 들어간 초콜릿이다.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마지판을 안 좋아했다. 어떤 제품이든 마지판이 들어가있으면 선택하지 않았다. 정석으로는 '비터 아몬드'라는 아몬드를 사용해서 마지판을 만드는데 비터 아몬드는 잘못 사용하거나 퀄리티가 낮은 걸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다. 또한 아몬드 오일을 첨가한 제품들이 있는데 이게 비터 아몬드의 향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아몬드 오일 향이 너무 싫어서 마지판을 안 좋아했다. 게다가 아몬드 함량이 낮고 설탕 함량이 높은 제품들이 많이 유통되기 때문에 아몬드 향이 살짝 나는 설탕 가득한 반죽을 먹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내가 마지판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나는 2019년에 호주로 와서 pastry school을 다니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 마지판을 만드는 날이 있었다. 이전에는 마지판이라는게 만들기 복잡한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간단하다. 아몬드 파우더(아몬드 가루)와 슈가 파우더(아이싱 슈가), 그리고 글루코스(꿀이나 물엿을 사용해도 됨)에 반죽이 될 정도의 약간의 물만 넣고 믹서에 돌리면 된다. 진짜...환상적인 맛이다. 마카롱을 좋아한다면 그 마카롱 꼬끄의 진하게 고소한 아몬드 풍미와 쫀쫀함을 알 것이다. 마카롱 꼬끄가 아몬드 가루와 아이싱 슈가로 만들어졌으니 거의 비슷한 것이다. 마지판 그 자체로는 쫀쫀하면서도 약간 퍼석한 느낌은 있다. 이 마지판을 반죽으로 만들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 수업에서 직접 마지판을 만들고 그 마지판을 이용해 다양한 프티푸petit fours를 만들었다. 그 때 만든 마지판 비스킷....달긴 한데 너무 고소하고 쫀쫀한게 마치 곶감 한 박스 해치우듯이 끊임없이 먹었던 것 같다.



마지판은 달걀 흰자와 섞으면 잘 어울린다. 마지판 자체가 밀도가 높고 고소한데 달걀 흰자를 더해주면 쫀쫀함이 증가하고 수분감도 더해진다. 달걀 흰자와 아몬드 파우더의 조합은 마카롱에서 이미 다 증명이 되었다.



뺑드젠 Pain de Gênes

이탈리아의 젠느/제노아(제노바) 지방의 케이크라는 듯의 뺑드젠. 

아몬드 페이스트(=마지판)과 달걀, 버터를 이용해 만드는 케이크 반죽이다. 호텔에서 일할 때 이 반죽을 얇게 구워서 앙트르메 베이스로 이용했다. 얇게 사용하면 고소하고 무난하니 어느 디저트에도 잘 어울리고 밀도가 높은 편이라 베이스로 사용하기에도 튼튼하다.


슈톨렌 Stollen

요즘 한국의 빵집들에서는 크리스마스 기간이 다가오면 다들 슈톨렌을 판매한다.

몇 년 전부터 슈톨렌이 한국에서도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 같다.

슈톨렌은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으로, 독일에서 크리스마스가 되기 한 달 전에 슈톨렌을 사서 매주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썰어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슈톨렌을 빵 칼로 썰어 단면을 보면 동그랗게 들어있는 반죽이 보일 것이다. 그게 바로 마지판이다.

슈톨렌 빵을 구울 때는 마지판을 긴 막대 모양으로 밀어서 빵 반죽에 넣고 굽게 된다. 어떤 제품에 사용되든 마지판 자체가 맛있으면 그 제품도 맛있는 법이다.



마지판 만들기

40g 아몬드 파우더 

15g 슈가 파우더

5g 글루코스 (물엿이나 꿀 사용 가능) - 접착제 역할, 꿀을 사용하면 꿀의 향이 추가되므로 그 점을 감안할 것.

+ 물은 적당이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이 될 만큼만 넣기


이렇게 만들면 아몬드 함량 66%의 마지판이 완성된다.

아몬드 함량이 높을수록 맛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 

(저렴한 시중 판매용 마지판은 30% 미만인 것도 있으니 마지판을 구매할 때는 아몬드 함량이 높은 것으로 고를 것을 추천한다.)



마지판과 초콜릿의 조합

마지판은 초콜릿 생산에도 사용된다. 초콜릿 봉봉을 만들 때 마지판을 이용한 필링을 만들기도 하고 마지판 쿠키 사이에 초콜릿 가나슈를 짜넣을 수도 있다. 또한 마지판 반죽으로 만든 필링 자체를 초콜릿으로 코팅할 수도 있다. 그러면 매끄럽고 얇은 초콜릿 코팅이 토옥 깨어지면서 부드럽고 쫀득한 마지판 반죽이 스윽 깨물어 질 것이다. 마지판을 이용해 가나슈를 만들고 카카오 파우더나 슈가 파우더에 굴려서 트러플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오렌지 필 등을 첨가하면 더욱 크리스마스 느낌이 날 것이다. 


마지판 반죽을 직접 만든다면 비터 아몬드를 구해서 만들어도 되고 아몬드 오일을 살짝 넣어서 풍미를 주어도 된다. 그 특유의 향은 개인적으로는 안 좋아해서 추천은 하지 않겠다. 마지판 반죽을 직접 만들어다면 거기에 좋아하는 다른 재료를 첨가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당절임 밤이나 오렌지 필, 시나몬 가루 등은 어떠할까? (건포도도 넣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불호라서 추천은 못하겠다.)


고소한 중독성, 마지판. 마지판으로 색다르고 재미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보시길 :)

참, 마지판으로 공예도 한다. 마지판 반죽은 점토같은 질감이어서 공예로 캐릭터나 꽃, 과일 등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케이크 장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마지판 공예로 직접 만들었던 것들이다.




쿠데타마랑 스폰지밥 맞습니다. 하하




과일 모양



작가의 이전글 슈퍼 푸드 카카오의 효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