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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Mar 25. 2023

부활절이 다가오는 초콜릿 샵

파란 초콜릿 줄까? 빨간 초콜릿 줄까?

지금 일하고 있는 초콜릿 샵은 온라인 주문이랑 사업자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항상 바쁜 편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한 후 바로 부활절 Easter 기간을 준비하게 되었다.

아직 여기서 일한 지 일년이 되지 않아 나로써는 처음 맞이하는 부활절이다.


한국에서는 부활절이 엄청 큰 행사는 아니라서 가볍게 넘어갔었는데 호주에 사는 지금은 부활절이 꽤나 큰 행사다. 게다가 이전에는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느라 부활절이라도 무지막지하게 일을 하지는 않았는데, 초콜릿 가게는 역시 다르다. 부활절하면 초콜릿 달걀, 초콜릿 가게하면 부활절! (여기서 발렌타인 데이는 별로 안 크다.)


1월 말 쯤부터 부활절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어마무시하게 생산을 해대고, 심지어 초콜릿이 다 떨어져서 공급체에서 초콜릿 받는 날이 늦어져서 작업을 미룬 적도 있었다. 거의 매일 40kg를 담을 수 있는 초콜릿 탱크를 싹 다 쓰고, 어떤 날은 중간에 더 채워 쓰기도 한다.


초콜릿 가게 일하면서 정말 행복한데, 부활절 기간을 맞이하니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압도적이어서 몸도 마음도 좀 지치는 날들이 잦아진 것 같다. 아주 다양한 종류의 부활절 달걀, 병아리 모양, 온갖 입체 달걀들..뭐 아무튼 만드는게 아주 많다. 큰 주문을 다 마쳐가면 드디어 숨을 좀 돌리려나하는 찰나에 또 다른 주문들이 우르르 밀려오는 걸 보고 오늘은 일하다가 정말 눈이 반쯤 풀렸던 것 같다. 


호주에서 Crown이라고 큰 업체가 있는데 호텔, 외식경영, 요리(및 제과), 카지노 등 Hospitality 전체를 휘두르고 있는 큰 리조트 회사이다. Crown호텔과 카지노, 학교가 있고 멜번에서 아마 제일 규모가 큰 호텔이다(시드니와 퍼스의 경우에도 크라운이 제일 큰 지는 잘 모르겠다).

규모가 워낙 커서 몇 백명에서 천 명이 넘어가는 이벤트(function, banquet)은 크라운에서 거의 열린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초콜릿 샵에서 매년 크라운이 부활절 기간마다 주문을 해왔다고 한다. 


이번 테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빨간 달걀과 파란 달걀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왔다. 근데 우리 사장님이 색소 쓰는 걸 엄~청 싫어하셔서 만드는 거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 받으시는 모습을 봤다. 식품을 만들면서 색소를 거의 안 쓴다는 건 정말 좋다. 하지만 예술성이 부과된, 특히 초콜릿 작업, 에서는 색소를 어느 정도 써 주는 것에 나는 찬성이다. 아무튼 새빨갛고 새파란 달걀을 엄청나게 만들어야 했고, 일 하다가 평생 다쳐본 적이 없는데 히팅건에 팔도 데이고, 같은 작업 너무 많이 반복하다보니 정말 뇌에 쥐가 날 것 같았다.


빨간 달걀... 파란 달걀...만드는 공포의 부활절이다!


(크리스마스: "기다려, 부활절 끝나고 내가 곧 온다^^")


빨갈 달걀





                                                파란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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