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드디어 행정복지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대학생때부터 서비스업 알바를 많이 경험했기에 솔직히 ‘민원인 상대하는 것 쯤이야’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발령 첫 주에 바로 깨졌다. 사회복지직으로서 마주한 민원은 훨씬 더 복잡하고 묵직했다.
요즘은 웬만한 행정업무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나도 예전엔 행정복지센터를 거의 안 가봤고, 막연히 ‘한가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민원대 앞 의자에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몸이 자동으로 긴장한다.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그냥 벨을 눌러드릴까?)
강화유리 너머로 시작되는 대화.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나도 모르게 볼륨을 높인다. 그러면 옆 창구도 커지고, 그 옆도 따라 커진다.
어느새 민원실은 시장통이 된다.
시청에선 적막한 키보드 소리만 났다면 이곳은 사람 냄새 나는 소음이 가득하다.
‘이게 진짜 현장이구나.’ 낯설지만 묘하게 생동감 있다.
“힘들다, 좀 도와달라.”
이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사를 열어젖히는 시작이 된다.
소득, 가족관계, 결혼·이혼 여부, 주거형태, 부채, 차량 연식까지 묻는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소개팅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면 벌써 귀싸대기 맞았을 일이다.
누군가는 외로움으로, 누군가는 병으로, 누군가는 단절로 찾아온다. 상담보다 위로가 더 필요한 순간도 많다. ‘너무 감정이입하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그래도 사람인데 어찌 무심할 수 있나 싶었다.
어느날, 한 어르신이 오셔서 “통장에 돈이 안 들어왔다”고 하셨다.
통장 내역을 보니 입금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설명드리고 돌려보냈지만, 다음날 그분이 또 오셨다.
“내 통장에 돈이 안 들어왔어.”
“어제 오셨잖아요~ 여기 동그라미 쳐드렸어요.”
“…내가 어제도 왔어?”
그제야 옆 주무관이 조용히 말한다. “이분은 매일 오세요.”
포스트잇에 ‘다음 달에 오세요’라고 써드렸지만, 아마 곧 또 뵙게 될 것 같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뒤에서 자신의 번호표를 들고 내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민원인들이 있기에 서둘러 어르신을 보내고 다음 대기 번호를 누른다.
온라인상에 ‘마음을 다 쓰면 오래 못 버틴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제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