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로에는 규정이 없나요.

by 제발버터

민원을 받다 보면 가끔 사망과 관련하여 오시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민원인을 응대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복지 업무의 특성 때문일까. 삶이 위태롭고 힘든 사람들을 매일매일 접하고 그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다 보니 이제는 죽음이라는 가장 큰 상실을 마주해도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래서 유족들이 오는 경우에도 평상시처럼 관련 서류를 안내해 드리고 그저 사무적으로 그들을 대할 뿐이었다. 민원인들의 아픔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돌이켜보면 가끔 나의 엠비티아이가 F에서 T로 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컴퓨터 글씨로 보는 죽음일 뿐이고 굳이 처음 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민원인에게도 도움이 될 건 없다고 판단했다.

어느 날 젊은 여성 한 분이 자녀의 복지카드 반납을 위해 오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왜 반납을 하시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자녀의 주민등록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였다. 입력 후 뜨는 상담 내역 중에 눈에 바로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자녀 ○○○, 며칠 부로 사망함.


자녀가 사망해서 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다. 평범해 보였던 그 민원인이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절망스러운 존재로 보였다. 지금 저 어머니는 얼마나 속이 곪고 터져버린 상태일까. 아이는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것은 야속하게도 엄마에게서 그 아이를 끝내 갈라놓아 버리고 말았다.

부모를 잃은 자녀는 고아라고 부르고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라 부르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를 부르는 말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자식 잃은 고통은 차마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혹시 전기랑 가스 감면해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존에 감면받았던 혜택들을 해지하는 방법에 관하여 묻는 엄마의 입술은 울음을 꾹 참으려 하는 듯 살포시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시울도 충혈된 듯 벌건 상태였다. 차마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어서 가만히 컴퓨터 화면만 바라본 채로 설명하였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이 한마디가 목구멍을 맴돌았지만 처음 본 공무원의 어쭙잖은 위로가 오히려 그녀의 텅 빈 가슴속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내버릴까 봐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속으로 빌었다. 제발 저분의 상심이 너무 오래가지 않게 해주세요.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다시금 슬픔이란 감정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슬픔을 어찌 대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나중에 민원인을 상대하는 게 더 익숙해지면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정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별일 아니라는 듯 모르는 척해야 할까.

공무원의 모든 업무는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민원인을 위로하는 방식에도 규정이 있다면 얼마나 속 편할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내겐 너무 어려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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