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도한 음식 중 가성비와 가정 내 호응이 조화롭게 최고인 음식 아닐까 싶다. 알고리즘으로 만난 고양이 앞치마의 일본 아저씨 덕에 알게 되었다. 깔끔한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감칠맛이 폭발하는데, 이런 특징이 울 가족 취향이랑 잘 맞는 듯 하다. 재료도 조리도 단촐한데 이렇게 호응이 좋으니, 애써 공들이는 다른 음식이 좀 머쓱하기는 하고.
일본 아저씨의 원본 레시피 : https://www.youtube.com/watch?v=Sfgnn-h069c
닭다리살을 살짝 데친 후, 다시마와 함께 20여분 정도 약한 불에서 끓여 육수를 내는것이 핵심인데. 내가 경험한 고기 계통 육수 중 가장 빠르고 간편한 육수법이다. 일본에서는 널리 쓰이는 방법인듯 싶은 것이, '식재료 탐구 생활' 이라는 책에도 동일한 레시피로 등장하더라. 라멘 육수의 베이스로 사용한다고 소개된다. 영상에서는 국간장과 청주만 추가하여 끓이는데, 나는 이렇게 끝내기 아쉬워서 통마늘과 생강을 몇알 추가하여 끓인다. 생강은 미묘하지만 깔끔함을 좀 더 끌어내주는 것 같아 꼭 챙기는 편.
국물 맛은 깔끔하게 짭쪼름하며 감칠맛이 넘치는 편인데. 내가 다시마를 아끼지 않고 큰 것을 사용하여 더 그런 것 같다.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은근하게 단 맛도 느껴지고. 아마 간장, 청주, 마늘, 닭고기 다양한 재료에서 배어나온 단맛이 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감칠맛이 강하여 그리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충분히 완성된 맛이긴 한데, 무엇으로 좀 더 개발을 할 수 있을까 사소한 시도도 해보고 있다.
사용하는 국수는 다양하게 시도해 봤다. 중면도 써보고, 라멘 생면도 써보고, 가는 건우동을 사용도 해보고. 어느 면이나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취향 때문이긴 한데, 탄성이 있고 식감이 살아 있는 면 종류가 더 좋았고. 아직은 시도 못해봤는데 메밀 면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또, 감칠맛 끝판까지 가보면 어떨까 싶어 미원을 테스트 해 봤는데, 이건 안 쓰는 것이 낫더라. 아끼지 않고 다시마 큼직하게 쓰다보니 감칠맛은 이미 차고 넘치고. 미원 특유의 느끼함이 더해지면 본래의 깔끔한 매력을 해치며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아내에게 블라인드 테스트 한 결과로도 미원의 패배. 그보다는 간장을 바꿔보니 전체적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더라. 아무래도 재료가 단촐하다보니, 간장의 역할이 확실히 큰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간장이 가장 좋은 맛을 내는지도 바꾸며 시험해 보고 있다. 간장 직접 담구는 일도... 언젠가는 해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