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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ga Nov 06. 2022

식사에 대한 생각


책 : 식사에 대한 생각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오래전 누군가가 한국과 미국의 직장 근무시간을 비교 설명한 기억이 있다. '미국에는 점심 시간이 따로 없고 식사는 알아서 대략 해결한다. 대신 9 to 5로 임팩트 있게 일하고, 일찍 끝내는만큼 자신의 시간을 갖는다'는 얘기였다. 해외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나는 이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구글 구내식당은 맛집으로 유명하던데? 란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무튼 진위는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의 맥락은, 한국 직장의 나이브한 문화가 전체 근무 시간을 불필요하게 늘이고 있다는 얘기였던거 같다. 멋지다 생각했다. 외국인들은 얼마나 효율적이며 쿨하게 생활하는가.


'식사에 대한 생각'을 읽었다.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 속 현대인이 겪는 건강상의 위협을, 오히려 퇴보하는 식문화의 관점에서 해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초가공식품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시스템이 일으키는 퇴보도 이야기하며, 먹는 음식의 영향학적 균형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재미난 포인트가 많은데, 그 중에는 '먹는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흥미로웠다.


책을 인용하면, 미국인 성인 남성은 일본인 성인 남성에 비해 심장 질환 발병율이 높다.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 남성 역시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남성에 비해 심장 질환 발병율이 높다. 맥락상 당연히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의외의 포인트는, 미국에 거주하며 일본식 식사 메뉴를 고집하는 일본 남성 역시도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 남성에 비해 심장 질환 발병율이 높다. 이건 왜 그럴까? 저자는 그 원인을 먹는 문화 - 들이는 시간과 식사의 태도에서 찾는다. 우리의 생활에서 식사라는 것은 영양 성분 그 이상의 복합적 행위라는 것이다. 


20세기 초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노동자도 90분의 점심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음식을 아끼던 과거와 달리, 시간을 아끼는 현대가 우리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위에서 언급한, 선진적이라 믿었던 서양식 근무 방식이 나은 삶의 방식일까, 책을 읽으며 헷갈리기 시작한다.


책은 이 외에도 식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화두를 던져 준다. 예를 들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양 균형을 지켜낸 국가, 한국의 사례라던지. 참으로 여러 면에서 독보적인 나라다. 또 식습관 변화가 가져온 간식의 일상화가 건강에 주는 영향이라던지. 갈수록 극단적인 식사법이 유행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먹고 사는 전반의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통계적 인사이트와 흥미로운 화두를 접할 수 있으니. 이런 류의 접근법이나 먹고사니즘의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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