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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

by 징니보

2022년 12월 14일



아무런 일도 없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하루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할 일이 없다.

할 일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서 해야 하는 직업일 테지만 정말로 일이 없다. 하고 싶은 일조차 없다. 난 뭘 해야 할까. 뭘 해야 좋을까만 연신 반복하고 있다. 팔자 좋게 비싼 작업실에 앉아 책이라도 읽어야 할까. 영화라도 봐야 할까. 또 내일은 무얼 하며 시간을 때워야 할까.


내일은 강남정신건강복지센터에 가서 자살상담을 받기로 했다. 이것도 사실할 일이 도무지 없어 만들어낸 일정이다. 내년이라고 달라질까.


어떠한 물결도 치지 않는 고인 물 같은 내 일상에 언제쯤 파도가 일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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