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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 Nov 29. 2019

현금을 주면 고개 숙여 인사하지요

상대에게 정중할 필요는 없지만 무례할 이유도 없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택시를 잡아 탔다. 기본요금 정도인 내 목적지를 듣는 순간 기사님의 태도는 손해를 본 사람처럼 거칠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돈을 내고 내리는 순간까지, 그는 아무 말 없이 기분이 나쁘다는 냉랭함을 온몸으로 내뿜었다. 새벽에 이태원에서 승차 거부를 당한 것만큼 기분이 나빴다.


며칠 전에 동네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택시를 잡았다. 저번에 만난 냉랭한 기사님이 생각난 터라 어떠한 기대 없이 택시를 타서 목적지를 말했다. 나의 목적지를 들은 기사님은 자신이 길을 잘 모른다며 설명해달라 했다. 길을 설명하기 위해 말을 트다 보니 이 말 저 말 나누게 됐다. 카카오 택시는 수수료를 떼지 않지만 며칠간 돈을 묶어 놓은 후 준다는 얘기부터 카드는 수수료를 1.5퍼센트를 떼기 때문에 현금이 좋다는 얘기 등 택시 수익구조와 관련한 이런저런 사실들. 평소 주변 일에 관심이 많은 터라 기사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기사님은 요새 사람들이 현금을 잘 안내기에 현금을 주면 고개 숙여 인사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 카드를 내던 나지만, 기사님의 얘기를 듣고 카드를 내려야 낼 수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기사님에게 현금을 내밀었다. 기사님은 유쾌한 어조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몸을 뒤로 돌려 고개를 숙이는 시늉을 했고, 우리는 서로 깔깔댔다. 


같은 곳에서 탔지만 확연히 달랐던 두 기사님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처음에 만난 기사님은 아무 의도 없이 한 행동일 수 있다. 어쩌면 그 날 그는 몹시 기분이 상하는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한들 누가 그의 속사정을 알까? 나 역시도 모른다. 또한 그가 어떤 상태였는지 관심도 없다. 그는 나에게 지나쳐갈 낯선 사람일 뿐이니까. 그냥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내 행동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상대에게 정중할 필요는 없지만 무례할 이유도 없으며, 호감을 얻을 필요는 없지만 비호감을 얻을 이유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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