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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 Dec 10. 2019

언니 방이 공부가 잘 되는 걸?


여동생과 4살 차이가 난다. 우리의 나이 차이를 듣고 ‘차이가 꽤 나네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상당히 친구 같다. 느긋하고 느릿느릿한 내 성격과 달리, 동생은 빠릿빠릿하고 답답한 걸 싫어한다. 상극의 성격임에도 통할 때는 잘 통해, 어떠한 절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쿵박이 잘 맞는다. 단지 어긋나는 순간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어긋나, 서로의 속을 사정없이 후벼 파지만.


주짓수를 갔다 온 어느 날, 아무도 없어야 할 내 방 불이 환하게 켜 있었고, 내 방 책상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땀도 나고 피곤한 터라, 나 나오기 전에 나가라는 말을 남기고 샤워를 하러 갔다. 하지만 샤워를 하고 나와도 동생은 여전했다. 내 동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끈질긴 것인데, 그녀는 내가 나오기 전에 이미 내 방에서 안 나갈 온갖 이유를 수집해 놨다. 올해 집에서 공부한 것 중 가장 공부가 잘 된다며, 내 방의 조명과 향초 덕분인 것 같다는 둥 차마 내치지 못하게 만드는 뻔뻔함. 

끈질기게 내 방에 붙어있는 동생을 내쫓을 마땅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보다, 그냥 넘어가는 편이 덜 귀찮을 것 같아 그녀를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러 가기 전까지 ‘올해 가장 잘 되는’ 공부를 내 방에서 했다.


가족이 친밀할 수 있는 건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기 때문 일지도.

같이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틀어지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사소하더라도 함께 보내는 잠깐의 시간이 모여 가족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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