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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o Aug 17. 2021

서산 웅도, 꼭 할 말 있습니다

서산 웅도. 코로나19의 시대, 언택트 여행지로 종종 거론되는 곳. 풍광이 아름다운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섬.


인터넷 기사를 휘적휘적하다가 웅도에 대한 짧은 기사를 읽었다. <섬이다-엄마가 좋아한다.> <서산이다-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물때를 맞추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신기하다.> <섬이 작다-걸을 만하다.> 그래서 결정했다. 웅도에 가자.


웅도의 상징이자 그곳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단연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기는 다리였다. 차 한 대만 지나갈 정도의 폭을 가진 그 다리 옆으로는 물이 빠지는 시간에도 금세 물이 넘어올 듯 넘실대는 사진을 잔뜩 봤다. 그 다리를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너 송악 IC로 나와 당진에 들어섰다. 웅도를 가려면 삼길포항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했다. 삼길포항은 몇 년 전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와 같은 도로를 달렸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잘 빠진 도로 위에는 거대한(!) 화물트럭들이 흔히 보였다. 웅도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는 거대한 제철공장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달라진 점은 있었다. 예전엔 감탄사와 함께 흘려보낸 풍경이지만 이번엔 현대제철의 제철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실감했고, 엄마는 현대제철을 주식 어플 관심종목에 추가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제철소의 외벽과 쉽게 들어갈 수도 없는 작은 섬의 다리가 공존하는 당진은 어쩐지 종잡을 수 없는 도시였다. 쌀이 유명한데 바닷가도 있고, 도농복합도시에 사는 주제에 도시의 다양함에 생소해하다 보니 웅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  대가 겨우 지날  같은 다리라고 했을  어느 정도 눈치챘어야 했다. 웅도에 진입하는 바로  다리 앞에 가서 나는 대체 왜 인터넷 검색창에 ‘서산 웅도’라고 써넣으면 나오는 많은 글 중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찾지 못했나 싶었다.



웅도에 들어가는 다리 앞에 도착하니 이런 장면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웅도 물때’라는 키워드를 많이 봐 두고선 막상 떠나는 날에는 ‘가자!’며 무작정 길을 나선 탓이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오히려 귀한 장면을 봤다 싶어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장면 또한 웅도 다리를 명소로 만드는 것 중 하나였다.



다리 옆으로는 짧은 해안가가 있어 걸어보았다. 바다 건너 빤히 보이는 웅도는 이렇게 기록하는 것으로 찍은 셈 치기로 했다. 다리 앞 쪽에는 개인 별장인가 싶은 집이 한 채 있었고 그 앞에 작은 공터가 있었다. 그늘진 자리에 잠시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에 믹스커피 한 잔을 타 마시면서 웅도와 헤어질 준비를 했다.


(안녕, 반가웠어. 언제 또 볼지 모르겠다.)


풍경은 아름답고 신기했다. 하지만, 할 말이 남았다. ‘차 한 대만 지날 법한 다리’, ‘한적한 섬’에서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지어 누구도 말해 주지 않은 바로 그것. ‘차 한 대만 지날 법한’ 것은 저 다리만이 아니다! 웅도로 가기 위해서는 마을길을 꽤 지나야 하는데 그 마을길도 ‘차 한 대만 지날 법한’ 길이다. 나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지금처럼 강화되기 한참 전, 봄에 다녀왔는데, 그 와중에 공사하는 구간도 있어 한층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나오는 길에는 버스 뒤를 따라갔는데 하필 트럭과 마주쳤고, 그 좁은 길을 신기방기 하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버스를 황망히 쳐다보며 트럭과 서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렇다. 웅도에 들어가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한적하기 그지없는 평일 오후에 갔으니 망정이지 사람이 좀 더 몰릴 법한 때라면 더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운전에 자신 없는 분들에게는 감히 권할 수 없는 신비의 섬 웅도다. 2025년에는 지금 다리는 철거되고 좀 더 그럴듯한 다리가 생길 모양이다. 그때까지 다리에 닿는 좁은 길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운전 체력이 영 좋지 않은 터라 언제 다시 그곳을 찾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넓고 높은 다리가 생기더라도 바다가 덮어주는 그 다리가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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