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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o Dec 19. 2021

욕을 찰지게 잘하고 싶다, 싶었다

사람마다 마음 속에 ‘상상의  개쯤은 품고 살지 않던가. 나는 현재의 나와는 전혀 다른 인격도 생각해 보고 지금  모습에 덧씌운 이상적인 특성을 바라기도 한다.   하나는 ‘욕의 달인이다. 이건 현실적이면서도 약간은 환상 속의 나와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몸의 형태와 목소리 , 말투에 이르기까지 본연의 카리스마 따위를 뿜어낼 만한 특징을, 안타깝게도, 지니지 못했다. 누군가는 감탄사에 가까운 “이나 “씨팔정도만 나지막이 말해도 분위기를 바꿀  있건만 내가 아무리  잡고 그런 말을 해봤자 그저 가벼운 넋두리처럼 들릴 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분위기로 압도할  없다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욕의 장인이 되어 보자. 일단, 원칙을 정해야 했다. 원래 욕은 “모욕적인 이라고는 하지만 특정 부류나 계층을 혐오하는 표현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향하는 욕의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는 ‘일반화 가능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내가 입에서 내뱉은 욕이 향하는 바로  당사자에게만 -설령 그것이 나 자신이라도 해도- 배타적으로 속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고민 끝에 만들어 낸 몇 가지.

“눈알을 뽑아서 쓰리쿠션을 쳐 버린다.”

“혓바닥을 잡아 빼서 정수리에 정으로 박아서 입 못 놀리게 한다.”

“머리통 숨골 열려서 신생아로 돌아가고 싶냐.”

등등.


대개 이런 비슷한 종류의 변주가 이어졌다. 딱히 고어물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이건 욕이 아니라 ‘협박이나 ‘위협 가깝다는 점이다. 애초에 욕이 모욕을 위한 언사라면, 욕이나 협박이나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과시한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점이 있는  같긴 하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욕은 모종의 해소를 위한 수단이지 공포를 조장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의 욕을 고안해 내야 했다. 대안으로 생각해   있는 , 고전적인 방식대로, 비하의 대상이  만한 무언가 내지는 누군가에 빗대어 비유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바로  비유의 대상을 골라내는 거였다. 범죄자로 하자니, 그 범죄의 피해자에게 못할 짓이다 싶었다. 인간이 아닌 어떤 사물에 비유하자니, 물건에 감정이입하는 나로서는 그것들이 나름의 선을 행하고 있다고 여겨져 도통 비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질병은 그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상기시켜 불필요한 악영향을 낳을 것 같았다.


결국, ‘욕의 달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내려 놓아야만 할 듯하다. 어설프게 욕하다가 유치원 학예회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보단 그냥 욕을 하지 않고 사는 삶이 더 나아 보인다. 그리고.. 욕은 그냥 인습에 따르는 것이 최고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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