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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18. 2020

습관, 배려, 연결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운 좋은 사람이 되는 다섯 가지 비결'이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운이 좋다고 늘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에 클릭하여 글을 읽게 되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딱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아 스스로에게 놀라웠고, 많은 셀프 칭찬을 해주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1. 주변에 덕을 쌓고 있는가 (Yes) / 2. 교만하지 않는다 (Yes) / 3.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라 (Yes) / 4. 늘 나에게 베풀어준 은인을 떠올린다 (Yes) / 5. 도덕적 과실을 기억하라 (So So) 이 다섯 가지 덕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중 분명치 않은 5번을 제외하면 나머지 항목은 현재 내가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덕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행동을 열심히 실천한다 해도 반드시 운이 따라줘서 성공을 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 경우에는 그러한 실천의 결과 많은 행운이 따라줬고, 현재까지도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위 내용과 엇비슷한 이야기이지만 조금 다른 방식과 키워드로 내 인생의 철학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습관, 배려, 연결 이 세 가지 키워드이다. 언뜻 보면 각각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내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자 가치관을 대표하는 아주 연관성 높은 키워드이다. 




1. 

아주 어려서부터 가난했기 때문인지, 원래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절대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정말 더럽게 아끼고 따지는 습관. 사실 이제는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의점을 가는 일이 그렇게 사치스러울 수 없고, 회사 화장실에 아무도 없이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속이 상한다. 아무리 귀찮아도 같은 물건 10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고, 한때는 OK케쉬백 오려서 종이에 붙이는 짓을 엄청나게 열심히 했던 기억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찌질한 것은 세면대에서 손 씻을 때 쓸데없이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도록 맨 오른쪽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나의 돈 씀씀이는 늘상 그래 왔다.


돈이 없던 청년 시절, 벌이가 시원찮던 신혼 시절, 외벌이로 두 아들놈 먹이느라 허덕대던 시절에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이제는 어엿한 20명 중소기업의 대표가 된 지금도 내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회사의 오너가 그 작은 돈 몇 푼에 집착하는 모습이 그다지 직원들에게 보기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지만 그 오래된 습관을 버리기가 참 어렵다. 


액수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의미 있게 쓰여지느냐 아니냐가 가장 큰 기준이다. 아주 작은 돈이라도 의미 없이 소비되는 것을 극도로 견디지 못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소비인가에 대한 성향의 차이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는 것이 유일한 원칙이다.


작은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은 나중에 큰돈을 만지게 될 때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신중하게 만들어 주고, 또한 그렇게 열심히 모은 돈을 쉽게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직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니, 작은 비용 하나에도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창업 초기에 5~6명이던 시절에는 점심+커피를 제공해주면서 사용된 비용이 1달에 100만원에 불과했다. 4년이 지난 지금 20명의 식솔들에게 점심+커피를 제공해주니 1달에 500~600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숫자의 무서움이 새삼 느껴진다.  


그런 작지만 의미 없는 지출을 줄이고, 열심히 모으는 이유는 더 의미 있는 곳에 잘 쓰기 위함이다. 이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습관을 고집하는 것은 회사의 전체 살림을 통제하고, 모두를 위해 사용할 비용을 마련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남들처럼 나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절약의 습관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이제 만 4년을 넘어가는 지금까지 직원들 월급과 중식대+커피 제공은 물론 다양한 복지제도와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함께 일하는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 또 회사의 이름으로 이름 모를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께 작게나마 기부를 하는 등 더불어 사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아끼고 또 아끼는 습관을 고집한다.


2. 

습관이란,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몸에 밴 마음과 행동의 양식을 말한다. 내 경우에는 지독하게 아끼는 것보다 더 심각한 습관이 있다면 바로 타인에 대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 흔히 말하는 오지라퍼이자 메이저리거 박찬호급 TMT라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배려라고 포장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매우 불안정하게 시작했다. 일거리도 변변치 않았고, 자금도 충분치 않아 고정비용에 대한 걱정이 늘 함께 하던 시절에 정말 많은 분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일을 도와주시고, 때로는 자신의 경험담을 전수해주시고, 때로는 부족한 자금을 조건 없이 빌려주시고, 때로는 엄청 급박한 일정에도 열일 제쳐두고 우리의 일을 최우선으로 해주시는 등 정말 많은 분들로부터 물심양면 도움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작은 도움들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행운도 있었겠지만 그 수많은 배려와 걱정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정도의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보곤 한다. 그들이 또 그 당시 우리를 그렇게 배려했던 건 우리의 장래성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우리가 보여주었던 진정성과 신뢰였을 것이라고도 생각해본다. 이렇듯 누가 먼저일지 모를 그 배려의 연속 속에서 우리는 기회라는 것을 우연히 잡은 것뿐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조금 잘 되었다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흔히 말하는 갑질 따위를 하는 한심한 인간의 군상들이 있다. 결코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내 주변 내 동료 내 후배가 그런 터무니없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배려와 관심은 다 잊은 듯.


이는 상대를 배려하는 습관이 없는 탓이다. 혹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습관을 들인 탓이거나. 특히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존 회사의 문화와 관습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곤 한다. 아무리 말로, 행동으로 가르쳐줘도 그 습관을 버리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큰 회사들에서 비용을 들여 유명강사를 모시고 직원들에게 회사의 방향과 비전, 가치를 교육하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가 보다.


3.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이 남을 무조건적으로 돕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인도주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들에게 각종 복지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코로나 19 재난 기금 기부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일부에서는 여유가 있어서 하는 허세라거나,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 틀린 이야기이다.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많은 배려를 또 다른 배려로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고 있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 배려의 대상이 누구든 간에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거나 혹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선 안에서 움직인다. 당장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될지 말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당장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0년이 지나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게 중에는 아무런 피드백 없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사람도 있지만 애초에 보답을 바란 것이 아니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주 개의치 않는 것만은 아니지만...)


4년 전 회사를 처음 만들면서 정말 선물처럼 찾아온 회사 이름 커넥스트(conext)는 'connect'와 'next'의 합성어이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연결과 미래라는 이름처럼 회사는 의미 없을 것만 같던 수많은 연결들 중에서 아주 소중한 인연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우리의 기적 같은 현재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의 미래는 또 알 수가 없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수많은 새로운 연결을 도모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오지랖과 참견으로 새로운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가다 보면 지구는 둥그니까 온 세상이 다 배려로 연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습관배려연결 #습관 #배려 #연결 

#커넥스트 #conext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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