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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18. 2020

정치적인 사람의 辯

(본 글은 제 페이스북에 올린 최근의 글을 조금 각색한 글입니다. : www.facebook.com/zinzery)




"당신은 너무 정치적이야"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몇 달간 페이스북에 써놓은 일련의 글들을 쭉 살펴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할 법도 하다. SNS에 정치적인 글 좀 그만 올리라는 진심 어린 충고들. 그 의도는 충분히 공감을 하고도 남는다. 남들은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마냥 공유와 링크, 코멘트를 자주 올리니까 그리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 알게 모르게 친구에서 삭제된 사람도 종종 있는 것 같고. ㅋ




"도대체 우리 삶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하지만 나는 이런 물음으로 그들에게 그 답을 돌려드리고 싶다. 특정 정당과 특정 정파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홍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나 정치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삶을 정치와 비정치로 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삶 속에 연결되어있는 사회, 문화, 방역, 건강, 경제, 국방, 군대, 무역, 법치, 예술, 체육... 이런 것들은 정치와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삶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정부가 들어서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한다던지, 국민이 죽어나가던 말던 자신의 개인적인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했던 어리석은 대통령, 국민의 세금으로 전 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해외 자원 비리에 몇조 원씩 날려먹은 지도자, 현재까지도 썩은 언론과 결탁하여 정말 이상한 나라를 만들어 자기들만의 왕국을 구축하려 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을 보라.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아주 나쁜 선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월호, 메르스 때의 대응과 지금 강원도 산불, 코로나 대응을 비교하면 정치가 왜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은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라는 거창한 담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다."

호모 폴리티쿠스.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정치적인 사람이다. 사람이 모여있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이루고, 일을 하고, 생활을 하고, 안전을 보장받고, 교류를 하고, 불의에 분노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든 것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찾기 위해 누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흔히 말하는 오지랖 대마왕인 나는 매우 정치적인 사람이 맞다. 특정 정당인도 아니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나와 내 주변, 내 이웃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조금 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이기적인 사람보다는 조금 더 이타적인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기를 희망하는 그런 아주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인 것이다. 

지금 당장에 나와는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믿고, 또 그런 의미 없어 보이는 수많은 연결과 오지랖을 통해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관심이 있거나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팔로우할 예정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지던, 사회문화적인 현상이건, 우리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던, 누군가 불합리하게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한 팩트 체크이던, 굳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정치적인 사람이므로! Homo politi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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