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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17. 2021

[진.참.시] 진저리적 참견 시점

자신의 성장과 비전에 대한 고민이 많은 A 대리님편

어제 이 제목만 적어놓은 채로 시작된 나의 미팅은 4건이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간에 통화를 3통이나 했으니 총 7건의 토킹을 끝내고, 쉰 목과 방전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 이번 주에는 유난히 미팅이 많아서, 차분히 앉아서 제대로 글을 쓰지를 못했다. 떨어져 가는 조회수, 그동안에 작가의 서랍에 새로 쌓인 글감이 또 몇 개인지... 그나마 목과 머리를 좀 쉴 수 있는 토요일 오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글을 이어가 볼까 한다.


지난번 "촉이 좀 좋은 편" 이라는 글에서 직원을 대하는 나의 자세에 대하여 설명한 바가 있다. 그 글을 쓰고나서 오랜만에 또 시간을 내어 직원들에게 빙의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에 합류한 신규 직원들을 제외하고 기존에 계속 함께 해오던 직원들이 그 대상이었다. 비슷한 인원 구성으로 비슷한 일들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다. 보통은 그런 경우 오히려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런 빙의의 시간을 가진 후에 말 못 할 고민을 가진 것으로 예측되는 2명의 직원이 내 레이더에 포착이 되었다. 확인해보니 한명의 대리님은 그날부터 휴가 중(제주도)이었고, A 대리님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주도 휴가 중인 직원에게는 장문의 카톡과 함께 친구들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치킨 4인 세트를 기프티콘으로 보내주었다. 휴가 다녀오면 꼭 이야기 자리를 만들자는 말과 함께.. 재택 중인 직원에게 연락을 해서 오전 나의 출근길에 직원의 집 근처에서 차 한잔 마시기로 약속을 했다. 오늘은 이 A 대리님과의 이야기를 한 번 전해볼까 한다. (부디 A 대리님이 이 글을 보는 우연은 없기를...)




우리 회사는 2017년을 시작으로 2018년 본격적으로 이스포츠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스포츠의 폭발적인 성장에 편승하여 회사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A 대리님(女)은 그런 2018년 후반기에 우리 회사에 사원으로 합류하여, 현재 3년을 조금 앞두고 있다. 처음 그녀가 우리 사무실에 합류하던 시기는 직원이 10~12명에서 15~16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사원이었지만 경력에 비해 책임감과 센스, 거기에 오지랖도 넓은 편이라 자신의 직급에 비해 훨씬 많은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이듬해 바로 대리 직급으로 진급을 했고, 2019년은 회사의 프로젝트와 매출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였기에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A 대리님의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대내외적으로도 충분히 그 실력과 인성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상승세를 타던 중 2020년 코로나가 찾아와 회사에 근 6개월가량 일이 없었다. 겨우 겨우 생긴 일이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대륙간 대회를 치르는 비대면 게임대회와 모바일 게임대회  등의 일이었다. 온라인/모바일 대회의 경우 방송사의 역할이 비중이 큰 지라 우리 같은 대행사의 업무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행사조차도 가뭄의 단비와 같아서 늘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결국 그것을 계기로 연말 글로벌 대회까지 진행하게 되어 회사는 한시름 놓게 되었다.


2021년이 되어도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다 보니 상반기 내내 온라인/모바일 대회가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특히 A 대리님이 속한 팀은 근 1년 가까이 동일한 프로젝트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상황을 즐기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이런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한 직원이 있다. 오랜 시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A 대리님의 경우에는 후자의 경우로 예상이 되었다. 자신이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날의 만남은 그런 이유로 성사되었다.




한적한 커피숍에서 자리를 하였다. 내가 찾아온 영문을 모르는 A 대리님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직설적이지 않도록 업계와 회사의 상황과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먼저 브리핑을 했고, 이어서 A대리님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에 대해 내가 예측한 내용까지 쭉 이어서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실 내 걱정과 고민이 쓸데없는 기우와 오지랖에 불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찾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대리님이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더 앞서거든요. 하지만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을 외면하고 방치하다 정말 그 병이 커지고 커져 손 쓸 새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보다는 지금 이것을 공론화하여,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A 대리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내가 예측한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더라도 조금씩 더 큰 일을 맡으면서, 또 후임들에게 자신이 해왔던 업무를 가르쳐주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시기에 딱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이후에 있을 여러 가지 행사에도 결국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오롯이 '혼자서' 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었다.


물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그에 따라 회사의 생존을 위해 이런 불가피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개인의 고민과 회사의 상황 사이에서 아무에게도 차마 그 고민을 고백할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답답했었다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말이 아무 고민도 없이 '이건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하시죠'라고 하는 거예요. 정말 리더로서 최고로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건 해답은 있습니다. 어떤 것은 당장 해결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시간 혹은 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요. 그 답을 알고서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아무 답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단 상황만 모면하자는 방식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대리님께 당장 명확한 답을 드릴 수는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당장에는 대리님에게 후임 직원 한 명을 추가 배치하고,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맡기는 정도의 대안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 같고, 대리님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젊은 직원들의 각자의 꿈과 자아실현을 궁극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은 지금부터 부지런히 또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믿어봐 주세요"


그렇게 세 시간의 대화는 끝이 났고, 훈훈하게 잘 마무리한 채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생각했던 우려와 걱정이 막상 거의 비슷하게 현실로 드러났지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더 명확하게 길이 보였다. 이제 또 하나의 더 큰 산, 제주에서 돌아올 또 다른 대리님과의 일전이 남아있지만 역시 두렵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과 약속을 하고, 정말 그것이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미봉책만 늘어놓는다면 B대리님은 우리를 떠날 수도 있다. 이별이 없는 만남이 어디 있으랴.. 회사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고, 해결을 하고, 비전을 제공하는 멀티테이너여야 성공의 끄트머리에 발이라도 얹어볼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돌아오는 길에 A 대리님께 받은 감동적인 문자로 이 글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약간의 사회생활이 가미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말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눙물이 핑 ㅠㅠ)


절대로 주작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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