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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18. 2021

세상 쓸데없는 조언 :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어쩌다_카페_사장된_썰.txt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그래도 잘 해결될 거야.


나도 한 때 참 이 말을 즐겨했었다. 워낙 힘든 시기가 많았고, 안 좋은 일이 자주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우듯 습관적으로 뱉곤 했다. 나를 향한 말이기도 하고, 남을 향한 조언이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저 말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기보다는 그냥 하나마나한 말이 아닌가 싶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닐 텐데, 아무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허상뿐인 말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 점점 나이를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높아지는 위치에 오니 누군가 내게 조언을 구해올 때 그런 뻔한 대답보다는 좀 더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역시나 상대방의 입장을 100%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그 사람에게 빙의돼서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효과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최근 나에게도 여러 가지 힘든 고비가 몇 번 찾아왔다. 큰 사건들은 아니었지만 최근 코로나로 많이 주춤했던 회사가 다시 예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이 오는 가운데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미 발생한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그 문제의 본질이 해결될 리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나가는지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문제라고 해서 어영부영 대충 넘어갈 게 아니라 그럴 때 그 훈련을 해보는 것이 좋다. 


사실 대단히 대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최근 내가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실험해 본 결과 효과가 매우 탁월했다. 그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가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찾아 객관적으로 나열하라'이다. 물론 이 방법은 절대적으로 네거티브 성격이 강한 문제에 대해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긍정과 부정이 혼재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효과적인 방법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고민을 하기에 앞서 먼저 '어떡하지?'라며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떠올리고 그 후로 계속 그 부정적인 부분에만 몰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발만 동동 구르게 마련이다. 한 가지 사례를 통해서 이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어쩌다 카페 사장이 된 썰 풀어 본다


작년 10월부터 카페를 지인에게 임대를 줬다. 플로리스트인 그 지인은 카페를 플라워 카페 컨셉으로 꾸며, 주변 카페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카페의 시작과 함께 코로나가 3차 대유행으로 번지며 카페는 시작부터 큰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카페에 간간히 케이터링 발주를 주고, 팬클럽 생일 이벤트 등의 대관행사로 인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7월 1일부터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또다시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해 4단계로 격상되며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주 금요일 저녁 8시였다. 퇴근길에 카페 사장님은 내게 전화를 해서 더 이상은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며 카페의 모든 운영권을 포기하고 본업인 플라워 샵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물론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빠를 거라고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입원, 플라워 샵 이전, 코로나 방역 4단계 격상 등 다양한 이슈가 겹쳐 카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나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벌어진 일이니 주말 동안 엄청난 시뮬레이션에 돌입했고,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나열하여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당장 새로운 사업자를 구하는 일은 요원해 보였다. 지금 코로나 상황도 그렇고, 지금 같은 경기에 큰 비용을 들여 모험을 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차피 당분간 임시로 우리가 카페를 직접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운영 방식을 대폭 바꿔서 지출은 줄이면서 베네핏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우리 회사 및 건물에 입주한 모든 임직원에게 1층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라운지 형태로 활용하기로 했다. (물론 아메리카노와 라떼에 한해서) 카페 직원은 어차피 상주하는 상황에서 오지도 않을 손님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느니, 직원들에게 혜택이라도 제공하며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리 직원 및 입주 직원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들 너무나 좋아했다. 


둘째로, 현재 우리 건물 지하에 세팅되어 있는 모 게임사의 방송국 관련 컨텐츠 촬영이나 유튜브 라이브 등의 대관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우리 매장이 아니었기에 대관을 하는 것이 다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대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카페의 수익구조를 다양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 카페를 찾아주시는 기존 손님들에게는 다양한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덤이다. 


셋째로, 평일 다소 한가한 시간들을 활용해서 홍대 음악인들에게 무료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료로 대관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홍대 음악인들의 비대면 라이브 공연을 통해 음악인들에게는 공연의 기회를, 우리 손님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홍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의 자회사인 콘텐츠 플랫폼 회사 (주)그늘의 각종 콘텐츠 사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동반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동시 라이브를 통한 서로의 구독자를 함께 공유하고, 시너지가 나는 공연팀들 간의 콜라보나 새로운 컨텐츠 기획 등 이 시대를 움직이는 20대 젊은 창작인들과의 교류는 분명 그늘의 신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처음 카페 사장님의 운영 포기에 대한 전화를 받았을 때, 한 10분 동안 멍한 상태로 운전을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선언에 특별한 대안이 없었던 상황이라 그저 막막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측면을 찾기 시작했고,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해보며 장단점을 나열해보니 여러모로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이 타이밍에 그만둬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긍정적으로 억지로 생각을 바꾼 게 아니고, 정말 긍정적인 측면을 하나하나 찾다 보니 생각보다 차고 넘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막막해서, 화가 나서, 괘씸해서 주말 내내 씩씩대고 있었다면 아마도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을게 뻔하다. 


한 번 방향이 정해지자 일사천리로 모든 게 해결이 되었다. 지난 월요일부터 직원들에게 라운지로 오픈을 하여 격한 환영을 받고, 기존 카페 직원들 고용 유지 및 복지와 근무 시간 축소 등 기존 일반 카페 시스템에서 벗어나 카페+라운지+대관+공연장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여 여러모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모두 바꿔 버렸다. 




가장 최근의 사건이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자세히 설명을 했지만, 이 외에도 다른 크고 작은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다. 모든 문제를 직면했을 때 이처럼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 긍정적인 요소들을 파악하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취하고, 부정적인 부분이 큰 경우 과감하게 손절하는 선택을 했다. 여러 차례의 임상실험 결과 대부분 좋은 결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어떻게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한 번씩 기억을 더듬어 적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리는 바이다. 




PS : 내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플랫폼 소설 <꽃으로 물든 세상 꽃:든>의 주인공이자, 내 브런치의 구독자이기도 한 <카페 꽃:든>의 안 사장님이 이 글을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안 사장님께 한 마디 남겨봅니다. "안 사장님, 힘든 시기에 카페 시작하셔서 참 고생 많으셨고요 제가 <카페 꽃:든>의 모든 컨셉을 잘 이어받아 완전히 새롭고 핫한 공간으로 잘 키워보겠습니다. 또 플랫폼은 계속 유지하며 대한민국 넘버 1 플라워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테니 그때까지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플라워 샵도 대박 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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