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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25. 2021

'수학 공식' 같은 인생

인생도 공식처럼 풀 수 있나요?


신기하게도 집합 부분만 새카맣게 변하는 수학의 정석


얼마 전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내 인생에 대해 '수학 공식' 같다고 표현했다. '수학 공식'은 모든 문제의 유일한 풀이법은 아니지만, 좀 더 쉽게 문제를 접근할 수 있도록 표준화해놓은 것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공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푼다. 


인생에도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검증'된 사람의 인생을 학습하며 따라 해 보려고 노력을 한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내 인생도 큰 실패와 좌절 없이 계단식으로 점진적 우상향 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 인생을 통틀어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좌절이 있었는지 일일이 말할 수는 없지만 또 돌이켜보면 그런 큰 사건, 사고, 추락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Chapter 1. 10대


우리 집은 아주 어려서부터 가난했다. <응답하라 1988> 덕선이네 보다 조금 더 아래쪽이었다고 보면 된다.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큰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유일한 취미였다면 교회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 정도? 그러면서 기타와 피아노 코드를 셀프로 마스터 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 17살 (고1) : 학교 성적 중간권 /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뀜

- 18살 (고2) : 수능 성적 상위권 / 내신은 여전히 중간권

- 19살 (고3) : 수능 성적 상위권 / 내신은 5등급 (전체 15등급)


Chapter 2. 20대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는 바람에 전체적인 시험 성적은 올라갔지만 첫 해 수능에서 실력 발휘를 못해 결국 대학 입시에 실패했고, 재수도 사실상 단과 학원 1개 끊은 게 전부였으니 순전히 운으로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졸업을 하기 전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개그맨 시험에 도전하여, 최종 결선에 진출하였으나 입상에는 실패했다. 그 한 번의 본선 진출 이후 개그맨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게 되었다. 


- 20살 : 재수 / 단과 학원

- 21살 (대1) : 홍대 불어불문학과 입학

- 22살 : 학교 휴학 / 여름에 군 입대

- 23살 : 군인

- 24살 : 가을에 군 제대 / 아르바이트

- 25살 (대2) : 대학교 복학 / 아르바이트 / 지금의 아내 만남

- 26살 (대3) : 과전체 학생회장 / 홍대 불문인의 밤 총 연출

- 27살 (대4) : 1학기 휴학 / KBS 개그맨 콘테스트 본선 진출 (최종 탈락)

- 28살 (졸업) : 이벤트 회사 ① 취업 (학교에 취업계 제출) / 여름 졸업

- 29살 : 이벤트 회사 ② 이직 / 이직과 동시에 결혼


Chapter 3. 30대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의 30대 초반은 방황의 시기였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나의 운명을 시험하던 시기였다. 누군들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부딪혀 보았다. 위기인가 싶다가도 안정이 찾아오고, 안정인가 싶을 때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롤러코스터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결국 지속적인 우상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나야 알 수 있다)


- 30살 : 이벤트 회사 ② 퇴직 / 홍은동 만화방 인수

- 31살 : 만화방 운영 (매출은 하락) / 21평 아파트 매입 / 첫아들 하진 출생

- 32살 : 이벤트 회사 ③ 입사 (업계 1위) / 만화방 폐업

- 33살 : 대리 직급 유지

- 34살 : 차장 진급 / 둘째 아들 우진 출생

- 35살 : 세븐럭 카지노 연간 대행 담당 팀장

- 36살 : 세븐럭 카지노 연간 대행 1년 연장 계약 수주

- 37살 : 현대자동차 관련 글로벌 행사 대행

- 38살 : 부장 진급

- 39살 : 이벤트 회사 ④ 독립 / 1개 본부 20명이 자회사 형태로 독립 (넘버 2)


Chapter 4. 40대


30대 후반에 100명 규모의 회사에서 1개 본부 20명이 독립하여 회사의 넘버 2로 안살림 바깥살림을 도맡아 하며 존재감을 뽐내던 시기였다. 독립한 회사는 첫 해부터 승승장구하며 2년 차에 70억, 3년 차에 110억 매출을 기록하며 순풍에 돛단배처럼 순항하고 있었다. 항상 모든 일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인데 그것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된다. 


- 40살 : 이벤트 회사 ④ 2년 차 70억 매출

- 41살 : 이벤트 회사 ④ 3년 차 110억 매출 / 모회사에서 10억 미수금 발생

- 42살 : 34평 아파트로 이사 / 이벤트 회사 창업 / 첫 해 실적 매출 5억

- 43살 : 창업 2년 차 대대행 업무 위주로 매출 20억

- 44살 : 창업 3년 차 이스포츠 대행 업무 매출 50억 / 40평 사무실로 이전

- 45살 : 창업 4년 차 이스포츠 대행 업무 매출 110억 / 사옥 계약

- 46살 : 코로나 19 발발 / 창업 5년 차 이스포츠 대행 업무 매출 20억 / 사옥 공사 및 입주

- 47살 : 여전히 코로나 19 / 창업 6년 차 이스포츠 대행 업무 매출 다시 상승 중




어쩌면 그 지인이 표현한 대로 '수학 공식'처럼 살아온 것 같다는 말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한 차례 재수를 하긴 했지만 성적과 공부량에 비하면 과분하게도 인 서울 대학에 입학했고, 무려 20대에 빈털터리 상태로 결혼을 했다. 아내는 번 돈에 비하면 돈을 잘 모으는 알뜰한 성격이라, 그것을 시드머니로 하여 30대 초반에 아파트를 샀다. 그 해 첫아들까지 태어나는 겹경사가 있었다. 또한 가진 실력에 비하면 운 좋게도 좋은 선배들을 따라서 큰 회사로 손쉽게 이직을 하며,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었다. 마지막 직장에서는 20명의 큰 회사의 넘버 2로서 높은 연봉과 더불어 안팎의 살림을 도맡아 하며, 회사 운영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모든 결과와 결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탄생한 것이 지금의 우리 회사 <커넥스트>이다. 초기 투자자였던 친구의 투자 철회를 시작으로 처음 2년 간은 사람 구실 하기도 어려울 만큼 서러움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존버 했다. 결국 3년 차에 이르러서야 빛을 보게 되며 회사다운 회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정도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직원과 협력사, 광고주를 골고루 케어하면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마치 우리 회사의 준비 상황을 점검이나 하려는 듯 5년 차에 코로나 19라는 역대 최대의 팬더믹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갔다. 결국 업계의 큰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큰 손실 없이 2020년을 마감할 수 있었다. 


2021년 기준

*결혼 19년 차 / 34평 아파트 1채 (서울 도봉구) / 법인 대표 / 법인 사옥

*부부 모두 건강 / 아들 둘 모두 건강 / 양가 부모님 네 분 모두 건강 / 직원들 모두 건강


살아오던 순간순간에는 분명 괴로운 시절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어느 산봉우리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순탄하게 살아왔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새로운 봉우리에 다다르기 전까지 수많은 고통과 고민과 고난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지만 여기서 안주하고 살림을 차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인생의 어느 날 완만한 내리막 길을 걸을 수도 있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반대로 갑자기 케이블 카를 타고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도달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아직 인생의 길이가 아직 살아온 날 만큼 남았기 때문에 벌써 내 인생을 평가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그저 살아온 인생을 자본 삼아 또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평가가 두려워 새로움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말며, 누군가의 평가를 무시하며 독선적으로 나아가서도 안된다. 그 인생의 오묘한 밸런스를 맞춰가며 한 걸음 한걸음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내일도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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