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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27. 2021

이 기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쓰던 글을 모두 잠시 중단하고, 다시 돌아보기

작가의 서랍에 있는 글들을 이것저것 업데이트하고 있는 와중에 잡플래닛에 새로운 회사 리뷰가 2개나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잡플래닛에 다녀왔다. 기존에 올라왔던 두 개는 2018년, 2019년에 올라왔던 글이라 이미 확인도 했고, 답변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확인해보니 새로운 리뷰 두 개는 2020년, 2021년에 각각 올라온 리뷰였다. 



새로운 리뷰 두 개를 확인한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다른 회사들의 기업 리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워딩들을 만날 수 있었다. '꼰대' '끼리끼리' 등 타 기업들의 리뷰를 보며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그저 내 입속의 말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허탈하면서도 부끄러웠다. 나는 그동안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 있게 내뱉었던 것일까.


작가의 서랍에 고이 보관 중이며 내 업데이트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글들 또한 대부분 그런 류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리뷰들을 보고 나니 도저히 이 글들을 업데이트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저 2명의 직원 모두 '이 기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 리뷰를 쓴 전 직원이 만약 내가 쓴 브런치 글을 보고 있었다면 얼마나 웃기고 가소로웠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최근에 직원들 일부와 나누었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하던 열심히 하지 않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임금 인상률과 동일한 인센티브 퍼센트라면 누가 더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공산주의와 뭐가 다른가. 그냥 적당히 일하고 똑같은 혜택 받는 게 낫지 않은가. 그 말도 전혀 틀리지 않다. 충분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야기이다. 나도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수년째 고민하고 있지만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기획의 일이라는 건 공장에서 한 시간에 제품 몇 개씩 찍을 수 있는지 수치화하기 어려운 업종이다. 제안서도 한 시간에 10페이지를 쓸 수도 있지만, 10시간에 1페이지도 못쓰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아무리 빨리빨리 처리해도 감당이 안될 만큼 할 일이 많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팀별, 개인별 업무의 총량을 연간으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지만, 기계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팀의 업무 스케줄을 알 수가 없기에 당장 내 눈에 안 보이면 나만 일하는 것 같고, 다른 팀은 한가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회사는 자선 단체가 아니므로 절대 그런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순간의 업무량은 팀별 개인별 확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분기별, 반기별, 연간 스케줄로 보면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직원, 특정 팀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그런 성과 혹은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면 나머지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불러온다. 모든 직원들이 자신 스스로가 가장 열심히 했고, 가장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할 텐데 그것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주관적인 감정으로 포상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당연히 그렇게 얘기하는 직원들의 심정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나도 전 회사의 넘버 2이던 시절 비슷한 직급에 있는 사람에 비해 일을 두세배 하는 것 같은데 같은 급여를 받는 게 억울했었으니까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곧 회사의 직무유기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방법을 찾아내야 하고, 그것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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