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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24. 2021

말 한마디의 힘 : 천냥 빚 상환 vs 천냥 빚 추가

'3층에 미팅 왔습니다만...'이 불러온 파장

3층에 미팅 왔습니다만


우리 회사 사옥에 처음 보는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종종 이웃 주민이나 모르는 사람이 주차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건물에 용무가 있어 온 사람일 수도 있으니 문자로 정중히 여쭤 보았다. 그랬더니 대뜸 저런 무례한 답변이 온 것이다. 물론 그는 내가 이 건물의 건물주인지 모르고 한 얘기이겠지만, 상대가 건물주이던 관리인이던 관계없이 저런 말투로 말하는 것 자체가 일단 기본이 안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를 마무리하는 스킬이다. 상대가 누구였 건 간에 무책임하게 저렇게 답변도 없이 대화를 강제 종료해버리는 경우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3층 대표님에게 당장 전화해서 저 차를 당장 건물에서 빼라는 갑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결국 참고 말았다. 대신 저런 매너 없는 사람과 가급적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떠냐며 나중에 조언을 하는 선에서 정리하고 말았다. (이후 나는 이 사람을 '다만 선생'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늘도 '다만 선생' 미팅 왔나 보구만?? 첫 이미지의 중요성이다)





우리 회사의 회사 소개서 첫 페이지이다. 창업 당시에 딱히 내세울 레퍼런스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그냥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나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중한 것과 말이 적은 것은 전혀 상관 관계, 인과 관계가 없다 ㅠㅠ)


이 것은 클라이언트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우리 직원들의 마인드 세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장 앞쪽으로 배치했다. 우리 회사의 이름은 'connect'와 'next'의 합성어인 <conext>이다. 요즘 시대에 엄청난 화두가 되고 있는 '연결'이라는 의미가 회사의 이름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연결'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그 소중한 인연을 지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불만이 생겨도 그것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진심 어린 반성과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발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이런 것도 잘하고', '저런 행사도 많이 해봤고', '당신들이 원하는 솔루션을 무조건 제공해줄 수 있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뻔한 내용보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회사입니다', '우리는 말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물론 이 회사 소개서로 인해 없던 일이 생기거나, 당장 엄청난 프로젝트 의뢰로 돌아 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를 찾아준 고객에게 하는 약속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우리 직원들은 이 회사소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회사의 일반적인 회사 소개서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일까?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라 다소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가 과연 고객사에게 어필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 첫 페이지부터 화려하게 우리 회사의 강점을 팍팍 넣어주고, 수많은 프로젝트들 팍팍 넣어주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멤버들 팍팍 넣어주고 하는 식의 회사 소개서가 보기도 좋고, 다른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이 회사 소개서의 첫 도입부를 바꿀 생각이 없다. 나는 고객사에게 우리의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다소 과장된 약속보다, 우리의 진짜 모습과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도 소중하게 전달하는 회사', '대화와 공감을 통해 진심 어린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 '한번 던져진 약속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회사' 이것이 우리 회사가 처음부터 끝나는 날까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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