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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ug 09. 2021

<나비 효과>, 그 비극의 시발점

한국과 일본의 골든 크로스

오늘은 좀 색다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타임워프에 관한 영화를 보면 시간 여행자가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는 순간 그 이후의 미래가 줄줄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인의 삶이건, 조직 혹은 국가의 운명이란 것도 어떤 한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 한순간의 선택이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있고, 혹은 스모킹 건이 되어 엄청난 사건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현재 일본의 국운이 하락 국면인 것은 확실하다. 50년대 625 전쟁을 시작으로 60-70년대의 경제 부흥 시기를 지나, 80-90년대 문화 부흥까지 일본은 지속적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일본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부동산 버블이 시작점이었을까. 의견은 분분하지만 일본의 부흥을 위해 도쿄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던 그 시점을 주목한다. 





일본은 근대화 이후로 단 한 번도 정권이 바뀐 적이 없지만, 2000년대 중반 아베 신조를 중심으로 일본 극우 세력이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큰 국면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들은 현재의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되살리려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1964년 동경 올림픽으로 상징되는 메이지 시대의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 또다시 동경 올림픽을 소환했다. 그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2020년 동경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게 된다.


또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혐한 정서 유발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며 한국의 상승세를 차단하려 노력했다. 일본에 우호적(=호구적)이었던 박근혜 정부와는 '굴욕적 위안부 합의'라던지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와 같은 난제들을 손쉽게 처리해버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 대법원의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 이용되는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화 수소(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금지 결정을 내렸다. 또한, 대한민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며 한국을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한국 내 모든 언론은 마치 일본의 언론사와 같은 논조로 어서 한국이 일본에게 사과를 하고,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있을 거라는 저주와도 같은 경고와 함께.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일본의 참패로 끝이 났다. 한국은 주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국산화에 성공하며 일본의 무역 보복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또한 자발적인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나 국내에서 일본산 맥주와 자동차를 비롯한 대다수의 일본 제품들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일본 여행의 경우에도 다수를 차지하던 한국 관광객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어들어 일본 관광 산업은 초토화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일본도 견딜만했을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국인이 일본의 제품을 찾아 줄 것이고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적인 부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으로 코로나 19가 등장하면서 모든 시나리오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처음 등장하자마자 한국은 마치 대규모 감염병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진단키트와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자 역학조사 등을 통해 초기부터 코로나 감염자들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시행할 수 있었다. 한국산 진단키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단키트에 대한 러브콜이 있었다. 한국은 그 국가들 중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거나, 예전에 많은 혜택을 받았던 나라를 중심으로 진단 키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그 진단키트를 단 한 번도 요청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 제재 조치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인해 이제 와서 한국에 손을 내밀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일 간 첨예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모습을 일본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당장 7월-8월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진단키트를 도입하면 확진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림픽만 아니었어도 당장 한국에 요청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여하간 꾸역꾸역 코로나 확진자를 엉터리로(?) 관리하며 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검사수 대비 확진율이 너무 높게 나오고 전 세계적인 대유행 등으로 인해 결국 올림픽은 1년 개최 연기가 된다.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감염자를 제대로 관리해서 확산을 막았어야 했는데, 일본은 또다시 골든타임을 놓치며 더 큰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결국 코로나의 4차 유행과 함께 올림픽은 시작되었고, 사상 최대의 확진자가 도쿄에서 나오는 가운데 올림픽은 그렇게 끝이 났다. 


경제 제재와 혐한을 이용한 일본 국민 여론 지지율 상승,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 일본 경제의 르네상스를 꿈꾸었으나 결국 아무 성과도 이루지 못한 채 씁쓸하게 마감되었다. 그 기간 동안 한국은 일본으로부터의 경제 독립을 이루었고, 코로나의 성공적 방역 모델 확립과 K-pop, 기생충 등의 문화 마케팅을 통해서 경제 성장은 물론 선진국의 지위를 얻는 상황에 이르렀다. (2021. 07. 02 UN무역개발회의 의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이미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게 올라간 상황이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의 경우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얻고 있다. (2021. 05. 31 기획재정부 / OECD)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2017년에 이미 한국과 일본은 골든크로스가 이루어졌고, 2019년 경제 제재 조치로 한국을 무너트리려고 했으나 오히려 한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19와 올림픽 연기(2020), 무관중 올림픽 개최(2021) 등으로 그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글로벌 전망치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자신들의 덫에 스스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일본의 경제 부흥을 위한 올림픽 유치(2013) → 혐한을 원료로 한국에 경제 제재 조치(2019) → 한국의 소부장 국산화 성공 → 한국의 불매운동 지속(2년 째) → 한일 관계 악화 → 일본의 경제 악화 → 코로나 19 발생(2020) → 일본의 엉성한 코로나 대응 → 한국 진단키트 요청 불가 → 올림픽 1년 연기(2020) → 무관중 올림픽 개최(2021)


역사에 가정 따위는 의미 없지만 2013년 동경 올림픽 유치, 아니 더 양보해서 2019년 경제 제재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더라면 한일관계가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코로나 19 시대에 오히려 한일 양국 간 협력하며 슬기롭게 코로나를 극복하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스스로 그 여러 번의 기회를 차 버리고도 여전히 자신들이 이겼다며 정신승리 중이다. 그것이 일본 극우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일본이 정상적 사고로 협력하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일본이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중일 3국이 함께 협력하며, 미국이나 유럽 등과 맞서 훨씬 우월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확신한다. 일본 내부에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할 때 한국은 일본과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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