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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ug 31. 2021

다른 사람으로 인해 빛이 나는 사람

( like a maestro in an orchestra )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오늘 운전을 하며 출근을 하는 길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득 떠올랐다. 비도 오는 출근길에 매우 적합한 질문이라고 셀프 칭찬을 했다. 그리고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약 1분 30초 정도 고민을 했는데 바로 저 제목과 같은 문장으로 답을 내렸다. 아, 물론 내일 다시 나에게 질문해 본다면 아마 다른 답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은 이 답이 불쑥 찾아왔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빛이 나는 사람


지난 20년간의 사회생활 동안 현재 같이 일하는 사람과 가급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주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은 냉정히 차단) 물론 가급적 좋은 관계의 사람과 일을 하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원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함께 일하는 순간만큼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한동안 또 연락을 못하게 되더라고 어느 날 뜬금없이 연락을 하면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그런 관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 회사와 직원, 팀장과 팀원, 광고주와 협력사와 같은 관계에서 내가 '갑'의 쪽이건 '을'의 쪽이건 상관없이 격식 차리지 않고 즐겁게 지냈다. 언제나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보다는 갈등을 해결하고 조율하려는 편에 속했다.


그렇게 한 20년을 살다 보니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항상 옆에 있다. 10년 만에 연락해서 차 한잔을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 뜬금없이 연락 와서 같이 또 일하는 사이. 어려운 일 있을 때 스스럼없이 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이. 코로나로 인해 회사가 조금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불안해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직원들. 그런 수많은 타인들에 의해서 빛이 나는 사람. 그 빛으로 또 수많은 타인들을 비춰주는 그런 사람.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살고 싶은 그런 사람.



마치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처럼


사람들로부터 자주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니가 하는 역할이 뭐냐. 특출 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저 훌륭한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서 팔만 휘적대는 거 아니냐. 어차피 각 연주자들이 알아서 박자 맞춰 자기 연주를 하는데 괜히 짝대기 하나 들고 밥숟가락 얹는 거 아닌가' 나 역시도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며 마에스트로의 실력에 대해 오해한 적이 있었다. 베테랑 연주자들인데, 굳이 지휘자가 없어도 잘 연주되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


수많은 천재들이 모여 각자 자신만의 연주에 심취해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연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른이 되어서야 그 끔찍함에 대해 실감할 수 있게 됐다.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어야 마에스트로는 비로소 빛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마에스트로의 조율로 인해 수많은 천재 연주자들의 플레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내 삶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물들이 많으니. 내 방식은 나한테만 맞춤옷인 셈이다. 내 맞춤옷이 다른 사람의 몸에 맞을 리가 없다. 각자 자신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다. 자신 스스로 알아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묻고 싶다.


자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출처 : Magazine Bean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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