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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Sep 09. 2021

일반인의 성대결절 클라쓰

투머치토커가 투머치토크를 했을 뿐인데

2015년 말, 나는 첫 성대 결절을 경험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더니 급기야 쇳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목에 힘을 주고 말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최대한 속삭이듯 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말하게 되었다. 그 정도 상황이 되어서야 나는 이비인후과를 찾을 생각을 했다. (철이 없었죠.)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은 목구멍 사이로 카메라를 집어넣더니 갈라진 내 성대를 보여주며, "여기 성대가 붙어 있는 부분이 매끈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보이죠? 이걸 바로 성대결절이라고 하는 겁니다."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유명 가수들에게 있는 것인 줄 알았던 성대결절이 일반인인 나에게 일어나다니... 


물론 내가 웬만한 일반 사람보다 노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음악적으로 약간의 재능도 있다고 할까? 피아노, 기타를 다 독학으로 배웠다. 리듬, 박자, 음정, 코드, 화성 대부분 일반인에 비해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구차한 변명 같지만) 그래서 노래를 좋아하고 많이 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 차 안이 최고의 노래방이다. 한 시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확 맑아진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평범한 일반인에게 성대결절이라니. 이건 좀 과하다 싶었다. 그렇게 말과 노래를 줄이고 한 두 달 정도 약을 먹었더니 다시 회복이 되어, 예전의 목소리와 가창력을 되찾았다. 그 뒤로는 최대한 조심하면서 약간의 조짐이 보이면 바로 자중 모드로 들어가며 잘 버텨왔다.  


그렇게 평화로운 성대를 간직해오던 2021년 9월. 드디어 그 녀석이 다시 찾아왔다. 최근 직원도 많이 늘어나며 개별 면담도 잦아지고, 이런저런 새로운 프로젝트도 많아져서 말이 많아진다 싶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단련된 성대로 잘 버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루 이틀 주의하면 다시 살아나겠다 생각했으나, 그 하루 이틀을 못 참고 날마다 토크를 털어댔다. 


며칠 째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루에 한 두 개씩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입으로는 또 엄청난 양의 토크를 쏟아냈다. 성대가 견뎌내는 게 신기한 일이다. 최근에는 과다 토크 증세로 차 안에서 노래도 자중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대 결절이 찾아왔다. 전화 통화를 하면 누구나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어?"하고 물을 정도이다. 노래를 불러보면 고음은 물론이고, 중고음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이다. 


한 일주일 이상 독한 맘으로 말을 줄여야겠다. 꼭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속삭이듯 말을 하거나 가급적 메신저를 활용할 예정이다. 마침 오늘 오후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이 있는 날이라 집에서 대기 중이고, 내일은 백신 휴가를 썼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최소 4일은 목을 좀 쉴 수 있다. 아내하고의 대화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적절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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