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아름다운 사실 / 사랑할수록 - 부활
아, 오늘의 곡 소개는 너무 설렌다. 자칭 타칭 천재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이끄는 부활,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아름다운 사실>을 소개하게 돼 너무 기쁘다. 나는 부활의 시대에 살았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부활이라는 그룹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사랑할수록>이나 <Lonely night> 같은 아주 유명한 노래만 알고 있었을 정도의 그저 그런 관심이었다.
MBC 예능프로 <놀러와>나 <라이오스타>에 김태원이 출연하면서 조금 인지도가 높아질 때부터 본격적으로 부활의 음악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었다. 김태원의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하지만 그것은 차치하기로 하고, 그의 인생은 참 영화 같은 스토리이다. 김종서, 이승철, 김재기, 박완규 등 많은 보컬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많은 히트곡과 사건사고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활의 노래는 바로 오늘 소개할 <아름다운 사실>이다. 이 노래는 부활의 9집 "Over the rainbow"의 타이틀 곡이자 부활의 8대 보컬 "정단"의 데뷔곡이기도 하다. 앨범을 발표할 당시에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삽입이 되며 뒤늦게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심지어 이 영화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노래까지 강제 진출하여, 북경 차트 TOP10에 오르며 중국 활동을 하기도 한다.
(성대결절 이전에) 내 노래방 1순위는 바로 이 <아름다운 사실>이다. 내 통화 연결음도 몇 년째 이 노래이다. 노래는 유명해도 이 노래의 보컬 "정단"은 내가 뽑은 부활 보컬 2위이다. 부동의 1위는 당연히 故김재기 님 / 3위는 가장 최근에 보컬로 활약한 김동명 님이다. 목소리는 정말 엄청 유명하지만 얼굴은 너무 안 알려져 있어 심지어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나와서는 중간에 탈락자로 선정이 되어 <아름다운 사실>을 라이브로 불렀고, 후렴 부분에 김태원과 박완규가 등장하여 모든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정단이라는 가수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공부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존 사스나 메르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별 것도 아닌 걸로 정부에서 호들갑을 떨며 국민들을 통제하고 자영업자의 생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올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늘 이후로 내 입으로 정단을 거론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통화 연결음도 바꿔야겠다. 뭘로 바꾸지?
아직도 부활은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니 더 좋은 명곡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living legend 로서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우리의 귀와 영혼을 맑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KBS 2009년 콘서트 7080 라이브 실황
: https://www.youtube.com/watch?v=iT5_59a_UjM
부활의 노래를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이유는 사실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노래를 아무리 들어도 패턴이 읽히지 않아 당연히 엄청 어려운 코드나 다양한 전조(modulation)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곡을 소개하기 위해 최대한 다른 정보 없이 노래만 들으며 코드를 따 보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다른 분들이 따놓은 코드를 참조했다. (ㅠㅠ)
부활 노래의 코드적 특징은 예상과는 달리 전조가 거의 없고, 특별히 어려운 코드도 없다. 그런데 기존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패턴은 완벽하게 벗어나는 새로운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어색하기는커녕 너무 자연스럽고 환상적인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C - G - Am - F - G - C / C - Am - Dm - G 와 같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코드 패턴은 전혀 없음
가령 <아름다운 사실>의 첫 소절. '부탁해도 되니 너에게 기억이 부르는 날에'에서 보통 같으면 A-key 기준으로 C#7 다음에는 F#m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C#7 다음에 D와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드가 나오는 식이다. 세 번째 줄에서는 '잠들어 있는 날 보던 너와 내 꿈에 있던 너의 모습이'에서는 또 C#7 다음에 정석대로 F#m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한 구절도 코드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이 없고, 최소 코드 한 개 정도는 반전을 주면서 끊임없이 노래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코드를 따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가 빙빙 돌게 만드는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분들의 코드 악보를 여러 개 참조를 해야만 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베이스 코드 라인을 정말 집요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기타로 칠 때 베이스 라인은 칠 수가 없어서 생략하고 적는 편인데, 이 노래들에서는 거의 모든 파트에 베이스 라인이 별도로 움직이고 있어서 일단 표기해 보았다. 피아노로 코드를 치시는 분들은 한번 이 베이스 라인을 따라가 보면 원곡의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두 번째 구절을 보면 메인 코드는 "A - E - D - B7 - E"로 진행되지만, 베이스 라인은 "A - G# - F# - D# - E"로 한 칸씩 내려오다가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 노래뿐 아니라 다른 노래에서도 이런 베이스 구성은 흔히 볼 수 있다. 음악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감히 천재는 이런 디테일의 차이에서 구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활의 최대 히트곡인 <사랑할수록> 역시 분명 G-key로 시작하는 메이저 곡인데 첫 코드부터 Em로 시작하는 파격을 보여준다. 역시나 동일한 코드로 구성되는 구절이 거의 없어 매 마디마다 코드를 발굴(?)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다가 이 곡마저도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쉽게 따던 다른 곡들과 달리 다 완성하고 나서 많은 희열감을 느끼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보통 기존 다른 노래들은 1절의 코드만 소개해왔는데, 이유는 2절 코드도 보통 같거나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활의 노래들은 1절과 2절, 클라이막스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서 원곡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완곡 (전주, 간주, 후주 포함)의 코드를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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