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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Sep 26. 2021

SNL 코리아 : 인턴 기자

20대 여성에 대한 희화화인가 vs 현실 고증인가

쿠팡이 드디어 쿠팡 플레이로 OTT 플랫폼까지 진출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광폭 행보이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므로 쿠팡 플레이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고작 2900원인 로켓 와우 멤버십으로 쿠팡 플레이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개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오늘은 쿠팡 플레이까지 다루려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쯤에서 각설하고, 최근 어마어마한 광고를 쏟아내며 쿠팡 플레이의 대표 컨텐츠로 밀고 있는 SNL 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SNL류의 억지 스탠드 코미디는 사실 내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 과장된 웃음과 억지 설정, 거기에 앞뒤 맥락도 없는 섹시코드는 거부감이 들 정도이다. 원조 미국의 SNL을 직접 시청한 적은 없으나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이슈를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SNL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듯하다.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


이번 쿠팡 플레이에서 야심 차게 밀고 있는 SNL의 새 시즌도 나의 구미를 전혀 자극하지 못하였으나,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이 <SNL 위클리 업데이트 : 인턴기자> 클립은 나의 시선을 완전히 잡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인턴 기자 역할을 한 사람은 배우 주현영. 이번 시즌에 처음 보는 얼굴이다 보니 초반에는 기자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코너에서 진짜로 당황하여 큰 방송 사고를 내고 있다고 오해를 했다. 하지만 곧 그 모든 것이 설정이고, 연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소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3분짜리 인턴기자 클립 : https://www.youtube.com/watch?v=PBTjJLrjKcA


이 주현영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디테일했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 클립을 보고 나면 대부분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주변에 20대 여성과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저 말투나 손짓 등이 상당히 익숙할 것이다.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화법을 거의 정확하게 고증했다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5명의 여성 인턴 기자가 모여 이 영상에 대한 리뷰를 한 기사도 있었는데, 본인들 스스로도 대부분 그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미묘한 포인트를 잘 살린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이 클립이 화제가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영상이 20대 여성의 비하하고,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소재가 나온다. 뚱보, 대머리, 섹시, 추남추녀, 말 더듬, 4차원 등 논란에 불을 붙이려면 이런 모든 소재를 탓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압박 질문에 당황하는 女기자를 표현한 것이 여혐이라면 뚱뚱한 사람에게 '그만 좀 먹어'라고 하면 뚱혐이 되는 것인가? 그렇게 하나씩 빼다 보면 개그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또 이 현상을 엄청 친절히 분석하는 기사까지 냈다. 코미디란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20대 여성을 희화화시킨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묘사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클립을 보고 "세상의 모든 여성 기자는 저렇게 나약하고, 도망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발상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가. 


우리 회사의 20대 여성 직원들의 실제 화법이나 행동 양식은 저 인턴 기자와 유사하나 오히려 책임감과 능력이 남자들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주변에 무책임한 20대 여성 직원이 많은 사람은 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캐릭터 하나로 세상의 모든 대상이 그렇게 고정관념화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신박한 상상력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세상의 모든 40대 남자는 신동엽처럼 응큼한 상상을 하고, 세상의 모든 30대 여자는 안영미처럼 과도한 섹시 댄스를 추며 끼를 분출한다고 고정관념화되는가? 일반화의 오류도 이런 오류가 없다. 앵커의 압박 질문에 당황하며 중언부언하던 여기자가 그 극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뛰어 나간다. '울면서 뛰어 나가는 거까지는 오버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모든 20대 사회 초년생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고 고정관념화시킨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약 다음 주에 남성 인턴기자의 특징을 묘사한 코너가 생긴다면 그것은 남성 사회초년생을 비하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남녀 균형을 맞췄다고 환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왜 약자인 사회 초년생만 건드리냐, 상사들을 골탕 먹여 달라고 비판을 할 것인가? 참 한심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그걸 아는가? 이런 논란과 논쟁이 지속될수록 결국 웃는 것은 쿠팡 플레이뿐이다. 전체 영상 클립 중 조회수 474만으로 단독 1위이다. 2위 역시 290만을 기록한 인턴기자 두 번째 에피소드이다. 호스트인 이병헌의 내부자들 패러디 코너가 245만으로 3위인걸 보면 쿠팡 플레이 입장에서 이 논란과 관심이 결국 SNL 전체를 살린 셈이 되었다. 



제 아무리 성역이 없어야 하는 코미디 프로라도 비판받을 건 비판받아야 한다. 장애인이나 질병을 희화화한다던지, 절대 악이나 부패한 권력을 옹호하거나 미화한다던지 하는 누가 봐도 명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런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오버이다. 불편하면 안 보면 그만이다. 더 이상 쿠팡 좋은 일 그만 하고 보다 생산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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