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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Sep 29. 2021

황제 의전 : 조작된 사진

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철 지난 사건이지만 오늘은 "황제 의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약 한 달 전 아프간 특별 입국자의 격리 시설 입소에 관한 브리핑 자리에서 발표를 하는 법무부 차관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혀주는 공무원의 사진이 한참 논란이 되었다. 사진과 함께 기사가 공개되자마자 "황제 의전", "갑질 의전"이라며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당연히 정부에 대한 공세가 이어진 것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이제는 사진의 진실을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당초 기자회견은 실내 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참석 인원수를 제한하였는데 기자들이 예상보다 많이 모여 일부 기자들이 입장을 못해 기자들이 항의를 하자 긴급히 외부로 브리핑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 하필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발표자인 법무부 차관은 비를 맞으면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법무부 직원 한 명이 우산을 들고 차관 '옆에서' 우산을 받쳐 주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범위이다. 그런데 갑자기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직원에게 '뒤로' 가서 서라고 했다. 그리고 키가 큰 직원의 얼굴이 차관 머리 위로 튀어나오자 기자들은 직원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앉으라고' 요구를 했다.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는 기자들의 요구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자 직원은 차라리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사건은 이제부터 조직적으로 조작되기 시작한다. 기레기들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런 나쁜 논란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회로가 있나 보다. 아프간 특별 입국자를 전 세계 유일하게 탈출시킨 영화 같은 스토리로 정부가 칭찬받는 게 싫었는지 그 중요한 본질은 외면하고, 일제히 "황제 의전"으로 사건을 창조해 낸다. 발표 내용이 나온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황제 의전"으로 도배가 되었다. 


백 번 양보해서 "황제 의전"이 사실이었다면 발표 내용 다 무시하고 그것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기자들의 요청으로 법무부 직원이 결국 무릎을 꿇게 된 경위를 현장에 있는 기자라면 모두가 다 알 텐데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시침 뚝 떼고 그렇게 기사를 쓸 수 있는지가 정말 의문이다. 누구 하나 그것을 반박하는 기자가 없다. 기자는 뭔가 대단한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인가? 조국 장관 집을 압수 수색하던 그날 집 앞에 진을 치고 앉아 신이 난 얼굴로 짜장면을 먹었는지 찌개를 먹었는지가 궁금한 천한 집단들. 정말 천박하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나도 예전에 회사의 직원으로 있을 때, 행사장에 대표님이나 임원분들이 현장에 오면 의전이라는 것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모든 사람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그분들의 의전을 위해 누군가 한 명을 배정해서 안내를 해야 한다. 현장에서 조금 소홀한 대접을 받으면 행사가 잘 끝나도 사무실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행사가 엉망이었다느니, 대접이 시원찮았다느니 하는 식의 일장 연설이 시작된다. 현장에서 고생한 보람도 없이 그 사소한 의전 하나 때문에 기분이 엉망이 될 때가 많다. 


이제 내가 직원 30명의 인생을 책임지는 대표가 되었다. 나는 그런 불필요한 의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일단 가급적 현장에 처음부터 같이 함께 하는 편이다. 그리고 뒤늦게 방문하더라도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는다. 특히 해외에 행사를 할 때 후발대로 공항에 도착하면 알아서 택시 불러서 현장으로 가는 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전 회사에서는 대표님과 임원분이 오시면 공항으로 가이드와 함께 픽업을 나가야 했다. 비행기가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그들이 조금이라도 기다리기라도 하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그 험한 꼴을 당하기 때문에 항상 미리 나가서 기다려야 한다. 얼마나 비효율의 극치인가.


내가 의전을 못하게 하니 우리 임원진들도 당연히 그런 의전을 받지 못한다. 도시락을 챙겨준다던지 하는 간단한 의전도 못하게 한다. 무조건 자기 것은 자기 손으로.. 임원들이 조금 섭섭할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이 행사 외적인 요소로 신경을 뺏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로지 행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게 곧 회사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초반에 그런 부분에 단호하게 정리를 해놓았더니 이제는 간혹 섭섭할 정도로 신경을 안 써주기도 한다. 내가 바라던 대로 잘 되고 있다. (진심이다!)

 



물론 우리 삶에 의전과 격식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방문했다던지, 행사의 호스트나 중요 게스트인 경우 등 그 격에 맞는 예우를 해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거마냥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족속들이 많다. 대기업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거나, 높은 직급을 갖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 의전을 받아 마땅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닌데, 엄청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저런 기자들의 선민의식, 특권의식, 삐뚤어진 기자 정신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한다. 기자도 아닌 기레기 주제에 어깨에 잔뜩 뽕이 들어가 하나부터 열까지 대접받으려 하고, 조금만 대응이 미숙하면 바로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지만, 힘 있고, 돈 많고, 팍팍 잘 챙겨주는 사람 앞에서는 그저 굽신굽신 거리며 세상 말 잘 듣는 어린이가 되어버리는 그런 가짜 기자들이 사라지는 세상을 보는 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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