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여
요즘 대선의 열기가 뜨겁다.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지지자들은 일희일비하게 마련이다. 선거가 아직 80여 일이 남았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렇기에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고개를 쳐들고 안심해선 안된다.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항상 더 간절한 사람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
오늘은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본격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우리 주변에는 일찌감치 잘 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유명인이 되기도 하고, 가게가 대박이 나기도 하고, 사업이 번창하기도 하고, 로또를 맞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바닥에서 시작해서 나름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는 일이다. 굉장히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정상의 자리에서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일전에 내가 썼던 글 중 국민 MC 유재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유재석은 오랜 무명의 시절 동안에 밤이면 항상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방송이 안되고, 하는 일마다 어긋날 때, 잠들기 전 참 많이 기도를 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단 한 번만 제발 개그맨으로서의 기회를 주신다면, 제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제가 만약 초심을 잃고, 만약에 이 모든 것이 나 혼자 얻은 것이라고,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제가 생각을 한다면, 그때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제가 큰 아픔을 받더라도, 저한테 왜 이렇게 가혹하게 하시냐고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이런 간절한 마음 자세로 항상 임하다 보니 최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도 항상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모든 동료들은 물론 팬들로부터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도 지난 20여 년의 예능판에서 단 한 번의 논란도 없이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것은 유재석이 유일할 것이다.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5년간 생존할 확률은 26%라고 한다. 우리 회사는 그 어려운 경쟁의 틈을 뚫고 운과 노력과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더 나빠질 수도 없을 만큼 최악의 시작이었지만, 2018-2019년에는 최고의 매출을 찍고, 사옥까지 마련하게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리만치 그 상황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한 마음에 더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했다. 직원들에게는 최대한의 복지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나 스스로는 들뜨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나를 노리고 있던 수많은 불행의 화살이 날아올 것만 같았다.
섣불리 고개 쳐들면 죽는다
끝날 때까지 절대 끝난 게 아니다
국민 MC 유재석의 말처럼 초심을 잃고, 이 모든 것이 나 혼자 얻은 것이라며 자만에 빠지는 순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심정으로 묵묵히 고개 숙이고 항상 최선을 다 해야만 했다. 어설픈 자만심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주변에서 수없이 많이 보고, 듣고, 경험했다. 위로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밑으로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다. 그리고 다시 회복하려면 처음보다 몇 배의 노력과 노력과 노력과 행운과 행운과 행운과 행운이 필요하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진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불행해질 확률은 무려 90%에 달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있다. 누구나 복권에 당첨이 되기만 한다면 절대로 불행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다짐하겠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돈이란 놈은 항상 멀쩡하던 사람도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게 만들고, 결국 그 자만심이 스스로를 갉아먹는지 모른 채로 방황하다 어느새 눈떠보면 복권에 당첨되기 전보다 더 불행한 상태가 되어있기 마련이다.
매사에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올해의 성공이 내년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올해는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에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코로나 시국임을 감안했을 때, 정말 기적과도 같은 결과이다. 하지만 이 성과가 내년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음이 분명하니 또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의 성과는 충분히 직원들에게 나누고, 내년을 위한 군자금으로 잘 모셔놔야 한다. 내년에는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녀석이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자만하지 말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늘 한결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