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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an 07. 2022

중소기업의 숙명 01 : 인력 유출

2명의 직원을 동시에 떠나 보내는 마음

새해 벽두부터 회사를 든든히 지켜오던 2명의 직원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병가지상사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고, 언젠가 헤어질 운명이었는데 그게 조금 빠르고 동시에 와서 단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회사를 동시에 떠나게 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 불편한 이슈가 있어 오늘 그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3인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현재 20명 내외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창 뜨거운 여름에 시작한 우리의 첫 해 매출이 5억에 순손실이 1.2억이었으니 자본금 1억 인 회사가 6개월 만에 자본잠식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를 믿고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나온 동지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었다. 돈은 안되지만, 할 일은 많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구인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려도 그 흔한 '묻지마' 지원자도 없을 때가 태반이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소개를 받아 겨우 신입급 직원들 2~3명을 채용하였지만 그들을 교육시키면서 실무 업무를 병행해나가야 한다는 게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2년간의 고생 끝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좋은 레퍼런스들이 쌓이자 예전보다는 훨씬 높은 숫자의 지원서가 들어왔다. 또한 내부 직원들의 지인 추천도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2016년 7월 3명으로 단출하게 시작한 회사는 2017년 7명, 2018년 12명, 2019년 24명까지 초고속 성장을 했다. 비록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지만 2022년 현재까지 그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신입급으로 입사했던 직원들은 어느덧 중간 관리자급으로 성장했다. 정말 경험이 적은 친구들, 다른 회사의 나쁜 습관이 덜 묻은 친구들 위주로 채용을 해서 우리 회사만의 스타일로 교육하며 함께 성장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회사의 방침을 잘 따라주어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능력도 갖추고 클라이언트들과 직접 소통하며 인정을 받는 직원들로 무럭무럭 성장해주었다. 그러는 동안 회사도 함께 성장하였기에 성과(인센티브)와 복지 등 함께 나누며 찰떡같은 호흡을 맞춰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직원과 회사는 언제나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거나,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거나, 혹은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떠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은 해야겠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인원이 떠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직원 개인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도 항상 하고 있다. 내가 더 좋은 조건을 맞춰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더 큰 회사가 되어 이름을 알리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2명의 동반 퇴사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달랐다. 떠나는 직원을 비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의 이직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 회사의 주요 클라이언트사의 담당자였던 A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발생했다. A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면서 새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 우리 회사의 과장급 직원 B에게 이직 제의를 했다. 그렇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은 진행되고 있었고,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A가 6개월 만에 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 A를 믿고 팀을 꾸린 회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A는 자신의 세팅해놓은 팀의 팀장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거기에 또 우리 회사의 팀장 한 명에게 이직 제안을 한 것이다. 물론 면접의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거의 확정적으로 가게 될 듯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두 사람의 성공적인 이직에 나는 기꺼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제도 2명의 직원과 각각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앞길을 축복해주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회사가 해줄 수 없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는데 축하해주는 게 도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회사의 기둥이 될 만한 2명의 직원에게 동시에 이직 제의를 한 A의 행동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물론 이직 제의를 하는 과정에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시간차로 얽히고설켜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일부러 우리 회사에 해를 끼치기 위해서 한 행동이 아님도 알고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음은 그간의 사정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허탈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직원들의 성장이 꼭 우리 회사가 잘해서만은 아니겠지만 정말 열심히 어렵게 교육하고, 함께 성장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핵심인력을 곶감 빼먹듯이 쏙 빼가는 건 정말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한 명이 이직한다는 말을 듣고 A와 통화하며 '괜찮다, 이해한다. 우리 직원에게 좋은 기회 줘서 정말 고맙다'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었지만, 두 번째 직원의 이직 소식을 듣고서는 그간 참았던 분노가 결국 폭발하고야 말았다. 물론 폭발이래 봐야 소심하게 A의 연락처를 차단하는 정도였지만 이삼일이 지난 지금도 그 '깊은 빡침'이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좀 더 단단한 회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지간한 외부의 접촉에도 흔들리지 않을 우리 회사만의 장점을 만들고, 정체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회사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 2-3년 정도 후에 실행하려던 계획을 조금 더 앞당기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그런 뻔한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 회사만이 할 수 있는 그런 획기적인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적어도 1년 안에 빠르게 그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아있는 직원들이 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실패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며 정체되어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익어가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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