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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Dec 16. 2021

인센티브의 비밀

돈을 벌어야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착각

회사는 창업자와 구성원 모두 이익을 위해 모인 사회적 집단이다. 일을 했으면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고, 급여를 받았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다 간혹 회사가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인센티브라는 제도를 통해 급여 이외의 비용을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인센티브라는 녀석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마치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나 역시도 회사를 창업하기 전 1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인센티브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명절이나 휴가에 받는 소소한 보너스 말고 진짜 인센티브다운 인센티브 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아니고서는 사실 중소기업 규모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뿐만 아니라 주변에 수많은 지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이다.


너희들이 모르는 게 많아. 생각보다 남는 게 없어.


무슨 중소기업 대표들을 위한 별도의 과외 선생님이 있는지, 대표님들은 늘 연말연초가 되면 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인센티브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은 물론 내년도 연봉 협상을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 "허구한 날 똔똔"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늘 돈을 잘 벌었다. 숫자에 빠른 나는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 금방 계산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황당한 변명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말 회사가 인센티브를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면 일단 자신의 외제차를 팔아야 하는 게 우선이고, 해외여행과 골프 약속부터 줄이는 게 맞을 것이다.


회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이 더러운 관행을 깨부수고 싶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최우선적으로 그 혜택은 직원들에게 가야 한다. 1년 동안 고생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직원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며 열심히 일해주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혹여 기적적으로 회사가 생존을 하고,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반드시 직원들에게 적절한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것을 근로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기해 놓았다. 나중에 내가 딴 소리 하지 않도록.


처음 2년간은 회사가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마이너스가 너무 깊어져 이대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실이 심각했지만 그렇다고 또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직원들이 매일 지쳐있을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수익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들 뿐이었다. 그래도 초기 손실 기간일 때에도 연말이면 적게나마 상여금을 지급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상여금을 받게 된 직원들은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고 회사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던 것 같다.


3년째 되던 해부터 회사에 큰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내 영업 라인을 통해서 들어온 일이었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우리에게 올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나게 큰 일이었다. 모두가 합심하여 일을 한 결과 창업이래 처음으로 큰 규모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드디어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회사 수익금의 1/3을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였다. 개인별로 나눠보면 월급의 300% 정도의 인센티브가 지급되었다. 다들 고생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겠지만 그래도 직원들에게는 기분 좋은 연말 선물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첫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다음 해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하게 되었다. 50억이던 매출은 110억으로 2배 이상 증가하게 되었고, 수익도 덩달아 늘어나게 되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규 직원들도 함께 늘어나 연간 운영 비용도 증가했지만 수익의 증가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전년도 300%에 이어 이번에는 소폭 증가한 320%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2년 연속 인센티브를 받은 직원들의 사기는 한없이 올라갔다.


하지만 다음  우리는 2020 코로나라는 최악의 폭탄을 맞게 되었다.  세계가 팬더믹에 빠진 마당에 우리가 해오던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 역시 당연히 모두 취소되었다. 1년간 별다른 일도 없이 무작정 버텨야만 했다. 아예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준비하는 족족 취소가 되었으니 고생은 고생대로 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이 훌쩍 지나갔다. 회사는 자금 압박에 빠지게 되었고, 전년에 벌어놓은 돈을 대부분 날릴 처지에 직면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작지만 격려금을 지급했다. 인센티브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그냥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급여의 50% 지급했다. 어차피 3 마이너스나 3.3 마이너스나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도 힘들었지만  힘든  불안해하는 직원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지급했고,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했다.


2021년에도 여전히 코로나 팬더믹은 계속되었지만 우리 회사는 올해 1월~3월과 11월~12월에 크게 두 건의 글로벌 대회를 준비하며 완전히 회복세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올해도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정식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뤄낸 결과이므로 회사가 조금 적게 남더라도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회사가 있어서 직원이 존재하는 것이냐
직원이 있어서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냐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답하지 못할 것이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정답이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정답은 이런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은 분리된 개체가 아니고 하나의 몸이다. 최소한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믿음이 깨지거나, 더 좋은 조건의 상대를 만나면 그냥 서로 쿨하게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인센티브는 돈을 벌어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익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서로가 납득하고 이해할  있을 정도로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회사가 어마어마한 손실이 났는데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직원은 없다. 반대로 회사가 엄청나게 수익이 났을  쥐꼬리만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직원도 없을 것이다.  적정한 선을 찾는 것이 대표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가장 어려울  아주 적은 돈이 직원들에게는  믿음과 비전을  수도 있고, 아주 실적일 좋을  많은 돈을 쓰고서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즉 100만원 기대할 때 150만원 주면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500만원 기대할 때 450만원 주면서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것이 기술이다.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있겠다.


인센티브라는 것이 한 번 지급하게 되면 나중에 돌이키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어떨 땐 정말 너무 어려워서 지급하지 못하게 돼도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인센티브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받는 사람은 받는 습관에 젖어 안 받으면 서운해지는 게 당연하고, 주는 사람은 못주면 미안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 심리조차도 사전에 치밀하게 컨트롤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라 그것을 핑계 삼아 인센티브를 미루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 외에도 인센티브에 대해 '형평성', '지급 시기', '지급 방법' 등 할 말이 많지만, 오늘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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