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의 행동 매뉴얼
코로나 19의 위세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기존의 메르스나 신종플루와는 차원이 다른 전파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방역당국, 지자체, 그리고 국민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방역 모델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으로 급부상하며,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코로나 초기부터 우려했던 대로 전파력이 대단한 감염병이어서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마스크 등의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신천지 발 대규모 감염사태로 인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약 두 달간 시행했다. 그렇게 고난의 세월을 보낸 후 다시 한번 진정 국면에 들어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할 시점에 이태원 발 산발적 n차 감염사태로 또다시 온 나라가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렇듯 코로나는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방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즉,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모두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비를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과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화두가 되었던 키워드가 바로 언택트(untact)이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대면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인해 언택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각 기업과 지자체는 언택트 마케팅을 연일 쏟아 내고 있고, 많은 사람이 그 언택트를 선호하고 있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두려움과 심리적 방어기제가 한동안 우리를 지속적으로 파고들 것이며, 두려움에 대한 경계심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고 해도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상황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처럼 방역이 철저하게 관리되지도 않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락다운을 해제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비대면뿐 아니라, 어떻게 오프라인에서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안전하게 혹은 덜 위험하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일명 반택트 (half contact) 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통해 반택트를 실천하고 있다. 각종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유흥시설에서는 QR 인증을 통해 암호화된 형태로 입장 인원을 통제 관리한다. 또한 학교에서는 2부제 등교, 온/오프라인 혼합 교육 등으로 학교 내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을 꼽아 보라고 하면 바로 식당, 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2~3월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5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지금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과 긴급재난소득(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거리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오히려 전년보다 더 늘어난 곳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서의 감염에 대한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 아이디어 ① : 착한 주문 플랫폼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착한 주문 플랫폼을 만들어 보급하면 어떨까? 미리 플랫폼을 통해 선주문을 해놓고 매장에 도착하게 되면 입장 대기, 주문, 결제 등과 같은 불필요한 접촉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직원과 손님의 대면 기회를 차단하여 감염 예방을 하고, 매장 체류 시간을 줄여 회전율을 높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전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이므로 가장 우려스러운 예약자 no show를 방지할 수 있다. 거기에 지역 화폐나 결제 시스템(ex 제로페이) 등을 연동한다면 보다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님의 입장에서도 빠르고 간편한 주문 및 결제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여,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공이 민간의 영역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미 배달의 민족의 사례에서처럼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민간 플랫폼에서 수수료 일방적 인상이나 담합과 같은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효과도 마련할 수 있다. 배달앱의 홍수 속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군산시에서는 묵묵히 시민들만 생각하며 배달 플랫폼을 개발했고, 배민의 횡포로 인해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지자체가 민간의 영역에까지 개입한다, 세금 낭비에, 특정 직업에 대한 특혜 등 온갖 비난 속에서도 공공 플랫폼 서비스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증명한 사례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QR 주문 & 결제 시스템이 존재하고, 특히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같은 경우는 오래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이전에는 편의의 목적이 컸다면 이제는 안전과 방역의 영역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 아이디어 ② : 온라인 다중 two-way 강의 시스템
코로나 국면에 식당과 같은 소상공인만큼이나 어려움을 겪는 곳이 바로 대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업종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PT, 요가, 필라테스 등 대면과 밀접 접촉이 빈번한 곳이나 학원, 강의, 원데이 클래스 등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면 교육업은 거의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아무래도 지금 같은 시기엔 필수적인 생활의 영역이 아닌지라 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상에서 화상 대면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과 함께 대면 교육 프로그램 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오프라인 교육 기피현상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 옛날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에서부터 최근 인기 유튜버들이 존재하여, 영상을 통해서도 혼자서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면서 자세를 미세하고 교정해주고, 운동 시간이나 횟수 등을 체크해주는 것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혹독한 고통의 길을 가는 것이기에 일방향적인 영상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록 오프라인에서처럼 1:1 개인 교습은 아닐지라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월등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혹여 이사를 가거나 출장을 가도 온라인 상에서 얼마든지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미 민간의 다양한 교육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지자체의 영역에서 감염병 상황의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취약점을 보완하고, 민간 플랫폼이 가진 경쟁적 광고, 프리미엄 서비스, 수수료 체계 등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띤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반택트 아이디어가 있지만 여기서 다 소개하기엔 무리가 있는 관계로 두 가지만 소개해본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미 다양한 형태의 유사한 플랫폼이 국내외에 이미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의 특수한 상황에서 공공의 기능이 강화된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 개발되어, 이러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 누구나 수수료 걱정과 부담 없이 안전하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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