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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r 06. 2022

MZ세대가 문제라구요?

'MZ세대가 문제'라고 하는 당신이 가장 큰 문제

'요즘 젊은것들은 정말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고대 벽화에 등장할 정도로 그야말로 케케묵은 담론에 불과하다. 내가 청년기를 지내던 시기에도 소위 'X세대'라고 불리는 종자들은 참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렇듯 어느 시기에나 젊은 사람 VS 늙은 사람의 구도는 항상 존재했고,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난제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듯이 버릇없다던 젊은이들은 금세 나이를 먹고, 또 새로운 젊은이들을 향해 똑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 자명하다. 



MZ세대에 대해 논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과연 'MZ세대라는 말 자체가 유효한가'라는 질문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라는 말의 정의는 M(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디지털 네이티브)를 합친 말로 통상 1980년대부터 1990년대생까지 아우르는 대단히 포괄적인 구분법이다. 사회에서는 이 폭넓은 세대를 하나로 묶어 MZ세대라고 부르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MZ세대라는 말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 세상에 동시에 나온 쌍둥이조차 서로의 생각과 취향이 다를진대 무려 20살에서 40살까지를 지역, 성별, 성향 구분 없이 한데 묶어 MZ세대는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는 말이 얼마나 웃기고 어이없는 궤변인가. 


요즘 선거철을 틈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2030이라는 말 또한 마찬가지이다. '2030이 OOO에 열광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2030의 여론이 일방적으로 70-80% 이상 쏠린다면 그건 2030의 민심이라고 대변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20대의 여론 조사와 30대의 여론 조사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30대 초반의 경우 20대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30대 후반의 경우 40대의 여론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같은 의미로 5060을 한데 묶어서 분석하는 것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세대별로 묶는 게 효과적일 수는 있겠지만 마치 그 집단 전체가 동일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도록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MZ세대에 대해 싸잡아서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 내에서 선임에 속하는 사람들이 흔한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MZ세대랑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꼰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MZ와 꼰대의 불꽃 튀는 한판 대결에서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미디어 속 청년 VS 내가 만난 청년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 그토록 손가락질하던 그 버릇없고 예의 없는 MZ세대를 나는 사실 만나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회사에 전현직 포함하여 최소 6개월 이상 머물렀던 90년대생이 족히 30명은 될 것이다. 그 많은 90년대생들은 모두 예의 바르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 속 청년들과 우리 주변 청년은 정녕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던가?


분명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같은 문화를 향유하며, 같은 시기에 자란 청년들이 변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어른들의 태도이다. 어떤 어른을 만났냐에 따라 평상시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자라고 배웠던 그 시절에는 고참이 까라면 이유도 모른 채 그냥 까는 게 상식이었다. 이유를 묻다가 더 심하게 혼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대접을 받고 자란 사람이 지금의 어른이 되어 자신이 당했던 옛날 방식 그대로 후배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한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우리 때와 달리 이유를 묻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다. 소위 '꼰대'라는 분류의 사람들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과 함께 일장 연설을 늘어놓거나 큰 소리를 치며, 요즘 것들은 건방지다며 빈정댄다.


똑같은 경험을 가졌지만 나는 그런 태도와 방식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회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부분을 직원들과 상의했다. 때로는 나보다 훨씬 좋은 의견을 내놓을 때도 있고, 때로는 내 경험을 존중하며 의견에 동조해 주기도 한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서로 싸우는 법이 아니라 협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 속담은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위아래를 떠나서 좋게 말하는 데, 삐뚤게 반응하는 사람은 아주 극히 드물 것이다.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고 그저 요즘 것들만 문제 삼는 태도, '라떼는 안 그랬는데...' 하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상대를 평가하는 태도, 그런 사람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직원은 상사들의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또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 새로 들어온 막내 직원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지만,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배울 것이 없을 수 있다. 서로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다면 세상 어떤 사람과도 통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얼마 전 MBC <100분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는 "매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똑똑합니다. 기성세대한테 물어봤자 답을 몰라요. 청년들은 자기가 답을 찾고 부딪쳐야 바뀌지 기성세대한테 물어봤자 이용만 당합니다. 해달라고 하지 말고 하세요. 그래야 바뀝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청년들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훨씬 더 영리하다. 케케묵은 사고에 파묻힌 사람에게는 이런 청년들이 건방지고, 예의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열등감의 발로일 것이다. 단지 나는 그들보다 먼저 태어났고,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뿐, 그들보다 내가 더 낫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청년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행동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선배가 되려 하지 말고, 친구가 되자. 그러면 청년들로부터 진심 어린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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