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정치이다 01
앞서 몇 번의 글을 통해서 정치란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정치적 용어나 경제적 용어에 대해 하나씩 쉽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정치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정치이다>
지난 90년대 IMF가 터졌을 때 정부는 위기에 빠진 대기업과 금융권에 사상초유의 대규모 재원을 투입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에게 최우선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곧 대한민국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지탱이 되고 국민이 살 수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한 말이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당시 대기업만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과 자영업자들도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았음에도 정부의 공적 자금은 상당 부분 기업과 금융권에 집중됐다. 하지만 그 수많은 공적 자금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70% 회수율에 그치고 있고, 대규모 재정 투입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깜짝 놀랐던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 역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일반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선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노력 덕분에 모두의 우려를 깨고 3년 8개월 만에 IMF를 졸업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재정은 기업들에게 지원이 되었지만, 국민들의 값비싼 희생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이다.
승수효과는 이와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전적 의미는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결국 기업이나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면 실제로 투입한 금액보다 총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던 것이 아주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정부에서 몇 십조 단위로 재정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상품권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결국 제한 시간 내에 지원금을 지역에서 반드시 소비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이 일시적으로 회복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당연하게 세금의 증가로 이어져 일정 부분 정부의 재정으로 돌아오게 되는 효과가 있다. 즉, 사람의 몸속에서 피가 골고루 순환될 수 있도록 하여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낙수효과가 특정 계층에게 한정되어 이익을 주는 것과는 달리 승수효과는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나아가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급해 논란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난 지원금이라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경제적 위기를 보상해 줌과 동시에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개개인들에게 직접 지급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재난지원금 지급을 특정 회사에 위임을 하고, 그 회사가 또 아래 몇 개의 회사에게 대대행을 하는 방식으로 이 단계에서 불필요한 수수료가 특정 회사에 귀속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수령하는 방식도 우리처럼 전산화가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지급이 되어, 통계도 제대로 안 잡힐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오류와 누락이 발생하는 등 굉장히 후진적인 방식으로 지급이 되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번 대선에서 기본 소득과 같은 개념이 주요 공약으로 올라왔었다. 혹자는 공짜로 돈을 나누어주면 누가 일을 하려고 들겠는가라며 반박 논리를 펼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월 몇십만원 혹은 연 100~200만원 수준의 기본 소득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신의 한정된 소득에 약간의 소멸성 소득이 추가되면 결국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소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추가적인 소비의 증대, 즉 소상공인 매출의 증대로 귀결되어 전체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의견을 가진 누군가는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할 것이다',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까지 주는 것은 낭비이다'라는 식으로 폄훼한다. 소멸성 기본 소득이 근로 의욕을 없앤다는 주장은 터무니없고, 소득이 높은 사람은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므로 나의 설명이 용어의 경제적 정의와는 조금 다를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경제라는 분야에 그다지 해박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유창하게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글에서 사례로 든 것은 실효적 의미로 승수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 것이다. 그 의미가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