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알 수 없는 꿈을 꾸다
꿈을 꾼다. 그것도 매일 밤. 매번 다른 소재로. 그렇지만 꿈에서 깬 후의 기분은 항상 비슷하다. 답답함. 막막함.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예감.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일. 하지만 꿈속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일을 막아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고, 그저 바라만 보며 안타까워하는 그런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 물론 전에도 자주 꿈을 꾸었다. 좋았던 것도 있고, 찜찜한 것도 있었는데 비율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아침 기억은 명확하지 않지만 꿈속에서 나는 슬펐고, 외로웠고, 가슴이 먹먹했다. 현실로 돌아와도 그 찜찜함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지배한다. 차라리 내용이라도 좀 명확하게 기억을 한다면 설령 그 꿈이 흉몽이라 해도 이 정도로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재나 인물이나 전개 방식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고, 오직 잔상만 계속해서 남아있는 그런 상태이다.
최근에 나에게 어떤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딱 하나 짐작 가는 것이 있다면 약 10여 일 전 있었던 대통령 선거이다. 선거의 결과는 정말 아쉬울 만큼 간발의 차이로 패배를 했다. 그 아쉬운 차이로 패배한 후보는 늘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부족했다며 사과를 한다. 반대로 미세한 차이로 당선이 된 후보는 연일 안하무인 격으로 엉뚱한 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면 억울해도 할 말이 없다 하겠지만 정말 역대 최소 규모의 박빙 선거였고, 그만큼 양쪽 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지성으로 독불장군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내 무의식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계속해서 코끼리만 생각나듯이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다짐의 강도가 커질수록 아쉬움의 크기만 더 커지고 있다. 모든 것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마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 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조그마한 단서라도 있으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꽉 붙들고 싶다.
이렇게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안타깝다. 이제 50일 후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 국민을 섬긴다는 사람이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오직 자신의 '주변' 국민의 말만 듣고 행동하고 있다. 나머지 1617만 명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정작 자신을 찍은 20대 남성과 6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조차 연일 '빅엿'을 맥이고 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도 소용없다. 하루아침에 폐점 통보를 받은 국방부 매점 주인도 자신이 찍은 후보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전국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이 아닌 대출 연장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군인 월급 200만 원이라는 말을 믿고 지지한 20대 남성들은 당선 하루 만에 군인 월급 200만 원 백지화와 군 복무기간 다시 24개월 복귀라는 대박 통수를 맞았다. 그들도 이제는 내 심정을 이해할까? 자신이 찍은 손가락을 칼로 자르고 싶을 만큼 후회하고 있을까? 그런다 해도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사람 볼 줄 모르는 자신의 안목을 탓해야지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잠은 잘 잔다. 그저 잠든 후 찾아올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몽이 두려울 뿐. 언제쯤이면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 5년 동안 내내 이런 상황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과연 5년 뒤면 상식이 승리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을 장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가장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