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Apr 05. 2022

[정곧삶] 정부 통합 로고의 비밀

정치가 곧 삶이고, 삶이 곧 정치다 03

우리가 정치를 외면했을 때, 혹은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할 때 생길 수 있는 아주 흔한 예시를 한 번 들어보려고 한다. 지난 2016년 3월 박근혜 정부는 정부 통합 로고를 제정하여 발표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국악원, 국립미술박물관, 수목원 등 행정과는 관련 없는 기관이나 기상청, 국세청, 병무청, 문화재청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공공기관 등 1260개에 달하는 기관의 로고를 모두 정부 통합 로고로 교체된 것이다. 개별 로고들이 모두 훌륭한 로고였느냐에 대한 부분은 조금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모든 정부 기관을 하나의 로고로 통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고의 역할은 각 기관의 상징성과 특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각 기관별 정체성을 보여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고가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일시에 바뀌면서 해당 기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않게 되었다.

로고를 통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최종 정부 통합 로고로 선정된 이 태극문양도 아닌, 펩시콜라도 아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 통합로고가 선정된 방식은 과연 정당했을까? 통합로고는 2015년 공모를 통해서 1년간의 준비 끝에 2016년 3월에 발표되었다. 애초 1차 협상은 우선 협상 대상자로 '디파크브랜딩'이 선정되어 수정 개발안이 진행되다가 최종 공개 발표 19일 전에 갑작스럽게 후순위였던 현재의 로고로 전격 교체되었다고 알려졌다. (관련기사 : https://news.zum.com/articles/34011897)


정부 통합 로고 우선 협상 디자인 <디파크브랜딩>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디자인에서 무슨 이유로 갑자기 바뀌게 되었을까? 자세한 내막이야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디파크브랜딩>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 상징체계 공모 당선작'이라는 타이틀로 기재되어 있다. (홈페이지 : http://designpark.co.kr/?work=dp_%EC%A0%95%EB%B6%80%EC%83%81%EC%A7%95_%EA%B3%B5%EB%AA%A8%EC%95%88)


'왜 디자인을 통합하였으냐?', '왜 갑작스럽게 디자인 선정 업체가 바뀌었느냐?'에 대한 여러 가지 설(說)들이 있지만 가장 타당하다고 평가되는 가설은 역시 '돈' 때문일 것입니다. 통합 로고 디자인 공모 및 개발에 들어간 비용만 최소 5억이 들었다 하고, 모든 정부 기관의 현판 교체 및 각종 제작물, 인쇄물, 웹디자인 등에 들어간 비용도 최소 수십억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라는 것도 수상하고, 갑작스러운 디자인 업체 변경은 더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항간에는 당시 최순실 정권 하에서 디자인을 총괄해온 '차은택'의 작품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돌고 있다.


* 논란 1. 각 부처별 특성을 무시한 통합 로고가 타당하냐?

* 논란 2. 발표 직전 디자인 업체를 졸속으로 변경한 이유는?

* 논란 3. 퀄리티가 훨씬 떨어지는 디자인이 선정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연히 이 통합 로고 문제가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5년 동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임기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사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부 상징체계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검토했고, 여러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정부 상징의 잦은 교체는 오히려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하에 현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각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정부 통합 로고와 자체 로고를 병행하여 사용하는 방법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에게 필수 불가결한 게 아니면 쓸데 없는 비용을 쓰는 것에 매우 엄격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향이 드러난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곳에 우리의 혈세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외면하는 순간 우리가 낸 소중한 세금들이 도둑놈들의 주머니에 들어가거나, 쓸데없는 곳에 사용되어 허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들이 진짜 원하는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 항상 감시하고, 올바른 곳에 쓰이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허튼 마음먹지 않고 정치를 할 수 있다. 내가 해마다 정치인에게 정치 후원금을 보내는 이유는 돈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매일 욕먹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