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작가 진절 Mar 27. 2022

매일매일 욕먹는 남자

근거 없는 비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인생을 나름 성실하고 신의 있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최근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과연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나와 다른 사람이었던가? 아니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왜곡된 것인가? 최근에 들었던 나에 대한 주변의 평가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前직장 상사 A

말이 前직장 상사지 같은 회사에 근무하였으나 나는 한국 지사에, 상사 A는 중국 지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서로 마주칠 접점이 거의 없었다. 약 10여 년 전 중국에서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했던 경험이 전부였다. A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을 했다고 한다. 상사 A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지인을 만나서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색을 하며 말했다고 한다.


내가 예전 회사에서 돈을 해 먹다가 들켜서 내 직속 상사가 그걸 무마시키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그런 일로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내가 만약 그런 구설수에 휘말렸다고 치더라도 나를 막아줬다던 내 직속 상사는 최소한 나한테 자초지종을 물었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A의 말대로라면 '내가 횡령을 했고, 회사가 그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상사들은 내가 모르게 그것을 무마시켜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괴상한 이야기 인가? 나는 그저 힘없는 팀장에 불과했는데, 그들은 왜 나도 모르게 은밀한 작전을 펼쳤단 말인가? 혹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비선 실세가 되었던 것인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인물 B

어느 날 업계에 있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B라는 사람 알아?"

"누구? B? 처음 듣는데? 휴대폰에도 저장이 안 되어 있는데? 그게 누군데?"

"이상하다. B가 형 엄청 잘 안다고 하던데?"

"그 사람이 뭐라는데?"

"형이 거래하던 회사 담당 부장한테 돈을 줘서 일하게 됐는데, 나중에 감사팀에 찔러서 결국 그 부장이 잘리게 만들었다고.."

"일단 나는 그 사람한테 돈을 준 적도 없고, 그 사람 잘리고 나서 한 6개월 뒤에 참고인 조사 비슷한 걸 받기는 했는데, B는 그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데?

"형한테 직접 들었다고 하던데?"

"..."


본 적도 없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B라는 인물에게 나는 어떻게 그 사실을 직접 말할 수 있게 되었을까?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B가 말한 것 중 단 하나의 사실도 없는데 그는 어떤 과정으로 정보를 취득했으며, 그것을 마치 내가 직접 이야기해준 것처럼 말하게 되었을까? 너무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후배에게 굳이 되물어보지 않았다.


前광고주 C / 前사업 파트너 D

위에서 말한 사건과 연계된 이야기이다. 회사의 돈을 횡령하다가 감사팀에 적발되어 결국 잘리게 된 C와 그에게 돈을 제공해서 함께 감사를 받게 된 D. 나는 창업 초기 그 두 사람으로부터 일을 받아서 회사를 연명했다. C와 D의 거래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알아도 모른 척했다. 내 밥줄이 끊기면 안 되었으니까.


그런데 C가 회사를 잘리게 되고, D가 함께 조사를 받게 되자 그 둘은 감사팀에 투고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나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감사가 시작되었지만 정작 가장 일을 많이 한 나는 감사실의 조사를 받지 않았고, 감사가 시작될 당시 나는 그들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광고주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황상 내가 제보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감사실에 누가 제보를 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감사실에서 나를 왜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는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감사 대상에 들어갔다고 한들 나는 끝까지 모른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한들 나한테 도움이 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이 지나서 감사팀 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차 한잔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끝끝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


여러 가지 정황상 C와 D는 아직도 내가 유력한 제보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인들을 통해 간간이 들려온다. 그 사건 이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라 해명할 기회도 없었지만 설령 내가 아니라고 얘기한들 믿어주기는 할까? 그냥 그렇게 나는 친구와 광고주를 팔아먹은 파렴치한으로 오랫동안 기억이 될 것이다.


前직장 동료 E

함께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E는 비슷한 시기에 그 회사에서 독립하여 각자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하필 회사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가끔씩 마주치는 정도의 관계였다. 우리보다 먼저 회사를 시작한 E는 고정 거래처가 있어서 꾸준히 일이 많은 회사이고, 우리 회사는 고정 거래처가 없다 보니 일도 들쭉날쭉 이었다. 그렇게 약 2년간 산전수전을 겪고 나서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이스포츠 대회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우리 회사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4년째 되던 해 우리는 꿈에 그리던 사옥까지 올리게 되었다.


사무실도 근처에 위치해있고,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창업 시기도 비슷하고, 지인들도 많이 겹치다 보니 알고 싶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소식을 간간히 전해 듣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소식이 바로 E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에게 나는 위험한 인물이고, 배신과 뒤통수 전문이고, 협력사 비용을 엄청 깎아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인물로 각인되어 있는 듯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원래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근거는 가지고 깎아내렸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역시나 굳이 친하지도 않고 따로 만날 일도 없는 E에게 내가 뭐라고 해명을 하거나 따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난 그냥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괴물이 되어있을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협력사 대표 F

우리 회사와 벌써 10 이상 거래를 해왔고, 우리 창업 때부터 서로 물심양면 도와가면서 협력해 왔던 시스템 협력사 대표 F 아주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다른 술자리에서 나에 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협력사   깎아서 건물 올렸다' 취지의 이야기였다. 사옥을 계획하면서 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잘못된 인식이 퍼질까 하는 것이었다.


나름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F가 이 정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아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건물의 대출금이 어떻고, 이자가 어떻고, 월세가 어떻고 하는 내 사정은 굳이 그들의 궁금증이 아니다. 단순히 '돈을 깎았고, 사옥을 올렸다'는 사실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싶지만 설명을 들는다고 해서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광고주로부터 받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 그 안에서 협력사에게 지급될 비용을 정하고 협상하면서 조율하는 것이다. 협력사 자금 상황이 항상 어려운 것을 감안하여 남들처럼 2개월~3개월씩 미루지 않고, 최대한 행사 전에 70% 이상 지급하고, 행사를 마치면 바로 잔금을 지급한다. 협력사 미지급 '제로'라는 원칙을 지키지 위해 때로는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기도 한다. 광고주의 비용 지급이 많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받기 전이라도 그 원칙들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한 노력 정도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밖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와 억측과 비난을 받고 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내가 하지도 않은 말로 오해를 받는 일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더구나 나를 잘 아는 사람의 오해는 더더욱 뼈아프다. 말을 하면 오해를 하고, 말을 안 하고 참으면 억측을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한 지인은 "자기도 남들한테 억울하게 욕먹을 정도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며 웃픈 하소연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 오해를 살 일이라면 그냥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아가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하다. 최소한 내 양심에, 나 스스로와의 약속에 어긋나지 않도록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진 출처 : The HR Department


매거진의 이전글 [정곧삶] 밸런스 게임의 위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