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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21. 2022

모태 비흡연 건물주의 분노

담배 피우고 꽁초 제대로 버리는 게 그렇게 힘드냐!

나를 만나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내가 모태 비흡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마치 담배를 재배해서 피울 것처럼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40여 년간 피운 담배의 총량은 딱 담배 두 모금에 불과하다. 20대 초반에 친구가 하도 꼬셔서 맥주를 마시다 딱 한 모금 피우고 픽 쓰러진 이후로는 친구들도 권하지 않는다. 보통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담배를 배워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군대에서도 담배를 배우지 않았고, 한 달에 몇 갑씩 지급되는 보금품도 동기들에게 꼬박꼬박 팔아서 간식비를 챙겼다.


나는 모태 비흡연자이지만 거의 흡연자나 다름없었다. 지금이야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예전에는 당구장, 노래방, 만화방, 피씨방, 술집, 카페 등 모든 공간이 흡연 가능지역이었다.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친구들은 흡연자였기에 항상 몸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게 익숙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가능했고 그런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실내 공간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어 나 같은 비흡연자는 엄청나게 쾌적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흡연자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전자 담배라는 신문물 덕에 전보다 담배 냄새를 덜 맡게 되었다는 것도 비흡연자들에게는 아주 큰 희소식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사실 흡연이 아니라, 일부 흡연자들의 몰지각한 공중도덕을 강력히 비판하기 위함이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2019년 말에 사옥을 매입해서 2020년 9월 경에 입주하였으니 벌써 2년 가까이 사옥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깔끔한 사옥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바닥에 꽁초와 담뱃재, 불똥도 모자라 침까지 뱉는 만행을 수도 없이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작년 겨울에는 담배 불똥을 제대로 끄지 않고 튕겨서 하마터면 화재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바닥에 널브러진 꽁초와 누군가의 타액을 보면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내가 비흡연자여서 더더욱 화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의 없는 담배 빌런들이 매일 우리 건물을 찾아와 테러를 하고 가는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건물에 근무하는 흡연자들에게는 내가 누차 공지를 해서 절대 함부로 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건물 외부에 버젓이 CCTV가 달려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주변의 건물들에 입주한 사람들이 왜 유독 우리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흡연 경고문을 부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너무 상투적인 경고문 밖에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직접 디자인과 문구를 정리해서 부착하기로 했다.


쓰레기 제대로 버리실래요?
당신이 쓰레기가 되실래요?


자고로 헤드라인 문구는 자극적이고 섹시해야 한다. 이래야 한 번이라도 경고문을 읽어볼 것 아닌가? 뻔하디 뻔한 경고문은 붙여놔 봐야 사람들이 관심도 없이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게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써놓는다 한들 시간이 지나면 또 익숙해져 경고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날이 오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할 일. 내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당장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부디 내가 CCTV를 뒤져서 얼굴을 공개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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