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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23. 2022

제목이 글의 절반인 이유

제목을 바꾸자마자 폭등하는 조회수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을까? 누가 보아주길 바라지 않으며 글을 쓰는 작가는 아마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쓴 글을 한 명이라도 더 봐줬으면 좋겠고, 좋아요나 댓글도 많이 받고 싶은 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조회수나 구독자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글을 잘 써야 하는 것은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만 우선 글을 클릭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에 글의 제목이나 부제, 이미지, 미리보기로 보여지는 글의 첫 문장 등을 정하는 데도 매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일지라도 누군가 보아주지 않으면 그 노력과 의미가 많이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틀 전 모태 비흡연자의 분노를 담은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그리 대단한 주제의 글은 아니었으나 건물에 매일 가해지는 흡연 빌런들의 테러에 대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쓴 글이었으나 여느 때처럼 큰 반응은 없었다. 나는 보통 글을 발행을 한 후 몇 번씩 다시 읽어보는 습관이 있는데 특히 이번 글은 볼 때마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소 심심한 제목을 한 번 바꿔보기로 했다.


<모태 비흡연자의 분노> → <모태 비흡연 건물주의 분노>


분노의 주체가 '비흡연자'에서 '비흡연 건물주'로 바뀌자 조회수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daum 직장in 탭에 제목이 올라있었다. 이런 변화가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매우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내가 봐도 '그냥 비흡연자의 분노'보다는 '비흡연 건물주의 분노'가 당연히 더 궁금할 것 같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틀 전 올린 <모태 비흡연 건물주의 분노>





브런치는 글을 쓰고 나누는 공간이지만 누가 뭐래도 숫자로 움직이는 세계이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열을 올린 것도 2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200여 개의 글을 올렸고, 2개의 브런치 북도 발행했다. 하지만 글을 쓴 시간과 숫자에 비하면 구독자의 수가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농담 삼아 발행 글수 VS 구독자를 비교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내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 구독자 236 VS 현 발행 글 241) 다른 작가님들의 구독자 상승세를 보면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하면서도 항상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끼곤 한다.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작가님들이 하나둘씩 나의 구독자를 앞지르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응원의 댓글을 남긴 내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또 올린 글이 30-40개 밖에 안되지만 구독자가 500명을 훌쩍 넘어버리는 능력자 작가님도 자주 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구독자나 조회수가 내 글의 레벨을 정하는 것이 아님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구독자나 조회수가 남들에 비해 더딘 이유를 스스로 반문해 보았다. 많은 이유가 있겠고, 다른 이유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스스로 판단한 이유를 한 번 적어보려고 한다.


 째는 무엇보다 '흡입력이 부족한 문장'이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글의 완급 조절이나 호흡이 매끄럽지 못하고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이 없는 글이 대부분이고, 단순히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정도의 글이기 때문에 몰입감을 지 못하는 편이다.


 째로는 '다수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이다. 내가 쓰는 글의 주된 주제는 중소기업 대표자의 이야기,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 대중가요의 기타 코드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용한 봉준호 독의 말처럼 개인적인 주제로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타고난 글쟁이는 아닌 듯하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밋밋한 제목 정하기'이다. 제목이 가장 중요한 글의 얼굴임을 잘 알고 있지만 항상 이 제목 정하기에 실패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나의 중소기업 창업 스토리를 글로 엮은 브런치 북 조차도 원 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연결>이었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들 제목이 저러하니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현재 브런치 북의 제목을 <창업 스릴러 : 지옥에서 사옥까지>로 변경하며 내용도 대대적으로 수정을 하고 있다. 최소한 제목에서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던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더딘 성장에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다른 작가들의 구독자 상승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긴 하지만 내가 쓰는 글의 속성상 그런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소재의 글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그렇게 꾸준히 쓸 계획이다. 물론 다수에게 보편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이제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이 내 글을 보면서 희망을 얻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창업을 시작하며 과연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직원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등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글을 써 나가도록 하겠다. 제목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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